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현대화, 그 다음] "시설은 좋아졌는데"…신규 고객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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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 현대화, 그 다음] "시설은 좋아졌는데"…신규 고객은 없다

②"주차 편한 게 다가 아냐"…시설 뒤에 남은 시장 고민
대형마트·배송앱 익숙한 소비자 발길 돌리기 역부족
상인들 "쾌적해졌지만 신규 고객은 보이지 않는다"
시설 투자 넘어 시장별 특화 전략·후속 지원 필요

  • 승인 2026-07-14 16:52
  • 신문게재 2026-07-15 5면
  • 김지윤 기자김지윤 기자

대전 전통시장들이 시설 현대화 사업을 통해 쾌적한 환경을 갖췄으나, 대형마트나 온라인 쇼핑과 경쟁할 차별화된 콘텐츠 부족으로 신규 고객 유입과 매출 증대에는 한계를 보이고 있습니다.

상인들은 시설 개선이 편의성은 높였지만 시장 방문의 근본적인 유인책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하며, 시장의 개성을 살린 운영 전략과 홍보 등 실질적인 후속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전통시장이 진정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외형적 변화를 넘어 시장만이 줄 수 있는 대체 불가능한 경험과 자생을 위한 내부 콘텐츠 개발에 집중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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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찾은 대전 서구 도마시장. 도마시장은 2000년대 중반, 2014년도 보수를 통해 아케이드 설치 사업이 이뤄졌다. (사진= 김지윤 기자)
낡은 시설을 바꾸면 전통시장은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정부와 지자체는 낙후된 시설을 정비하고, 편의성을 높이는 시설 현대화 사업을 통해 전통시장이 거대한 유통 공룡들과 맞서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선을 세웠다. 대전의 전통시장들도 현대식 지붕을 설치하고 주차장을 확장하며 손님맞이 채비를 마쳤다.

그러나 현대화 사업의 종착지는 단순히 '쾌적한 시장'이 아닌 '사람이 모이는 시장'이어야 한다. 화려해진 외형에 비해 정작 새로운 소비자를 끌어당길 차별화된 콘텐츠와 운영 전략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형마트와의 경쟁력은 외형의 모방이 아닌, 전통시장만이 줄 수 있는 대체 불가능한 경험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시설 현대화는 끝이 아닌 자생을 위한 시작점이다. 본보는 대전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의 실효성을 되짚어보고, 겉모습의 변화를 넘어 시장이 스스로 살아 숨쉬기 위해 채워야 할 내부의 과제들을 차례로 짚어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 새 옷 입은 전통시장, 경쟁력은 채워졌나

2. "주차만 편한 게 다가 아냐"…시설 뒤에 남은 시장의 고민

3. 시설에서 경쟁력으로, 전통시장 살릴 다음 전략



"시설은 좋아졌죠. 그런데 그게 손님을 더 데려오진 않더라고요."

14일 오전 대전 서구 도마큰시장. 머리 위를 가로지른 거대한 아케이드(비가림막) 아래로 채소와 과일 등을 고르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상인들은 "한 번 보고 가세요"라며 손님을 불러 세웠지만, 장바구니를 든 시민들은 필요한 물건만 산 뒤 발길을 재촉했다. 비바람과 뙤약볕을 막아주는 아케이드 아래 장보기 환경은 한결 쾌적해졌지만, 시장 풍경은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날 찾은 도마시장과 한민시장은 대전을 대표하는 시설 현대화 사업이 추진된 전통시장이다. 아케이드 설치와 보강공사, 주차장과 화장실 등 편의시설 정비가 이어지면서 시장 환경은 눈에 띄게 개선됐다.

하지만 시장에서 만난 이용객과 상인들의 이야기는 사뭇 달랐다. 이용하기는 편해졌지만, 시장을 찾는 이유까지 바뀐 것은 아니라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도마시장에서 장을 보던 주부 정만옥(58) 씨는 "집과 가까워 가끔 들르기는 하지만 평소에는 대형마트나 배송 앱을 이용한다"며 "오늘은 온라인으로 주문한 채소가 품절돼 급하게 시장에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한민시장의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여름 제철 과일과 생선이 매대마다 가득했지만 시장을 오가는 손님 대부분은 단골이었다.

오랜만에 시장을 찾았다는 인근 주민 김세영(46) 씨는 "몇 달 만에 바람도 쐴 겸 나왔다"며 "평소 장은 할인 혜택이 많고 집 앞까지 배달해 주는 앱으로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시장 곳곳은 새 단장을 마쳤지만 새로운 소비층이 눈에 띄게 늘었다는 분위기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상인들은 오랫동안 시장을 찾던 단골은 꾸준히 오지만 젊은 고객이나 신규 방문객은 좀처럼 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온라인 쇼핑과 대형마트가 일상화된 상황에서 젊은 층과 신규 고객을 끌어들일 '미끼'가 없다 보니, 전통시장은 여전히 기존 단골들에 기대어 숨을 쉬고 있는 것. 결국 인프라 개선이 매출 증대라는 본질적인 효과로 이어지지 못하고 단절되는 이유다.

한민시장에서 수십 년째 생선을 판매해온 한 상인은 "시설이 좋아지면서 장사하기는 훨씬 편해졌다"며 "그래도 매출이 눈에 띄게 늘어난 건 아니다. 시설만으로 손님을 끌어오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상인들은 시설 현대화만으로는 전통시장을 살리는 데 한계가 있다며, 이제 필요한 것은 '시설 이후'의 정책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장마다 차별화된 콘텐츠를 만들고, 지속적인 홍보와 문화행사, 시장 특성에 맞는 운영 전략이 함께 뒷받침돼야 다시 찾는 시장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이다.

오규식 한민시장 상인회장은 "환경은 예전보다 훨씬 좋아졌지만 방문객과 매출 증가를 체감하기는 쉽지 않다"며 "이제는 시설 투자를 넘어 시장의 개성을 살린 콘텐츠와 적극적인 홍보, 시장별 특성에 맞는 후속 지원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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