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人칼럼] 엽기의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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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人칼럼] 엽기의 미

김홍진 한남대 교수/문학평론가

  • 승인 2026-07-08 16:53
  • 신문게재 2026-07-09 19면
  • 최화진 기자최화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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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진 한남대 교수/문학평론가
모든 사병은 사회가 그립다. 그래, 가야지! 경기도 고양에 자대 배치받은 이놈이 또 오란다. 한 달에 한 번꼴이다. 이번엔 또 휴가를 나와선 부대까지 같이 가잔다. 성가시지만 덕분에 한 달 사이로 국현에서 데미언 허스트, 예전에서 고야를 만나는 호사를 누렸다. 말은 이렇지만, 사실 두 전시회는 내가 아는 허스트나 고야의 세계를 조망하기엔 턱없이 미흡한 형편이었다. 소득이 있다면 이들의 특징적인 요소로서 죽음과 엽기, 그로테스크와 바니타스, 아이러니와 풍자, 치열한 작가의식 등 흔적의 단편을 만났다는 것이다.

동물 사체를 포르말린 용액에 담가놓은 허스트의 수족관과 다이아몬드로 장식한 해골바가지, 이성과 문명의 빛 뒤편 어둡고 축축한 곳에 서식하는 추악한 것들을 불러내 인간 본성의 추와 혐오와 역겨움을 적나라하게 현시하는 고야의 판화. 구토와 혐오, 공포와 엽기적 감정을 유발하는 역겨운 예술(Abject Art), 미에 대한 고전적 관념이나 합리성과 대립하는 환상과 변형, 혼종과 왜곡에 기초한 이미지들을 생산하는 까닭에 보수주의자들에겐 일종의 미학적 한계 현상처럼 보일 수 있다. 허스트와 연관해선 신디 셔먼의 사진, 매튜 바니의 설치미술, 길버트와 조지의 작품 등등을 참조할 만하다.

역사적으로 중세까지만 해도 시체나 사체 묘사는 보편적이었다. 당시 교회나 수도원 벽은 죽음의 무도로 장식되기 일쑤였다. 이는 물론 종교적 메시지 메멘토 모리와 연관한다.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제단화 〈최후의 심판〉을 참조하라. 그러던 게 근대 들어 공공 영역에서 추방되는데, 예컨대 분뇨를 뿌리며 고상을 조롱하던 카니발의 스캐톨로지가 모습을 감춘 이유와 같다. 문명화는 전적으로 생리적인 것을 억압해 온 과정에 다름없다. 빛나는 이성과 합리의 시대에 썩어가는 부패의 악취라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슐레겔, "본성이 변형되는 불쾌한 감정들 중에 오직 역겨움만은 예외다. 여기서 예술의 모든 노력은 헛수고로 끝날 것이다."

인상적인 점은 고야의 판화, 이 전시는 부제 '이성이 잠들 때, 괴물이 깨어난다'가 암시하듯 판화집 《카프리초스》에 집중한다. 그 외의 주요 작품에 대한 영상물은 부수다. 우리가 흔히 아는 외설과 신성모독으로 종교재판에서 압수당한 〈옷 벗은 마하〉 연작, 스페인 전쟁의 학살을 그린 〈1808년 5월 3일의 처형〉, 말년 '귀머거리 집' 은둔 시절 압권 '검은 그림' 연작 〈아들을 먹는 사투르누스〉 같은 작품은 영상을 통해 제공될 뿐이다. 그래도 광기와 죽음, 절망과 공포, 신성모독과 그로테스크가 어디서 연원하는지 짐작할 수 있게 한다. 모든 건 인간 이성과 문명에 대한 지독한 불신과 회의 아닐까.

궁정화가가 된 지 3년째인 1792년 46세 고야는 콜레라로 청각을 잃고 일련의 환상적인 그림들을 그리기 시작한다. 이명과 신경쇠약에 시달리며…. 이런 그림들은 만년의 '검은 그림'들과 깊이 연관한다. 거두절미하고 1799년 82점의 판화를 묶어 발표한 게 이 판화집이다. 여기서 그는 성직자들을 괴물 악마로 묘사하고, 마녀 악마에 사로잡힌 부패한 가톨릭 교회 실상을 풍자한다. 이런 의식은 아일랜드의 프란시스 베이컨으로 연속하며, 이 판화집은 카툰의 원조이기도 하다.

전시의 부제는 판화집의 부제다. 마카브르 성향이 강렬한 판화집에 이성과 괴물을 대립한 까닭을 고야는 "문명사회는 수없이 많은 결점과 실패로 가득 차 있"고, "이는 악습과 무지", "이기심으로 인해 널리 퍼진 편견과 기만적 행위에 의한 것"이라 밝힌다. 그것은 부패하고 타락한 종교, 혁명의 옹호자지만 프랑스의 스페인 침공, 종교재판 회부 등등에서 비롯하지 않았을까. 암튼 사체는 역겨워도 사체 그림은 아름답다.

PS:예술사나 미술사를 전공하지 않았다. 오류가 있다면 용서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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