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시평] 토큰 다이어트 시대, AI는 왜 '알아서 해줘'를 편애하는가

  • 오피니언
  • 중도시평

[중도시평] 토큰 다이어트 시대, AI는 왜 '알아서 해줘'를 편애하는가

최동연 건양사이버대 교육혁신처장

  • 승인 2026-07-07 17:28
  • 신문게재 2026-07-08 18면
  • 고미선 기자고미선 기자
clip20260511135427
최동연 처장
영화 아이언맨에서 토니 스타크는 혼자 천재가 아니었다. 그의 곁에는 늘 자비스가 있었다. 자비스는 단순한 음성비서를 넘어 방대한 정보를 분석하고 설계를 검토하며 위험을 예측해 토니의 생각이 실제 결과물로 이어지도록 돕는 지능형 파트너였다. 자비스가 토니를 대체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토니의 사고 속도와 실행력을 압도적으로 증폭시켰다.

ChatGPT가 세상에 나온 지 3년 반 남짓, 우리도 각자의 손안에 작은 자비스를 갖게 된 듯한 경험을 하고 있다. 글을 쓰고, 자료를 요약하고, 코드를 만들고, 이미지를 생성하고, 강의 자료까지 설계해 주는 AI는 처음에는 거의 공짜 비서였다. 무엇이든 물어보고 시켜도 되는 존재였다. 야근은 줄고, 결과물은 빨라지고, 사람마다 생산성이 갑자기 업그레이드되는 듯했다.

그러나 공짜 비서인 줄 알았던 AI가 언제까지나 커피값만 받고 일해 줄지는 알 수 없다. 처음에는 값싼 도구처럼 보였지만, AI가 사람의 일을 대신하는 동안 그 일을 해내던 인간의 경험과 숙련은 조금씩 줄어들 수 있다. 그런데 나중에 AI 사용 비용이 크게 올라간다면 우리는 무엇을 선택할 수 있을까. AI 시대의 생존력은 '쓸 줄 아는 능력'이 아니라 '운영할 줄 아는 능력'에서 갈리게 된다.

여기서 등장하는 말이 '토큰 다이어트'다. 토큰은 AI가 문장을 읽고 쓰고 처리하는 기본 단위로, 질문과 답변, 자료 처리마다 비용이 쌓인다. 긴 문서를 통째로 넣고 "알아서 해줘"라고 말하는 것은 냉장고 속 재료를 전부 한 냄비에 붓고 좋은 요리를 기대하는 일과 비슷하다. 결과는 나오겠지만 좋은 식단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목적이 불분명하면 더 넓게 해석하고, 자료가 정리되지 않으면 더 많이 읽고, 형식이 없으면 더 길게 쓴다. 문제는 그 성실함에도 비용이 붙는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토큰 다이어트는 AI 사용의 식단을 다시 짜자는 제안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AI를 많이 쓰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만큼 정확히 쓰는 것이다.

앞으로의 격차는 AI를 쓰는 사람과 쓰지 않는 사람 사이에서만 생기지 않는다. AI를 아무 데나 부르는 사람과, 꼭 필요한 곳에 정확히 부르는 사람 사이에서 생긴다. AI 시대의 경쟁력은 많이 쓰는 능력이 아니라 제대로 맡기는 능력이다. 답을 그대로 받는 것이 아니라, 맞는지 검증하고, 비용 대비 가치가 있는지 따져보며, 마지막 판단과 책임을 인간의 몫으로 가져오는 힘이다.

이제 AI 교육은 단순한 활용법을 넘어 AI 리터러시의 고도화로 나아가야 한다. 'AI를 쓸 수 있는 교육'에서 'AI를 왜, 어디까지, 어떻게 쓸 것인가를 판단하는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 특히 성인학습자와 재직자가 많은 사이버대학에서 이 과제는 더욱 현실적이다. 이들은 이미 직장과 현장에서 AI가 바꾸는 업무 환경을 체감하고 있으며, 앞으로의 경쟁력은 AI를 책임 있게 활용하고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능력에서 갈리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이버대학은 학생들이 AI를 많이 쓰게 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AI를 자신의 일과 삶에 실제로 연결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화려한 기술이 아니라, 성인학습자의 현실에 닿는 쓸모 있는 교육이다.

토니 스타크에게 자비스가 있었지만, 마지막 판단은 언제나 토니의 몫이었다. 자비스가 계산하고 분석하고 예측했지만, 무엇을 만들고 무엇을 지킬 것인지는 인간이 결정했다. AI 시대의 교육도 마찬가지다. AI가 더 빨라질수록 인간은 더 신중하게 질문해야 한다. AI가 더 많은 일을 대신할수록 인간은 무엇을 맡기고 무엇을 남겨야 하는지 배워야 한다.

AI 시대의 해피엔딩은 무한히 많이 쓰는 데 있지 않다. 필요한 만큼 쓰고, 정확히 쓰고, 책임 있게 쓰는 데 있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AI 금식이 아니라 AI 식단관리다. 토큰을 아끼는 궁상이 아니라, 지능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교양이다. 공짜 비서처럼 쓰던 AI를 이제는 비용과 책임의 관점에서 다시 배워야 한다. 그것이 토큰 다이어트의 시대에 AI 교육이 감당해야 할 새로운 과제다. /최동연 건양사이버대 교육혁신처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이제는 공소청, 중대범죄수사청 시대... 우려 목소리 여전
  2. 고성규 한의학연구원장 "한의뇌신경과학 공동연구 확대 및 국제화"
  3. 국민의힘, '사고당협' 조직위원장 임명… 대전 서구을은 추가 논의
  4. 제24회 이동훈미술상 신현국 작가 본상 영예
  5. 지역 최고의 인물 화가 홍상혁 화백 개인전
  1. 수능 서·논술형 도입에 학교도 평가 변화…대전은 교사 전문성 강화
  2. 대전사랑메세나·대전시 새마을회, 나눔과 봉사 실천 위한 협약식
  3. '천안흥타령춤축제 2026' 개막, 참여형 축제로 탈바꿈
  4. 5명 사망 사고 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473건 법 위반
  5. “학교에서 느낀 불편·아이디어를 정책으로"…대전교육청, 교육정책 공모

헤드라인 뉴스


이젠 공소청·중수청 시대… 업무공백 우려 속 출범

이젠 공소청·중수청 시대… 업무공백 우려 속 출범

검찰청이 폐지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이 2일 새롭게 문을 연다. 지역에서는 대전고등검찰청이 대전광역공소청으로, 대전지방검찰청이 대전지방공소청으로 변경돼 이날부터 공식 업무를 시작한다. 개정 정부조직법이 시행되면서 검찰청은 1948년 설립 이후 78년 만에 폐지되며 업무는 10월 2일부터 수사·기소 분리 방침에 따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으로 이원화됐다. 쉽게 말하면 검찰에서 수사 기능은 떼어내고 공소, 그러니까 재판 관련 업무만 남긴 '공소청'이 새로 출범한 것. 이와함께 기존의 경찰과 검찰, 공수처가 아닌 '중수청'이..

충청광역연합 `돈·권한` 싣는다… 특별법 제정 첫발
충청광역연합 '돈·권한' 싣는다… 특별법 제정 첫발

충청권 4개 시·도를 하나의 생활·경제권으로 견인할 충청광역연합의 권한과 재정 기반을 강화하는 특별법 제정 논의가 본격화된다. 현재 시·도에서 넘겨받은 사무를 수행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국가 권한과 재원을 확보해 충청권 공동사업을 보다 주도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1일 대전시와 충청광역연합 등에 따르면 2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대전·세종·충남·충북과 충청광역연합이 참여하는 '충청광역연합 특별법 제정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린다. 이날 4개 시·도는 특별법의 조속한 제정을 위해 국회와 중앙정부에..

대전·충북 아파트 매매가 상승폭 축소…세종 상승 전환, 충남 하락세 유지
대전·충북 아파트 매매가 상승폭 축소…세종 상승 전환, 충남 하락세 유지

대전과 충북의 아파트 매매가격이 상승세를 이어갔으나 오름폭은 축소됐다. 세종은 상승 전환했으며, 충남은 낙폭을 줄였다. 전세가격은 충청권 4개 시·도 모두 상승세를 나타냈다. 1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2026년 9월 넷째 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대전 집값은 전주보다 0.01% 상승했다. 7월 중순 상승 전환한 이후 오름세를 이어갔지만 전주(0.03%)보다 상승폭은 0.02%포인트 줄었다. 충북은 0.04% 올라 상승세를 유지했지만, 전주(0.07%)보다 오름폭이 0.03%포인트 축소됐다. 충남은 -0.03%를 기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국군의 날 기념행사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국군의 날 기념행사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 안전하고 세련된 모습으로 바뀐 무궁화호 안전하고 세련된 모습으로 바뀐 무궁화호

  • ‘대전시는 수소트램 원점 재검토하라’ ‘대전시는 수소트램 원점 재검토하라’

  • 금빛으로 빛난 대전의 영웅들 금빛으로 빛난 대전의 영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