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호우경보에도 '먹통' 전광판·열린 차단기… 폭우 중 유등천 현장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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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호우경보에도 '먹통' 전광판·열린 차단기… 폭우 중 유등천 현장 가보니

8일 재난대응 체계 곳곳 허점... 시민 통제는 사슬 하나뿐
강우량·수위 기준 없는 하상도로 통제

  • 승인 2026-07-09 18:24
  • 신문게재 2026-07-10 3면
  • 이혜린 기자이혜린 기자

대전 지역에 호우경보가 발효되었음에도 하천변 산책로와 하상도로의 출입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시민들이 침수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었습니다.

재해문자전광판이 꺼져 있고 구체적인 차단 기준 없이 현장 판단에만 의존하는 등 방재 시스템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해 침수된 도로에 차량 통행이 계속되는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었습니다.

대전시의 발표와 달리 실제 현장 대응은 부실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재난 대응 시설과 운영 체계의 실효성을 전면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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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우경보가 발효된 7월 8일 대전역과 중촌동 방향으로 이어지는 하상도로 진입로에 작동하지 않는 재해문자정보시스템 전광판과 열린 차단기.(사진=이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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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우경보가 발효된 7월 8일 용문동 일대 유등천변 진입로가 사슬로 통제돼 있다.(사진=이혜린 기자)
호우경보가 발효된 7월 8일 대전 하천변 산책로와 하상도로의 출입 통제가 현장에서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산책로는 통제선이 설치됐음에도 시민들이 쉽게 드나들었고, 하상도로는 침수가 시작된 뒤에도 차량 통행이 이어졌다. 재난 대응 시설과 현장 운영 체계의 실효성을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취재기자가 8일 오후 6시 40분께 찾은 서구 용문동 유등천 인근은 이날 오후 2시 20분 호우주의보가 호우경보로 격상되며 굵은 빗줄기가 이어지고 있었다. 도로를 달리는 차량들은 거센 물보라를 일으켰고, 유등천 수위도 빠르게 불어나고 있었다.

용문교 아래 산책로 진입로에는 형광 연두색 플라스틱 사슬과 '출입통제·침수위험'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설치돼 있었다. 그러나 통제선 안쪽에서는 우산을 쓴 시민들이 산책을 하고 있었고, 빗속을 달리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일부 시민은 사슬 아래를 통과해 산책로를 오갔다.

침수 위험을 알리는 안내는 있었지만 현장에서 시민들의 출입을 통제하거나 우회 동선을 안내하는 인력은 보이지 않았다.

하천변을 따라 이동하던 오후 7시 40분께에는 하천변 출입 자제를 당부하는 재난안전안내문자가 다시 발송됐다. 하지만 문자 발송 이후에도 유등천 일대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일부 진입로에는 통제선이 설치돼 있었지만 쉽게 드나들 수 있었고 다른 진입로는 별다른 통제 없이 개방돼 있었다.

통제선이 설치된 구간과 그렇지 않은 구간이 혼재하면서 시민들이 어느 곳이 통제 대상인지 쉽게 구분하기 어려운 모습도 확인됐다. 실제 통제선이 없는 진입로를 통해 산책로로 들어간 뒤 다른 출입구로 나오는 시민들도 있었다. 일부 출입구만 막는 방식으로는 실질적인 출입 통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상황이 더 위험해 보인 곳은 둔산동과 중촌동을 잇는 삼천교 하부 하상도로였다. 호우경보 문자가 울린 뒤 찾은 현장에는 이미 도로 바닥에 물이 깊게 차올라 있었다. 노란색 차선은 빗물 아래 희미하게 보였고, 차량은 전조등을 켠 채 물보라를 일으키며 위태롭게 지나갔다.

일부 차량은 물 깊이를 확인하듯 속도를 크게 줄여 진입했지만 뒤따르던 차량은 끊임없이 하상도로로 들어왔다. 도로가 잠기기 시작한 상황에서도 차량 진입을 통제하거나 침수 위험을 안내하는 장치는 작동하지 않았다.

하상도로 오르막길 진입로에는 '집중호우시 진입금지'라는 붉은색 경고문이 적힌 철제 바리게이트가 세워져 있었고, 옆에 설치된 '재해문자정보시스템' 대형 전광판도 아무런 안내 문구를 띄우지 않은 채 꺼져 있었다. 호우경보가 발령된 긴급 상황이었지만, 현장 전광판은 침수 위험이나 우회 안내를 시민들에게 전달하지 못하고 있었다.

대전시가 이날 발표한 '호우경보 대처 상황 보고'와도 차이가 컸다. 시는 지자체 내 509개 지점의 CCTV를 집중 관제하고 있으며 71곳의 재해문자전광판을 통해 시민들에게 실시간 상황을 전파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현장에서 확인한 전광판은 작동하지 않고 있었다.

취재 결과 하상도로 통제는 강우량이나 하천 수위 등 객관적인 기준보다 현장 판단에 따라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시 자연재난과에 따르면 하상도로 차단기는 각 자치구가 관리하고 있으며, CCTV와 현장 상황을 보고 자치구가 자체적으로 통제 여부를 결정한다. 강우량이나 하천 수위 등 구체적인 차단 기준은 마련돼 있지 않았다.

하상도로 방재시스템을 관리하는 중구 건설과 도로팀 관계자는 "하상도로 차단기가 설치된 이후에는 기존 바리게이트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며 "현장에 직접 나가 위험 여부를 확인한 뒤 차단기를 작동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CCTV만으로는 하상도로 하부 상황을 세밀하게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기자가 9일 다시 현장을 찾았을 때는 전날 꺼져 있던 재해문자정보시스템 전광판에 '하상도로 이용 시 상황을 주시하라'는 안내 문구가 표출되고 있었다. 호우가 잦아든 뒤에야 안내 체계가 정상 작동한 셈이다.

호우경보가 발효됐던 8일 밤 대전 유등천 일대에서는 경고문은 있었지만 통제는 느슨했고, 전광판은 있었지만 정보는 없었으며, 차단기는 있었지만 작동하지 않았다. 시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장치들이 정작 필요한 순간 현장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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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유등천변 산책로에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사진=이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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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대전역과 중촌동 방향으로 이어지는 하상도로에 차량들이 통행하고있다. (사진=이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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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대전역과 중촌동 방향으로 이어지는 하상도로 진입로에 통제되고 있지 않은 바리게이트.(사진=이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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