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칼럼] '동의보감'이 말하는 마음의 허기

  • 오피니언
  • 사이언스칼럼

[사이언스칼럼] '동의보감'이 말하는 마음의 허기

윤지원 한의학연구원 데이터부 선임연구원

  • 승인 2026-07-09 18:07
  • 수정 2026-07-09 18:30
  • 신문게재 2026-07-10 18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윤지원 한의약데이터부 선임연구원
윤지원 한의학연구원 데이터부 선임연구원
요즘 주식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 누군가는 어젯밤 급등한 종목을 말하고, 또 누군가는 "나만 빼고 다 벌었다"며 허탈해한다. 계좌가 조금만 마이너스로 돌아서면 마음은 쉽게 흔들리고 밤잠을 설치기까지 하지만, 반대로 수익이 났을 때의 만족감은 오래가지 않는다. 행동경제학에서는 이를 손실회피(Loss Aversion)라고 설명한다. 인간은 같은 크기의 이익보다 손실에서 약 두 배 큰 심리적 충격을 받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주가 하락기에는 정신질환 입원율이나 항우울제 처방 증가 같은 정신건강 문제가 동반 상승한다는 연구들도 적지 않다. 흥미로운 점은 주가가 크게 올랐다고 해서 항우울제 사용이 그만큼 줄어들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손실의 고통은 이익의 기쁨과 달리 이처럼 비대칭적으로 인간의 마음에 깊이 파고든다.

이처럼 상실감과 결핍감이 몸과 마음을 흔드는 상태를 『동의보감』에서는 '탈영실정(脫營失精)'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탈영은 본래 귀했던 지위를 잃은 상태를, 실정은 부유했다가 가난해진 상태를 뜻한다. 이는 마치 폭락장을 겪는 현대 투자자의 정신적 충격과 닮아있다. 그러나 『동의보감』이 주목한 것은 단순한 재산이나 지위의 변화 자체가 아니라, 그것으로 인해 무너지는 마음이었다. 삶의 기반이 흔들리고 근심과 슬픔이 깊어지면, 외부의 사기(邪氣)가 침입하지 않아도 병이 안에서 생긴다고 보았다. 기혈이 줄고 정기가 소모되어 몸이 날로 허약해지고, 심하면 무기력하고 쉽게 놀라는 상태에 이른다는 설명이다.

반대로 주가가 급등할 때도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다. 남들은 수익을 내고 있는데 나만 기회를 놓친 것 같다는 불안이 엄습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최근 널리 쓰이는 용어인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즉 소외되어 뒤처지고 손해를 보고 있다는 불안한 마음이다. 투자에서 FOMO는 단순히 더 벌고 싶은 욕망이 아니다. 남의 수익이 나의 손실처럼 느껴지고, 오르지 않은 내 계좌가 실패처럼 여겨진다. 타인의 수익과 나의 현재를 끊임없이 비교하면서, 아직 잃지 않은 것까지 이미 잃은 것처럼 느끼게 만드는 심리적 덫이다.

행동경제학의 손실회피와 현대의 FOMO, 그리고 『동의보감』의 탈영실정은 시대도 언어도 다르지만 인간 마음의 본질을 설명한다. 손실회피는 잃은 것의 고통을 과장하고, FOMO는 아직 잃지 않은 것마저 잃은 것처럼 느끼게 만든다. 『동의보감』이 말한 탈영실정 역시 외부의 변화보다 그 변화에 무너지는 마음이 몸을 병들게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주가가 사람을 병들게 하는 것이 아니라, 손실과 비교에 사로잡힌 마음이 사람을 병들게 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FOMO의 반대 개념인 조모(JOMO·Joy of Missing Out)가 주목받고 있다. 모든 기회를 붙잡으려 애쓰기보다, 놓쳐도 괜찮다는 마음에서 오는 여유를 뜻한다. 투자에서도 JOMO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태도가 아니라, 남들이 움직일 때마다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원칙을 지키는 선택에 가깝다. 동의보감에서 탈영실정을 치료하기 위해 제시한 처방들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교감단(交感丹), 천왕보심단(天王補心丹), 가감진심단(加減鎭心丹), 승양순기탕(升陽順氣湯), 청심보혈탕(淸心補血湯) 같은 처방들은 그 이름에 나타나듯 가라앉은 기운을 끌어올리고 메마른 심혈(心血)을 보충하여 심신을 안정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한의학적으로 보면 JOMO는 단순한 유행어가 아니라, 욕심을 절제하고 감정을 조화롭게 다스리는 양생(養生)의 삶의 태도와 맞닿아 있다.

시장은 언제든 오르고 내린다. 그러나 모든 변동을 내 삶의 성패처럼 받아들이는 순간 마음은 쉽게 병든다. 변동성 앞에서 심장이 뛰고 밤잠을 설친다면, 먼저 살펴야 할 것은 계좌의 숫자가 아니라 내 마음의 상태다. FOMO의 불안을 내려놓고 JOMO의 여유를 선택하는 것, 놓친 기회보다 지켜야 할 내면의 균형에 집중하는 것. 그것이 『동의보감』이 오늘을 살아가는 투자자에게 건네는 가장 오래되고도 현실적인 건강 투자 처방일 것이다. /윤지원 한의약데이터부 선임연구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이제는 공소청, 중대범죄수사청 시대... 우려 목소리 여전
  2. 고성규 한의학연구원장 "한의뇌신경과학 공동연구 확대 및 국제화"
  3. 제24회 이동훈미술상 신현국 작가 본상 영예
  4. 국민의힘, '사고당협' 조직위원장 임명… 대전 서구을은 추가 논의
  5. 지역 최고의 인물 화가 홍상혁 화백 개인전
  1. 수능 서·논술형 도입에 학교도 평가 변화…대전은 교사 전문성 강화
  2. 대전사랑메세나·대전시 새마을회, 나눔과 봉사 실천 위한 협약식
  3. '천안흥타령춤축제 2026' 개막, 참여형 축제로 탈바꿈
  4. 5명 사망 사고 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473건 법 위반
  5. 대전 폭염 관련 구급출동 35건…전년 대비 35% 감소

헤드라인 뉴스


이젠 공소청·중수청 시대… 업무공백 우려 속 출범

이젠 공소청·중수청 시대… 업무공백 우려 속 출범

검찰청이 폐지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이 2일 새롭게 문을 연다. 지역에서는 대전고등검찰청이 대전광역공소청으로, 대전지방검찰청이 대전지방공소청으로 변경돼 이날부터 공식 업무를 시작한다. 개정 정부조직법이 시행되면서 검찰청은 1948년 설립 이후 78년 만에 폐지되며 업무는 10월 2일부터 수사·기소 분리 방침에 따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으로 이원화됐다. 쉽게 말하면 검찰에서 수사 기능은 떼어내고 공소, 그러니까 재판 관련 업무만 남긴 '공소청'이 새로 출범한 것. 이와함께 기존의 경찰과 검찰, 공수처가 아닌 '중수청'이..

충청광역연합 `돈·권한` 싣는다… 특별법 제정 첫발
충청광역연합 '돈·권한' 싣는다… 특별법 제정 첫발

충청권 4개 시·도를 하나의 생활·경제권으로 견인할 충청광역연합의 권한과 재정 기반을 강화하는 특별법 제정 논의가 본격화된다. 현재 시·도에서 넘겨받은 사무를 수행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국가 권한과 재원을 확보해 충청권 공동사업을 보다 주도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1일 대전시와 충청광역연합 등에 따르면 2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대전·세종·충남·충북과 충청광역연합이 참여하는 '충청광역연합 특별법 제정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린다. 이날 4개 시·도는 특별법의 조속한 제정을 위해 국회와 중앙정부에..

대전·충북 아파트 매매가 상승폭 축소…세종 상승 전환, 충남 하락세 유지
대전·충북 아파트 매매가 상승폭 축소…세종 상승 전환, 충남 하락세 유지

대전과 충북의 아파트 매매가격이 상승세를 이어갔으나 오름폭은 축소됐다. 세종은 상승 전환했으며, 충남은 낙폭을 줄였다. 전세가격은 충청권 4개 시·도 모두 상승세를 나타냈다. 1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2026년 9월 넷째 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대전 집값은 전주보다 0.01% 상승했다. 7월 중순 상승 전환한 이후 오름세를 이어갔지만 전주(0.03%)보다 상승폭은 0.02%포인트 줄었다. 충북은 0.04% 올라 상승세를 유지했지만, 전주(0.07%)보다 오름폭이 0.03%포인트 축소됐다. 충남은 -0.03%를 기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국군의 날 기념행사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국군의 날 기념행사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 안전하고 세련된 모습으로 바뀐 무궁화호 안전하고 세련된 모습으로 바뀐 무궁화호

  • ‘대전시는 수소트램 원점 재검토하라’ ‘대전시는 수소트램 원점 재검토하라’

  • 금빛으로 빛난 대전의 영웅들 금빛으로 빛난 대전의 영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