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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완하 시인 신간 '푸른 빛의 시간 속으로'./사진=파람북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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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완하 시인 |
이번 시집은 파람북 시집 시리즈 '파람의 시'의 첫 번째 작품으로, 등단 40년 차를 맞은 김 시인이 정년퇴임 이후 선보이는 새 시집이다.
시집은 시인이 오랜 시간 붙들어온 '길'과 '허공'의 이미지를 중심으로, 지나온 삶을 돌아보고 새롭게 맞이한 시간을 바라보는 작품들로 채워졌다. 정년퇴임 이후의 시간, 손자를 둔 조부로서의 일상, 세종에 사는 손주들을 만나기 위해 금강을 오가는 경험 등이 시의 주요한 배경이 됐다.
특히 이번 시집에서는 손자의 탄생과 성장을 지켜보며 발견한 생명의 경이로움이 두드러진다. 손자의 첫돌과 함께 맞이한 첫눈, 손자가 손에 쥐고 있던 작은 돌멩이, 손자와 함께한 자연의 풍경 등 일상의 평범한 장면들은 시인의 시선을 거쳐 생명과 시간, 존재에 대한 사유로 확장된다.
제2부 '손자병법'에 실린 작품들은 이러한 변화가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시인은 어린 생명과 마주하며 오래된 시간과 새로 시작되는 시간을 함께 바라본다. 손자를 향한 애정은 단순한 가족애에 머물지 않고, 생명이 이어지고 다시 시작되는 순간에 대한 시적 성찰로 이어진다.
김 시인이 그동안 꾸준히 천착해 온 '길'과 '허공'의 이미지는 이번 시집에서도 주요한 축을 이룬다. 수록작 '길 속의 길'에서는 막힌 자리에서 다시 새싹을 틔우는 나무를 통해 새로운 길이 열리는 순간을 포착하고, '허공 이론'에서는 비어 있음의 공간을 사랑과 희망의 토대로 바라본다.
자연과 생명에 대한 사유도 한층 깊어졌다. 시인은 일상의 사물과 자연의 풍경을 통해 삶의 상처를 보듬고, 다시 살아가는 힘을 발견한다. 아파트 남쪽 벽에 먼저 핀 목련, 흙을 밀고 올라오는 초록, 길 위에서 만난 사람과 풍경들은 시 속에서 생명의 감각으로 되살아난다.
이번 시집에 대해 나태주 시인은 "삶의 지혜와 문장의 진경을 얻은 득음의 세계"라고 평했다. 이숭원 문학평론가는 "김완하는 높고 낮은 길을 걸어 자신의 생명 공간을 오롯이 완성했다"고 했고, 유성호 한양대 국문과 교수는 "자기 탐구 과정을 성취하면서 가장 아름다운 마음을 상상하고 표현하는 성찰적 언어예술로서 우뚝하다"고 평가했다.
한편, 김 시인은 1987년 '문학사상'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한남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계간 '시와정신'을 창간하는 등 대전 문단과 후학 양성에 힘써왔다. 현재 '시와정신' 발행인 겸 주간, 시와정신아카데미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으로는 '길은 마을에 닿는다', '허공이 키우는 나무', '절정', '집 우물', '마정리 집' 등이 있으며 소월시문학상 우수상, 대전광역시문화상 등을 받았다.
최화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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