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악진흥법'이 가져올 지역 혁신과 조례 제정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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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국악진흥법'이 가져올 지역 혁신과 조례 제정 필요성

김재영 대전국악방송 방송위원

  • 승인 2026-07-08 16:53
  • 신문게재 2026-07-09 18면
  • 최화진 기자최화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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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대전국악방송 방송위원
민족의 희로애락이 담긴 국악은 단순한 과거의 유산이 아니다. 하지만 서양 음악 위주의 문화생태계 속에서 국악은 늘 '보호해야 할 취약한 문화유산'이라는 수동적인 인식에 머물러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2024년 제정된 '국악진흥법'은 국악을 현대의 살아있는 문화산업이자, 지역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매김해 중대한 전환점이 되고 있다. 이 법의 등장은 지자체를 향해서도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어, 관련 조례 입법을 통한 지역발전을 기대할 수 있게 한다. 그 시나리오를 상상해 보자.

지역 고유 콘텐츠의 브랜드화와 로컬리즘의 확산이다. 법의 핵심 중 하나는 지역에 산재한 고유의 국악 자원을 체계적으로 보존하고 육성하는 것이다. 지자체는 조례의 법적·재정적 근거를 바탕으로, 지역 고유의 '국악 IP(지식재산권)'를 구축할 수 있게 된다. 우리 지역은 웃다리농악, 중고제 등 지역의 역사적 서사와 국악을 결합한 독창적인 문화 브랜드가 탄생한다. 이는 획일화된 도시개발에서 벗어나 지역적이면서도 세계적인 고유의 로컬 브랜딩이 가능해진다.

국악 기반의 문화관광 및 지역경제 활성화다. 세계적인 K-컬처 열풍 속에서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경쟁력 있는 콘텐츠로 주목받고 있다. '국악진흥법'은 국악을 활용한 대중화와 산업화의 길을 열어주며, 이를 지역 관광산업과 연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다. 국악 전용극장의 내실화, 지역 국악인 지원 체계 강화를 통해 수도권으로 집중되던 문화소비를 지역으로 분산시킨다. 국악 체험, 체류형 워크숍, 미디어아트를 결합한 국악 페스티벌 등 고부가가치 관광상품 개발이 활성화되면서, 국내외 관광객 유입을 통해 침체된 골목상권과 숙박업이 활기를 띠게 된다. 전통악기 제작, 국악교육 프로그램 운영, 문화상품 기획 등 지역 내 새로운 문화예술 일자리가 창출되어 청년 문화예술인들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는 생태계가 조성된다.

공동체의 회복과 문화 자치, 즉 '문화민주주의' 실현이다. 국악은 본래 마당에서 모두가 함께 어우러지는 '신명'의 문화다. '국악진흥법'은 학교교육 및 사회교육에서 국악의 비중을 높이고 주민들의 접근성을 강화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시민밀착형 국악 프로그램과 동호회 지원이 확대되면서, 국악은 단순히 보는 공연을 넘어서 지역 주민들이 참여하는 '생활문화'로 자리 잡게 되고, 활력을 잃어가는 지역사회에 국악이 가진 연대와 상생의 가치가 스며든다.

주민들이 스스로 문화를 향유하고 전승하는 과정에서 생성하는 자부심 가득한 콘텐츠의 존재는 축제의 모습도 바꿀 수 있다. 정체성 없는 수동적인 일회성 축제에서 벗어나, 관 주도가 아닌 시민 주도의, 대전에서만 접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축제로 이어진다. 세계적인 축제가 대부분 지역성이 강하다는 점은 이와 궤를 같이한다.

현재 전국 지자체의 국악 관련 조례는 모두 70여 개가 제정되어 있으나, 대전은 아직 이 대전환기에 발맞춘 조례 제정에 대한 의지를 찾아볼 수 없다. 대구, 경남, 제주까지 앞다투어 '국악진흥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있는 요즘, 광역시 중 국악 관련 조례가 없는 도시는 대전과 울산뿐이다. 중부권 국악 중심을 자처해야 할 대전광역시의 관심이 절실하고도 시급하다. 부산시는 올해 4월 '국악진흥 및 지원 조례'를 시행했는데, 여기에는 부산시 외의 지자체, 국가기관, 공공기관, 연구기관 등까지 협력 대상으로 명시한 점이 눈에 띈다. 대상을 확대해 상생을 모색한다는 조례 제정의 필요성을 실감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국악진흥법'과 그에 동반한 조례는 지역발전의 토양을 다지는 것과 같다. 지자체의 조례라는 제도적 기반 위에 지역 국악인이 씨앗을 뿌리고, 시민들이 열매를 거두는 것이다. 중앙정부의 일률적인 지원에 의존하기보다, 우리 지역만이 가진 가치가 무엇인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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