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바다 끝에서 만난 천년의 시간…화성 서해안

  • 전국
  • 수도권

[현장르포] 바다 끝에서 만난 천년의 시간…화성 서해안

350년 물푸레나무와 조선시대 고택 따라 걷는 역사 여행

  • 승인 2026-07-14 13:28
  • 이인국 기자이인국 기자
1-3. 화성 당성에서 보는 화성특례시의 모습
화성 당성에서 보는 화성특례시의 전경 (사진=화성시 제공)
탁 트인 바다 위로 요트가 오가고 항구 주변에는 여름 여행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진다. 하지만 이곳에서 불과 몇 분만 이동하면 전혀 다른 시간이 펼쳐진다.

바다를 지키던 천년 산성, 마을의 세월을 품은 고목, 조선 시대 사람들의 삶이 담긴 고택까지 화성 특례시가 여름 휴가철 서해안 관광 코스를 소개하고 있다.

■ 전곡항 너머 펼쳐진 천년의 바닷길

전곡항에서 차로 5분 남짓 달리자 구봉산 자락에 자리한 당성이 모습을 드러낸다.

산길을 따라 올라가면 성벽 사이로 서해가 한눈에 들어온다. 지금은 평온한 바다지만, 천년 전 이곳은 국가 간 힘겨루기가 벌어졌던 전략 요충지였다.

사적 당성은 백제의 영역에서 시작해 고구려와 신라를 거치며 이름을 달리했다. 고구려 때는 '당성군', 신라 시대에는 '당은군'과 '당성진'으로 불리며 군사와 행정의 중심 역할을 담당했다.

특히 서해를 바라보는 입지는 당성이 왜 중요한 공간이었는지를 보여준다. 성벽 위에 서면 과거 사신과 상인들이 오갔던 국제 해상 교역로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현장에서 만난 한 방문객은 "바다를 보러 왔다가 이렇게 오래된 역사를 가진 곳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아이들과 함께 오기 좋은 여행지"라고 말했다.

화성시는 당성을 찾는 시민과 관광객을 위해 전문 해설사가 함께하는 탐방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방문자센터에서 역사 설명을 들은 뒤 유적지를 직접 둘러보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하루 두 차례 운영된다.

350년 세월 버틴 나무 아래 잠시 쉬어가는 시간 당성에서 내려와 전곡리 방향으로 이동하면 거대한 나무 한 그루가 여행객을 맞는다.

1-4. 화성 전곡리 물푸레나무의 모습
화성 전곡리 물푸레나무 350년 자연 유산 (사진=화성시 제공)
■ 천연기념물 '화성 전곡리 물푸레나무'

약 350년의 시간을 견뎌온 이 나무는 단순한 자연유산이 아니다. 오랫동안 마을 사람들의 삶과 함께한 공동체의 상징이다.

과거 주민들은 이 나무 아래 모여 마을의 평안을 기원하는 제사를 지냈고, 가뭄이 찾아오면 비를 바라는 기우제를 올렸다.

세월이 흐른 지금도 물푸레나무는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무더운 여름날 짙은 녹음은 여행객들에게 자연이 선물하는 휴식 공간이 된다.

나무 아래 잠시 머물면 화려한 관광지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오래된 마을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1-6. 정시영 고택 사랑채 전경
정시영 고택 사랑채 전경 (사진=화성시 제공)
■ 궁평항 가는 길, 조선 시대 삶의 흔적

여행의 마지막 코스는 궁평항으로 향하는 길목이다.

이곳에는 조선시대 주거문화를 보여주는 국가민속문화유산 정시영 고택과 정수영 고택이 자리하고 있다.

정시영 고택은 19세기 초 건립된 대규모 양반가옥이다. 겉으로 보이는 규모보다 내부 공간 배치가 특징적이다. 외부에서 안쪽이 쉽게 보이지 않도록 대문 위치를 조정하고 '월(月)'자형 구조를 적용해 사생활과 가문의 위계를 고려했다.

반면 정수영 고택은 서민들의 생활상을 담은 공간이다. 'ㄱ자형' 안채와 사랑채 등이 어우러진 구조는 당시 서민 주택의 실용성을 보여준다.

특히 집 안에 마련된 신왕단은 조선 후기 민간 신앙과 생활문화를 엿볼 수 있는 공간이다.

같은 시대를 살아간 양반과 서민의 공간을 비교하며 걷다 보면 건축물 하나에도 당시 사람들의 삶과 가치관이 담겨 있는 것을 엿 볼 수 있다.

■ "바다와 역사 함께 즐기는 화성만의 매력"

시는 올해 여름 휴가철을 맞아 안전한 관광 환경 조성과 지역 관광 활성화에 힘을 쏟고 있다.

화성 서해안 여행은 바다만 보고 돌아오는 여행과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푸른 바다 위에 남은 교역의 흔적을 보고, 천년 산성을 걷고, 수백 년 된 나무 아래 쉬며, 조선 시대 삶의 흔적을 만나는 시간 여행지가 방문객을 기다리고 있다. 화성=이인국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아산시, 강당골 계곡 대대적 정비 박차
  2. 성남시, 1기 분당신도시 정비구역 확대 가능성 검토
  3. 경기 광주시, 470만 명 중부권 광역급행철도 JTX ‘조기 추진’ 촉구
  4. 대전시 조건 안 맞는 중수청 대안 냈었다… 청사 선정 배경 논란
  5. 경산시, 경산역~경산시장 야간경관 조성
  1. 세종시 신규 사무관 8명... 새로운 출발 다짐
  2. [르포] "오늘 영업 안 하나요"… 갑작스러운 휴업에 멈춘 홈플러스 유성점
  3. 코스피 7000선 붕괴에 개미들 '통곡'... 매도 사이드카에 서킷브레이커까지
  4. 산부인과 병·의원 중 분만가능 대전 21% 충남 30%…심평원 의료데이터 공개
  5. [기고] 국가의 생존을 누구 손에 맡길 것인가

헤드라인 뉴스


"버스 한번 타기 어렵다"…유성구 마을버스 노선개편 수년째 공회전 주민 불편

"버스 한번 타기 어렵다"…유성구 마을버스 노선개편 수년째 공회전 주민 불편

대전 유성구 마을버스 노선 개편 문제가 수년째 공회전을 거듭해 주민 불편이 이어지고 있다. 신도심과 외곽 지역 등을 중심으로 버스 수요는 늘고 있지만, 구비 부담이 커 노선 증설이 어렵고 시내버스와 운행이 겹치는 일부 노선의 적자도 누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행정당국의 재정부담이 마을버스 노선 개편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인데 일각에선 향후 대전시 순환버스 도입 과정에서 마을버스 노선을 통합,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3일 중도일보 취재 결과, 유성구 마을버스는 총 18대, 3개 노선으로 1번(충대농대종점~청벽산공원)..

[전통시장 현대화, 그 다음] "시설은 좋아졌는데"…신규 고객은 없다
[전통시장 현대화, 그 다음] "시설은 좋아졌는데"…신규 고객은 없다

낡은 시설을 바꾸면 전통시장은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정부와 지자체는 낙후된 시설을 정비하고, 편의성을 높이는 시설 현대화 사업을 통해 전통시장이 거대한 유통 공룡들과 맞서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선을 세웠다. 대전의 전통시장들도 현대식 지붕을 설치하고 주차장을 확장하며 손님맞이 채비를 마쳤다. 그러나 현대화 사업의 종착지는 단순히 '쾌적한 시장'이 아닌 '사람이 모이는 시장'이어야 한다. 화려해진 외형에 비해 정작 새로운 소비자를 끌어당길 차별화된 콘텐츠와 운영 전략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형마트와의 경쟁력은 외..

촉법소년 `1살 하향` 제동… 연령 기준 다시 논의되나
촉법소년 '1살 하향' 제동… 연령 기준 다시 논의되나

강력·중대범죄를 저지른 촉법소년의 연령 기준을 한 살 낮추려던 정부 방안이 다시 논의될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14일 국무회의에서 성평등가족부의 형사미성년자 연령 기준 공론화 결과를 보고받고 "특정 범죄에 대해서만 부분적으로 한 살 낮추자는 것은 너무 미약하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날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고 국민 의견을 추가로 수렴한 뒤 다시 토론하자고 주문했다. 성평등가족부는 이날 강력·중대·반복 범죄에 한해 촉법소년 연령 기준을 현행 만 14세 미만에서 만 13세 미만으로 낮추는 공론화 결과를 보고했다. 시민참여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초복 앞두고 북적이는 삼계탕집 초복 앞두고 북적이는 삼계탕집

  • ‘집 밖이 더 낫다’…쪽방촌의 힘겨운 여름 나기 ‘집 밖이 더 낫다’…쪽방촌의 힘겨운 여름 나기

  • ‘썸머케어로 건강한 여름 나세요’ ‘썸머케어로 건강한 여름 나세요’

  • 드론 벼 병해충 공동방제 드론 벼 병해충 공동방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