[문화人칼럼] 드레이프(Dra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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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人칼럼] 드레이프(Drape)

조부연 도자디자이너

  • 승인 2026-07-15 16:48
  • 신문게재 2026-07-16 19면
  • 최화진 기자최화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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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부연 도자디자이너
흔히 가압성형이라고 부르는 도자기 성형기법이 있다. 볼록이나 오목한 몰드에 점토판을 얹고 손이나 간단한 도구로 두드리고 매끄럽게 다듬는다. 낮고 넓은 접시류나 살짝 오목한 형태의 그릇을 주로 만든다. 몰드와 점토, 간단한 도구 몇 가지만 있으면 누구든지 쓸만한 그릇을 만들 수 있다. 다양한 크기와 형태의 몰드만 있다면 초보자도 손쉽게 다량의 그릇을 뚝딱 만들 수 있다. 이때 사용하는 볼록 몰드를 험프 몰드(hump mold)라고 하고 오목 몰드를 슬럼프 몰드(slump mold)라고 한다.

그런데 험프 몰드와 슬럼프 몰드에 대해 많은 사람이 자세히 알지 못한다. 그나마 '볼록 몰드', '오목 몰드'라고 부르면 다행이다. 두 가지 몰드를 구분하지 않고 '석고 틀', '석고' 등으로 통칭해 부른다. 거의 모든 전문 도예가들이 '석고 틀'을 가지고 '가압성형'을 한다. '석고 틀'이라고 부르는 것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 기법을 '가압성형'이라고 부르는 것은 잘못이다.

도자기 제조에서 '가압성형'이란 기계를 이용하여 매우 높은 압력으로 성형하는 기법을 말한다. 램 프레싱이라고 불리며 수십 톤의 유압으로 작동한다. 점토판을 손으로 펼치거나 두드리고 다듬어 만드는 성형법을 '가압성형'이라고 할 수 없다. 그나마 '슬럼프 몰드'에 점토를 눌러(압력이라고 생각될만한 정도의 힘) 작은 인형을 만들거나 작은 타일을 만드는 것이 '가압성형'에 가깝다. 기계의 힘을 빌리지 않고 오직 작업자 손의 힘이나 간단한 도구를 활용하는 기법은 '핸드 프레싱'이라고 부른다.

여주의 도자기 공장에 학생들과 견학을 간 적이 있다. 규모가 꽤 큰 공장으로 자동화된 대량생산 시스템과 함께 수작업으로 그릇을 생산하는 라인이 따로 있었다. 토련기에서 얇고 넓은 점토판을 뽑아내면 작업자가 템플릿을 이용하여 점토판을 재단하고 볼록한 몰드에 얹어 대형 접시와 볼을 만들고 있었다. 굽도 만들어 붙이고 손잡이도 붙였다. 작업자의 주변을 살펴보니 다양한 모양과 크기의 볼록 몰드가 선반에 가득 쌓여 있었다.

조심스럽게 작업자에게 다가가 물었다. "지금 사용하시는 석고 틀을 부르는 이름이 있던데 혹시 아시나요?" "점토판을 이렇게 씌워 만드는 것을 뭐라고 부르세요?" 돌아온 대답은 "가다(かた)!", "몰라요."였다. 우리나라의 도자기 공장에는 사오십 대의 여성 캐스터(castor)들이 아주 많다. 매우 숙련된 작업자로 품질이 우수한 제품을 도자기 제품을 생산해 낸다. 당시 작업을 하던 솜씨 좋은 여성 캐스터는 험프 몰드로 점토판을 드레이프 하여 좋은 품질의 핸드메이드 접시를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그 캐스터는 반복적인 작업을 충실하게 수행할 뿐이었고 지금 자신이 사용하는 것이 험프 몰드이고 드레이프 기법으로 접시를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네이버 스토어에 '석고몰드'라고 검색하면 1순위로 검색되는 스토어가 있다. 그나마 '석고틀'이 아니라 '석고 몰드'라고 부르고 있어 다행스럽고 반가운 일이다. 게다가 판매하고 있는 몰드들이 너무 예쁘고 쓸모 있는 것들이다. 디자인이 뛰어나고 드레이프 과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3d 프린팅한 특별한 도구도 판매하고 있다. 스토어 주인의 뛰어난 디자인 감각과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찾는 사람이 아주 많은 모양이다. 많은 도자기 공방에서 이 스토어의 몰드를 구입해 취미 수강생 클래스에 활용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스토어 어디에도 '험프 몰드'나 '드레이프'라는 용어를 찾아볼 수 없다.

이제 맞춤한 이름으로 부르자. 몰드에 점토판을 씌워 그릇을 만드는 것은 '가압성형'이 아니라 '드레이프 성형'이다. 이때 사용하는 몰드는 '험프 몰드'가 대부분이다.

조부연 도자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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