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현대화, 그 다음] 시설은 바뀌었지만 경쟁력은 제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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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 현대화, 그 다음] 시설은 바뀌었지만 경쟁력은 제자리

① 새 옷 입은 전통시장, 경쟁력은 채워졌나
노후 시설 정비와 고객 편의 개선 중심 현대화 사업 지속
방문객·매출 변화 분석 없어 사업 효과 검증도 미흡
시설 개선 이후 경쟁력 강화 정책으로 연결되지 못해

  • 승인 2026-07-13 17:37
  • 신문게재 2026-07-14 1면
  • 김지윤 기자김지윤 기자

대전시가 전통시장 시설 현대화 사업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외형을 개선하고 있으나, 대형마트와 경쟁하기 위한 차별화된 콘텐츠와 운영 전략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입니다. 시설 개선 이후 방문객 변화나 매출 등 사업 효과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이 부재하여 시설 정비가 실질적인 시장 활성화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전통시장이 자생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단순한 외형 변화를 넘어 시장별 특성에 맞는 후속 정책과 대체 불가능한 소비자 경험을 제공하는 내부 역량 강화가 시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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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중구 문창시장에 설치된 쿨링 포그 아래서 시민들이 더위를 피해 장을 보고 있다. 이성희 기자 token77@
낡은 시설을 바꾸면 전통시장은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정부와 지자체는 낙후된 시설을 정비하고, 편의성을 높이는 시설 현대화 사업을 통해 전통시장이 거대한 유통 공룡들과 맞서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선을 세웠다. 대전의 전통시장들도 현대식 지붕을 설치하고 주차장을 확장하며 손님맞이 채비를 마쳤다.

그러나 현대화 사업의 종착지는 단순히 '쾌적한 시장'이 아닌 '사람이 모이는 시장'이어야 한다. 화려해진 외형에 비해 정작 새로운 소비자를 끌어당길 차별화된 콘텐츠와 운영 전략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형마트와의 경쟁력은 외형의 모방이 아닌, 전통시장만이 줄 수 있는 대체 불가능한 경험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시설 현대화는 끝이 아닌 자생을 위한 시작점이다. 본보는 대전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의 실효성을 되짚어보고, 겉모습의 변화를 넘어 시장이 스스로 살아 숨쉬기 위해 채워야 할 내부의 과제들을 차례로 짚어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 새 옷 입은 전통시장, 경쟁력은 채워졌나

2. "주차만 편한 게 다가 아냐"…시설 뒤에 남은 시장의 고민

3. 시설에서 경쟁력으로, 전통시장 살릴 다음 전략



천장은 생겼고, 주차장은 넓어졌다. 전통시장을 되살리기 위한 외형은 가꿔가고 있지만, 시장의 경쟁력을 키울 운영 전략과 후속 정책은 여전히 부족하다.

대전시도 매년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에 적지 않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하지만 사업은 시설 정비에 무게가 실릴 뿐, 현대화 이후 시장의 경쟁력을 어떻게 키울 것인지에 대한 정책적 연계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통시장 시설 현대화 사업은 1996년 유통시장 개방 이후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 온라인 쇼핑 확산으로 경쟁력을 잃은 전통시장을 지원하기 위해 도입됐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2000년대 중반부터 시설 개선에 예산을 투입하며 시장 환경을 바꿔왔다.

대전시 역시 매년 수십억 원에서 많게는 수백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시설 현대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노후 시설을 개선하고 이용객의 편의를 높인다는 점에서 사업의 필요성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그러나 시설 현대화는 어디까지나 전통시장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출발점이다. 시장에 지붕을 씌우고 주차장을 넓히는 것만으로는 대형마트와 온라인 쇼핑으로 이동한 소비자를 다시 불러들이기 어렵다.

시설 개선 이후 시장별 여건과 특성에 맞는 운영 전략과 콘텐츠가 함께 마련되지 않으면 현대화 사업의 효과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시설 현대화 이후다.

시설 개선은 전통시장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출발점일 뿐이다. 현대화 사업의 성과를 완성하려면 시설 개선 이후 시장의 변화와 한계를 진단하고 이를 후속 정책으로 연결하는 과정이 뒤따라야 한다.

하지만 대전시는 시설 현대화 이후 방문객 증가나 매출 변화 등 사업 효과를 별도로 분석하거나 평가하지 않고 있다. 시장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객관적 지표를 확인할 수 있는 체계가 사실상 없는 셈이다. 성과 분석이 이뤄지지 않다 보니 시장별로 어떤 지원이 더 필요한지 판단하기도 어렵다. 결국 현대화 사업이 시설 정비에만 머물고,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는 후속 정책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급변한 유통환경도 시설 중심 정책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소비자는 이제 가격보다 경험과 콘텐츠, 편의성을 기준으로 시장을 선택한다. 온라인 쇼핑과 새벽배송, 복합쇼핑몰이 일상이 된 상황에서 시설 개선만으로는 변화한 소비 흐름을 따라가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시장은 야시장과 특화사업 등을 연계하며 방문객 증가로 이어졌지만, 시설만 바꿔 같은 성과를 거둔 것은 아니다. 같은 현대화 사업을 추진하고도 시장마다 성과가 엇갈린 이유와 시설 이후 어떤 정책이 이어졌는지에 대한 점검은 여전히 부족하다.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 효과를 연구한 한국주거환경학회 전문가들은 "시설 현대화는 상인 만족도는 높이지만 매출 증가 등 실질적 효과는 제한적"이라며 "시설 지원을 넘어 시장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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