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33기의 태극기가 미래 세대에게 묻는다

  • 오피니언
  • 독자 칼럼

[기고] 33기의 태극기가 미래 세대에게 묻는다

  • 승인 2026-07-06 10:31
  • 이성희 기자이성희 기자
오현일 민주평통 대전중구협의회 수석부회장 (배재대 특임교수)
오현일 민주평통 대전중구협의회 수석부회장 (배재대 특임교수)
오래전 대전지역 언론에 보도되며 우리 대전 지역사회에 깊은 울림을 주었던 감동적인 장면이 하나 있다. 바로 우리 지역의 대전동산고등학교가 '나라사랑 실천학교'로서 추진했던 위대한 도전이다.

당시 대전동산고는 본관 옥상의 대형 태극기는 물론, 전국 최초로 33개 전 학급 외벽에 365일 상시 태극기를 게양하는 뜻 깊은 시도를 펼쳤다. 이는 단순한 국기 게양을 넘어, 기미년 3·1운동 당시 독립선언서에 서명했던 '민족대표 33인'의 숭고한 정신을 매일 교실 창밖을 바라보는 청소년들의 마음속에 자연스럽게 새겨 넣은 '일상 속 살아있는 역사 교육'의 모범이었다.

그러나 최근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이 발표한 '2025 통일의식조사' 결과는 오늘날 푸르른 교정에 펄럭이던 태극기의 가치와 기성세대의 역할을 무겁게 돌아보게 만든다. 조사에 따르면 청년 세대의 절반 이상(50.7%)이 '통일은 불필요하다'고 답하며 조사 이래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래 주역인 청소년들에게 분단은 나와 상관없는 먼 나라 이야기이며, 통일은 그저 나의 삶에 무거운 경제적 대가를 지우는 '불편한 부담'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서글픈 현실이다.

평생을 교단에서 미래 통일교육에 헌신하고, 현재 민주평통 대전 중구협의회 수석부회장과 통일부 평화통일 교육위원으로 활동하는 필자는 이 엄중한 지점에서 명확한 해답을 찾는다. 청소년들의 얼어붙은 분단 인식을 깨우는 열쇠는 교과서 속 박제된 활자가 아니다. 대전동산고의 33기 태극기처럼 일상에서 느끼고 몸으로 직접 실천하는 '체험형 안보·평화 교육'만이 아이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실제로 필자가 청소년들과 함께했던 현장에는 언제나 뜨거운 변화가 있었다. 국립대전현충원의 충혼탑 참배와 차가운 묘비를 닦으며 아이들이 흘린 땀방울, 서해수호의 날 행사 참석, 평택 해군 제2함대 사령부에서 폭침된 천안함의 참혹한 상흔을 눈앞에서 마주하며 숙연해지던 아이들의 진지한 눈빛은 결코 거짓이 아니었다. 우리가 누리는 평화가 얼마나 위대한 희생 위에 서 있는지 현장에서 온몸으로 체감한 아이들은 비로소 분단의 아픔을 자신의 삶과 연결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목숨 바쳐 사선을 넘었던 백발의 참전용사 어르신들과 미래 주역인 청소년들이 마주 앉았던 '세족식'은 세대를 뛰어넘는 가장 뜨거운 역사적 교감이었다. 아이들이 거칠고 주름진 어르신들의 발을 씻겨드리며 흘린 감사의 눈물은, 나라사랑의 마음이 거창한 구호가 아닌 숭고한 유산의 계승임을 증명했다. 이러한 건강한 역사관을 바탕으로 매년 '민주평통 고등학생 통일골든벨'에 도전해 뜨겁게 지식을 겨루고, 학교로 찾아가는 '통일퀴즈 원정대'에서 전교생이 평화의 가치를 유쾌하게 깨달아가는 모습에서, 필자는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확신할 수 있었다.

태극기가 바람을 타고 상시 펄럭이듯, 미래 세대의 통일 의식도 일상의 삶 속에서 쉼 없이 자라나야 한다. 현충원에서 땀 흘리고, 천안함에서 안보를 배우며, 참전용사를 예우하고, 통일골든벨로 한반도의 미래 기회를 꿈꾸는 실천의 여정들이 차곡차곡 쌓일 때 청소년들의 '막연한 반대'는 '확고한 평화의 염원'으로 바뀔 것이다. 통일은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라, 우리 아이들에게 저성장과 인구 절벽의 위기를 극복할 무한한 기회의 영토를 넓혀주는 최고의 '미래 투자'이기 때문이다.

대전동산고 교정을 가득 채웠던 33기의 태극기는 오늘날 우리 기성세대와 교육자들에게 묻고 있다. 우리가 흘린 피와 눈물로 지켜낸 이 나라를, 미래 세대에게 어떤 가치로 물려줄 것인가. 민주평통 대전중구협의회는 앞으로도 청소년들이 일상 속에서 나라를 사랑하고, 통일을 무거운 부담이 아닌 '매력적인 미래 시나리오'로 바라볼 수 있도록 행동하는 통일교육의 마중물 역할을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오현일 민주평통 대전중구협의회 수석부회장 (배재대 특임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이제는 공소청, 중대범죄수사청 시대... 우려 목소리 여전
  2. 고성규 한의학연구원장 "한의뇌신경과학 공동연구 확대 및 국제화"
  3. 국민의힘, '사고당협' 조직위원장 임명… 대전 서구을은 추가 논의
  4. 제24회 이동훈미술상 신현국 작가 본상 영예
  5. 지역 최고의 인물 화가 홍상혁 화백 개인전
  1. 수능 서·논술형 도입에 학교도 평가 변화…대전은 교사 전문성 강화
  2. 대전사랑메세나·대전시 새마을회, 나눔과 봉사 실천 위한 협약식
  3. '천안흥타령춤축제 2026' 개막, 참여형 축제로 탈바꿈
  4. 5명 사망 사고 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473건 법 위반
  5. “학교에서 느낀 불편·아이디어를 정책으로"…대전교육청, 교육정책 공모

헤드라인 뉴스


이젠 공소청·중수청 시대… 업무공백 우려 속 출범

이젠 공소청·중수청 시대… 업무공백 우려 속 출범

검찰청이 폐지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이 2일 새롭게 문을 연다. 지역에서는 대전고등검찰청이 대전광역공소청으로, 대전지방검찰청이 대전지방공소청으로 변경돼 이날부터 공식 업무를 시작한다. 개정 정부조직법이 시행되면서 검찰청은 1948년 설립 이후 78년 만에 폐지되며 업무는 10월 2일부터 수사·기소 분리 방침에 따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으로 이원화됐다. 쉽게 말하면 검찰에서 수사 기능은 떼어내고 공소, 그러니까 재판 관련 업무만 남긴 '공소청'이 새로 출범한 것. 이와함께 기존의 경찰과 검찰, 공수처가 아닌 '중수청'이..

충청광역연합 `돈·권한` 싣는다… 특별법 제정 첫발
충청광역연합 '돈·권한' 싣는다… 특별법 제정 첫발

충청권 4개 시·도를 하나의 생활·경제권으로 견인할 충청광역연합의 권한과 재정 기반을 강화하는 특별법 제정 논의가 본격화된다. 현재 시·도에서 넘겨받은 사무를 수행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국가 권한과 재원을 확보해 충청권 공동사업을 보다 주도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1일 대전시와 충청광역연합 등에 따르면 2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대전·세종·충남·충북과 충청광역연합이 참여하는 '충청광역연합 특별법 제정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린다. 이날 4개 시·도는 특별법의 조속한 제정을 위해 국회와 중앙정부에..

대전·충북 아파트 매매가 상승폭 축소…세종 상승 전환, 충남 하락세 유지
대전·충북 아파트 매매가 상승폭 축소…세종 상승 전환, 충남 하락세 유지

대전과 충북의 아파트 매매가격이 상승세를 이어갔으나 오름폭은 축소됐다. 세종은 상승 전환했으며, 충남은 낙폭을 줄였다. 전세가격은 충청권 4개 시·도 모두 상승세를 나타냈다. 1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2026년 9월 넷째 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대전 집값은 전주보다 0.01% 상승했다. 7월 중순 상승 전환한 이후 오름세를 이어갔지만 전주(0.03%)보다 상승폭은 0.02%포인트 줄었다. 충북은 0.04% 올라 상승세를 유지했지만, 전주(0.07%)보다 오름폭이 0.03%포인트 축소됐다. 충남은 -0.03%를 기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국군의 날 기념행사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국군의 날 기념행사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 안전하고 세련된 모습으로 바뀐 무궁화호 안전하고 세련된 모습으로 바뀐 무궁화호

  • ‘대전시는 수소트램 원점 재검토하라’ ‘대전시는 수소트램 원점 재검토하라’

  • 금빛으로 빛난 대전의 영웅들 금빛으로 빛난 대전의 영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