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 세계유산과 대전 이사동 은진송씨 묘역의 역사문화적 가치

  • 오피니언
  • 시사오디세이

[시사오디세이] 세계유산과 대전 이사동 은진송씨 묘역의 역사문화적 가치

박양진 충남대학교 고고학과 교수, 대전충남 민언련 공동대표

  • 승인 2026-06-22 16:38
  • 신문게재 2026-06-23 18면
  • 심효준 기자심효준 기자
2023112001001576700062641
박양진 충남대 교수
올해 7월 19일부터 29일까지 부산에서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본회의가 개최된다. 전 세계 196개 협약국 대표단과 전문가 등 300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세계유산 제도는 1972년 유네스코의 '세계 문화 유산 및 자연 유산 보호에 관한 협약'에서 시작되었으며, 그 첫 번째 상징적 사례는 바로 이집트 나일강 기슭에 위치했던 아부 심벨 사원이다. 홍수 조절과 전력 발전을 위해 아스완 댐을 건설하면서 수몰 위기에 처했던 이 고대 유적을 국제사회가 협력해 통째로 높은 곳으로 이전하여 복원한 것은 인류 공동의 유산을 지키기 위한 국제적 연대와 협력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문화 유산, 자연 유산, 복합 유산으로 구분되는 세계유산의 목록에는 현재 170개국의 1248개 유적이 등록되어 있다. 이 목록은 단순히 유명 관광지의 나열이 아니라, 다양한 인류 문명의 정수와 자연의 경이로움을 집대성한 것이며, 각 유산은 탁월한 보편적 가치와 진정성, 완전성 등을 기준으로 선정된 것이다. 한때는 각 나라간의 과도한 등재 경쟁이라는 부작용도 발생하였지만, 10여 년부터 매년 1국가 1개 유산 등록으로 제한되면서 보다 많은 국가에게 등재의 기회가 주어지고 있다.

한국 역시 세계유산 등재국의 중요한 일원이다. 종묘, 해인사 장경판전, 불국사와 석굴암, 조선왕릉, 백제 역사 유적 등 15건의 문화 유산과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갯벌 등 2건의 자연 유산은 한국의 역사와 자연을 세계에 알리는 대표적 얼굴이다. 우리나라 세계유산의 특징은 역사적 층위의 다양성과 자연과 인간의 공존이라고 할 수 있다. 다양한 선사시대의 문화로부터 삼국시대의 고분과 불교 문화, 조선 왕조의 제례 공간, 그리고 화산섬의 생태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세계유산은 동아시아 역사와 세계 문명사의 중요한 축을 형성한다.

우리 지역의 문화유산 가운데 세계유산으로서의 충분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곳이 하나 있다. 대전 이사동의 은진 송씨 묘역은 국내 최대 규모의 단일 문중 집단 묘역으로서, 수십만 평에 1000여 기의 무덤과 수십 개의 재실(齋室)을 갖추고 있다. 1499년 사망한 송요년의 무덤이 조성된 이후 500년 이상 유교와 그 상장 의례 전통에 따라 조성된 무덤과 부속 석물, 제례 건물 등이 분포하고 있다. 또한 묘역에서 지내는 제사 의례의 무형 유산과 제례의 절차, 제물, 제사 일정 및 참가자 등을 기록한 사산참제록 등의 기록 유산도 함께 남아 있다.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포함한 세계유산 등재 요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생각된다.

최근 세계유산의 등재 경향 가운데 하나는 상호 밀접하게 관련되는 일련의 유적들을 하나의 목록으로 등재하는 것이다. 산사 한국의 산지 승원은 7곳, 한국의 서원은 9곳, 가야고분군은 7곳이 이미 하나의 목록으로 함께 등재된 바 있고, 이러한 등재 경향은 세계의 다른 지역에서도 확인된다. 이사동 묘역 단독으로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는 것보다 우리나라의 여러 지역에 분포한 문중 또는 종중 묘역 가운데 이사동처럼 현재 보존 상황이 양호하여 진정성과 완전성이 뛰어난 6-7개의 지점을 선별하여 함께 등재를 추진한다면 그 가능성이 훨씬 커진다. 이미 유형문화유산 등으로 지정된 인천 의령남씨 종중 묘역, 반남박씨 대종중 묘역, 광주 양송천 묘역 등이 이사동 묘역과 함께 공동으로 등재 후보가 될 수 있다. 대전시와 다른 지자체, 국가유산청이 협력하고 연대한다면 세계유산의 잠정목록 등재부터 충분히 추진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다음 달 부산에서 열리는 세계유산위원회는 단순한 국제회의가 아니라 자연과 문화 세계유산을 통해 인류의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자리이다. 훼손과 파괴, 왜곡 등의 위기에 처한 인류 공동의 유산을 잘 보호하고 보존하여 후세에게 온전히 물려주는 것은 인류의 미래를 지키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대전의 귀중한 문화유산인 이사동 은진 송씨 묘역의 역사적 가치를 재인식하여 세계유산에 등재될 수 있도록 추진하는 것은 인류 공동의 역사문화적 기억을 더욱 풍성하게 하려는 의미 있는 시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박양진 충남대학교 고고학과 교수, 대전충남 민언련 공동대표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정부·대기업의 '3대 메가 프로젝트'… 세종시는 소외되나
  2. 삼성전기, 세종사업장 투자 공식화…"그룹 차원 충청 140조 투자"
  3. '소통' 약속한 오석진…교육공무직 요구안 어디까지 수용할까
  4. 대전권 4년제 기회균형선발 격차… 대전대 전국 평균 웃돌아
  5. 대전경찰청 간부, 여경 모욕·스토킹 혐의로 불구속 송치 후 수사중
  1. 한화에어로 대전사업장 사고에 시민사회단체 "우주·방산 재검토 해야"
  2. 12년 대전교육 마무리한 설동호 교육감… "교육 향한 마음은 계속"
  3. 대전시, 민선 9기 온통대전 위한 숨고르기
  4. 내달부터 지하철에 리튬배터리 구동 탈 것과 대용량 리튬배터리 반입 제한
  5. '탄소중립 권위자' 배충식 교수, KAIST 새 총장 맡는다

헤드라인 뉴스


민선9기 지방정부 7월 1일 출범… 충청홀대론 극복 `발등의 불`

민선9기 지방정부 7월 1일 출범… 충청홀대론 극복 '발등의 불'

충청의 미래를 이끌어갈 민선 9기 지방정부(세종시 5기)가 7월 1일 공식적으로 닻을 올린다. 국민의힘에서 더불어민주당으로 지방권력이 전면 교체된 충청권 4개 시·도지사들은 이날 취임식을 갖고 4년간의 임기를 시작한다. 이재명 정부 집권 2년 차에 발맞춰 여당 출신 단체장들이 충청홀대론 극복과 지역 발전 견인은 물론 위기의 재정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가 관건이다. 이날 오전 10시 대전시청에서 취임하는 허태정 대전시장은 '우리 모두의 대전, 온통 행복한 시민'을 민선 9기 슬로건으로 확정했다. '우리 모두의 대전'에는 시민이 시정의..

이 대통령 2일 충남 아산서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 주재
이 대통령 2일 충남 아산서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 주재

이재명 대통령은 2일 충남 아산에서 '충청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를 주재한다.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 프로젝트 국민보고회 후속 행사로, 정책 방향을 재차 설명하고 세부적인 계획도 부연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30일 "이 대통령은 어제 청와대에서 주재한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 보고회'에 이어 오늘부터 세 차례, 주요 성장 거점을 중심으로 국민 보고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가장 먼저 이날 오후 전남광주특별시에서 '서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를 열었다. 보고회에는 삼성전자와 SK 하이..

"마트 규제하면 시장 살아 난다" 옛말 …유통정책 전환 필요
"마트 규제하면 시장 살아 난다" 옛말 …유통정책 전환 필요

대형마트를 규제하면 전통시장이 살아난다는 정책 기조가 흔들리면서 변화한 유통환경에 맞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온라인 쇼핑이 유통시장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지만, 정책은 여전히 이전 환경에 머물러 있어 종사자들은 생존에까지 위협받고 있는 처지에 놓여있다. 30일 대전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2024년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둘째·넷째 일요일에서 평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전통시장과 소상공인 등 이해관계자 간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관련 논의는 더 이상 진전되지 않고 있다. 이후 유통 환경은 크게 달라졌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여름철 수상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생존수영 여름철 수상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생존수영

  • 제14대 허태정 대전시장 취임식 준비 분주 제14대 허태정 대전시장 취임식 준비 분주

  • ‘성범죄 징계 없이 끝난 9대 대전시의회를 규탄한다’ ‘성범죄 징계 없이 끝난 9대 대전시의회를 규탄한다’

  • ‘끝까지 찾고, 끝까지 예우한다’…6·25 전사자 발굴유해 합동안장식 ‘끝까지 찾고, 끝까지 예우한다’…6·25 전사자 발굴유해 합동안장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