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白壽 김희수와 건양의 사람들] 당신에게 건양은 어떤 이름 입니까…

[白壽 김희수와 건양의 사람들] 당신에게 건양은 어떤 이름 입니까…

●건양대 졸업생-건양대병원 환자-사이버대 졸업생에게 물었다
지역을 바꾼 교육과 의료, 평생학습으로 이어진 변화
세 사람의 삶으로 확인한 김 명예총장의 100년 철학

  • 승인 2026-07-02 18:45
  • 수정 2026-07-02 19:00
  • 박수영 기자박수영 기자

올해 백수를 맞은 김희수 건양대 명예총장이 지역 의료와 교육에 헌신해온 발자취는 건양대 의대생과 암 투병 환자, 그리고 사이버대 만학도의 삶을 통해 희망의 결실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의사의 꿈을 키우는 학생과 지역 병원에서 건강을 되찾은 환자, 배움의 열정을 실현한 졸업생의 사례는 건양의 교육 및 의료 철학이 지역민의 삶에 깊이 뿌리내렸음을 보여줍니다. 이들의 이야기는 지역 대학과 병원이 단순한 기관을 넘어 시민들의 꿈과 생명을 지탱하며 지역 사회의 성장을 이끄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백수(白壽)는 아흔아홉 해를 이르는 말이다. 한자 일백 백(百)에서 한 획을 덜어내면 흰 백(白)이 된다는 데서 유래했다.
올해 백수를 맞은 김희수 건양대 명예총장은 그 비워진 한 획을 지역을 향한 헌신으로 채워왔다. 1962년 영등포의 작은 안과의원에서 시작된 그 길은 건양대와 병원, 사이버대학으로 이어졌고 그 시간은 충청권 의료와 교육의 시간으로 남았다.
지역 사랑은 건물을 세우는 일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 안에서 누군가의 꿈이 자라고, 아픔을 이겨내고, 배움의 기쁨을 느낄 때 비로소 학교와 병원의 이름은 시민들의 기억속에 새겨진다.
'건양'이라는 이름 아래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세 사람이 있다. 사회에 기여하는 의사를 꿈꾸는 건양대 의대생, 건양대병원에서 두 차례의 암 수술을 받아 회복 중인 환자, 예순의 나이에 다시 학생이 돼 건양사이버대를 졸업한 만학도다.
중도일보는 김 명예총장의 발자취를 따라 걷는 세 사람을 인터뷰하고, 그들이 마주 앉아 나눈 대화의 현장을 지면에 담았다. <편집자 주>

김효나
건양대 의과대학 25학번 김효나 학생. (사진=임병안 기자)
●건양고에서 건양대 의대까지… 따뜻한 의사를 꿈꾸는 김효나 학생

"의사 꿈을 품고 이제는 실현하는 과정에 있어"
장학제도와 학생 중심 교육철학, 진학 결정 원동력
"명예총장님처럼 사회에 기여하는 의사가 되고파"

건양대 의과대학에 재학 중인 김효나(21·25학번) 씨는 가족과 함께 고등학생 때 계룡시로 이사하며 낯선 건양고에서 새로운 출발을 했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어색했지만 기숙사에서 친구들과 함께 생활하며 공부에 집중하는 동안 학교생활에 금세 적응했고, 따뜻한 동료애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학업뿐 아니라 진로와 인생에 대한 고민까지 귀 기울여 들어주고 진심으로 응원해 준 선생님들이 지금도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건양고에서의 시간은 자연스럽게 건양대 의과대학 진학으로 이어졌다.

김 씨는 "학교를 다니면서 건양이 추구하는 가치와 비전을 가까이에서 접했고, 저도 그 안에서 의사의 꿈을 키워 실현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며 "장학제도도 잘 마련돼 있어 학업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도 진학을 결심하는 데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의대생이 된 지금은 건양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의 건양이 꿈을 품게 해 준 곳이었다면, 지금의 건양은 그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장시켜 주는 곳이라고 했다. 학생을 위한 학교의 가치와 철학이 지금도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의대 생활은 만만치 않다. 방대한 학업과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시험은 부담이지만, 같은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동기들이 있어 서로 의지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건양대 의과대학 학생이라는 사실에도 자부심을 느낀다.

김 씨는 "지역 밖에서는 건양대를 잘 모르는 분들도 있을 수 있지만, 대전·충청을 대표하는 상급종합병원을 가진 대학에서 배우고 있다는 점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좋은 의료환경에서 배우고 실습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졸업 후에는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의사가 되고 싶다는 꿈도 밝혔다. 수도권 생활이 익숙했던 자신이었지만 건양고와 건양대를 다니며 '건양 가족'이라는 소속감을 느끼게 됐고, 이제는 대전·충청에 정착해 환자 곁을 지키는 의사로 성장하고 싶다고 했다.

안과 의사로 출발해 대학과 병원을 세운 김희수 명예총장에 대한 존경심도 드러냈다.

김 씨는 "한 명의 의사에 머물지 않고 대학과 병원을 세워 더 많은 사람을 키워낸 업적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며 "저도 명예총장님의 발자취를 본받아 질병을 치료하는 것을 넘어 사회에 기여하는 의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20260625-김영일
건양대병원서 암 수술 후 회복중인 김영일씨. (사진=이성희 기자)
●"지역 병원이 살아야 제가 삽니다"… 암을 이겨낸 김영일씨

세 번의 암 고비 넘고 회복중… 건양대병원과 함께한 치료 여정
다학제 진료·신속한 검사에 신뢰… 서울행 대신 지역의료 선택
"저를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김희수 명예총장에 감사 전해


"나중에는 지역에서 진료받겠다는 제 판단이 옳았다고 말하더라구요. 지역 병원이 살아야 제가 사는 길이었습니다."

김영일(81) 씨는 폐암과 대장암 수술을 받은 뒤 현재 림프암 치료까지 건양대병원에서 이어가고 있다. 세 번의 큰 고비를 넘어 지금은 정기 검진을 받으며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그가 가장 감사하게 생각하는 것은 병을 이겨내는 과정에 서울까지 통원하는 어려움 대신 대전 가족 곁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암 진단을 받았을 때 주변에서는 하나같이 서울의 대형병원으로 가라고 권했다. 김 씨 역시 같은 고민을 했다. 하지만 오래전 암 투병을 했던 아내를 따라 수없이 서울을 오가며 치료받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치료비 부담은 물론이고 가족 모두가 시간을 쏟아야 했고, 지쳐가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봤다.

김 씨는 결국 건양대병원을 선택했다. 건양대병원 암센터는 MRI와 CT 등 필요한 검사를 빠르게 진행했고 여러 진료과 전문의가 함께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다학제 진료도 곧바로 이뤄졌다. 그는 무엇보다 치료를 기다리는 시간이 길지 않았다는 점이 큰 위안이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암 환자에게 치료를 기다리는 시간은 하루가 1년처럼 느껴질 만큼 두렵다"며 "의료진이 앞으로의 치료 과정을 자세히 설명해주고 체계적으로 관리해준 덕분에 불안보다 치료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긴 치료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폐암과 대장암 수술에 이어 림프암 치료까지 이어지면서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계속될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든 시간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가족과 의료진은 가장 큰 버팀목이 됐다.

김 씨는 "항암치료로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쳤을 때 의료진이 '지금까지 잘 이겨냈으니 이번에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며 용기를 줬다"며 "질병만 치료한 것이 아니라 환자의 마음까지 함께 돌봐준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지금은 정기적으로 추적 검사를 받으며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다. 암을 겪기 전에는 당연했던 하루하루가 이제는 모두 소중한 시간이 됐다.

김 씨는 비슷한 진단을 받고 서울행을 고민하는 환자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전했다.

김 씨는 "제 친구들 가운데도 의사가 여럿 있는데 처음에는 모두 서울에서 치료받으라고 권했다"며 "하지만 제가 건양대병원에서 치료를 잘 받고 건강을 되찾는 모습을 본 뒤에는 '그때 네 판단이 맞았다'고 말하더라"고 웃었다.

이어 "지역 의과대학과 대학병원이 살아야 결국 지역민인 저도 살 수 있다는 걸 절실히 느꼈다"며 "김희수 명예총장님께는 저를 살려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20260625-정주택
건양사이버대 졸업생 정주택 씨. (사진=이성희 기자)
●배움에는 늦은 때란 없다… 다시 학생이 된 정주택씨

대전변호사회 사무국장, 건양사이버대서 퇴직 이후의 삶 준비
동아리 창설부터 봉사활동까지… 60대에 다시 누린 대학 생활
보건의료복지·심리상담 두 학위 취득… 아내도 함께 평생교육


"배움에는 늦은 때가 없다는 걸 직접 경험해보고 싶었어요."

대전지방변호사회 사무국장으로 일하는 정주택(62) 씨는 올해 건양사이버대학교 보건의료복지학과를 졸업했다. 충남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40여 년을 법률 행정 분야에서 일해온 그가 다시 책을 든 건, 퇴직 이후의 삶을 조금 더 단단하게 준비해보고 싶어서였다.

처음부터 거창한 계획이 있었던 건 아니다. 60세를 앞두고 사회복지사 자격증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도 한번해볼까" 하는 마음이 생겼고, 사이버대에서 컵스태킹 자격과정을 들었던 경험이 계기가 됐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학위과정까지 이어졌다.

정 씨는 "처음엔 심리상담을 공부해보고 싶었는데, 건양사이버대에 보건의료와 복지를 함께 배울 수 있는 학과가 있더라고요. 그게 마음에 딱 들어왔습니다"라며 "병원을 운영하는 대학이라는 점도 믿음이 갔습니다"고 말했다.

직장생활과 학업을 병행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출퇴근 시간을 활용해 강의를 듣고 주말에는 부족한 공부를 보충하며 자신만의 학습 리듬을 만들었다.

정 씨에게 사이버대학은 단순히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는 공간이 아니었다. 웰페어 레크리에이션 동아리 활동을 시작으로 직접 '헬씨치어댄스' 동아리를 창설해 회장을 맡았고, 체육대회와 봉사활동까지 참여하며 누구보다 활발한 대학생활을 보냈다.

그는 "1983학번이었지만 당시에는 시위와 학업 때문에 제대로 된 대학생활을 해보지 못했다"며 "고향이 전북이라 혼자 대전에 올라와 학교를 다녔고, 축제도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 그런데 60대가 돼 다시 대학에 와 동아리 활동과 체육대회까지 하면서 비로소 대학생활을 만끽한 것 같다"고 웃었다.

공부는 일에도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법률 민원을 상대하는 업무를 하면서 심리상담을 함께 공부한 덕분에 사람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그는 "예전에는 민원인을 어떻게 해결할지만 생각했다면 지금은 먼저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게 됐다"며 "말투와 태도에도 여유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보건의료복지학과와 심리상담치료학과 두 개의 학위를 받은 그는 사회복지사 1급과 보험심사평가사 자격도 취득했다. 현재는 직업상담사 시험을 준비하는 한편, 다음 달부터는 엑셀 교육도 들을 예정이다. 아내 역시 그의 권유로 건양사이버대에 입학해 현재 재학 중이다.

그는 평생교육을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전했다.

"학교에 와 보니 70대, 80대에도 공부하는 분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저 역시 앞으로도 계속 배우며 사회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나이는 정말 숫자에 불과합니다."

임병안·박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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