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제복 뒤에 숨겨진 눈물, 이제는 우리 모두 ‘생명지킴이’가 될 때

  • 전국
  • 광주/호남

[독자투고] 제복 뒤에 숨겨진 눈물, 이제는 우리 모두 ‘생명지킴이’가 될 때

김태훈 고창경찰서 모양지구대 경감

  • 승인 2026-06-17 09:46
  • 전경열 기자전경열 기자
고창경찰서 모양지구대 경감 김태훈 (1)
김태훈 경감 고창경찰서 모양지구대.(사진=고창경찰서 제공)
최근 경찰청에서 열린 '생명지킴이 비전 선포식'에 다녀왔다. '생명존중'이라는 무겁고도 고귀한 가치를 경찰 조직 내외에 확산하겠다는 이번 선포식은 무척 뜻깊고 감동적인 자리였다. 동료의 작은 변화를 알아차리고 서로가 서로의 안전망이 되어주겠다는 다짐의 목소리를 들으며, 가슴 한편이 든든해지면서도 동시에 묵직한 책임감이 밀려왔다.

우리는 흔히 경찰관을 '시민의 영웅'이나 '단단한 바위'처럼 여긴다. 범죄 현장을 소탕하고, 재난 속에서 시민을 구하며, 가장 위험한 순간에 가장 먼저 달려오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포식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은 생각은 하나였다. "저 단단해 보이는 제복 아래 숨겨진 인간으로서의 고뇌와 상처는 누가 돌보아 주고 있는가?"

경찰관의 일상은 스트레스의 연속이다. 주취자의 폭언과 난동을 받아내는 것은 예삿일이고, 참혹한 사건·사고 현장을 목격하며 받는 정신적 충격(트라우마)은 마음속 깊은 곳에 고스란히 쌓인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긴급 상황 때문에 24시간 긴장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이들에게 '심리적 안정'은 어쩌면 사치처럼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많은 경찰관이 우울증이나 수면장애, 나아가 극단적인 심리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통계는 그리 새삼스럽지 않다. 남의 생명을 지키느라 정작 자신의 생명이 허물어지고 있는 줄도 모르는 눈물겨운 역설이다. 영웅 이기 전에 그들도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이자, 상처받으면 아픈 평범한 인간이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생명 지킴이 비전 선포식'은 단순한 일회성 행사를 넘어, 경찰 조직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중요한 신호탄이 되어야 한다. 동료가 보내는 위험 신호를 감지하는 '자살 예방 생명 지킴이'를 양성하고 마음 건강 센터를 확충하는 등 내부적인 심리 지원 체계를 촘촘히 다지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아울러 우리 사회의 시선도 달라져야 한다. 경찰관에게 무조건 적인 희생과 강인함만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안전하게 마음을 터놓고 치유 받을 수 있도록 지지해 주어야 한다. 경찰관이 심리적으로 안정되어야 그들이 지키는 시민의 치안 서비스 질도 높아질 수 있다.

"시민의 생명을 지키는 경찰, 그들의 생명은 우리가 함께 지켜야 한다"

이번 비전 선포식이 선언적인 구호에 그치지 않고, 대한민국 모든 경찰관이 제복을 입고도 마음 편히 숨 쉴 수 있는 든든한 '심리적 안전기지'를 만드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김태훈 고창경찰서 모양 지구대 경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청주서 국내 최초 고고학 대박… 운천동서 고려 ‘청석탑’ 온전하게 나왔다
  2. 담양군, 전남도 예쁜정원 콘테스트 최우수상·우수상 석권
  3. 전쟁 끝났는데 홀짝제 풀리나…차량 2부제 완화 여부 관심
  4. 성남 원도심, 대규모 정비사업 본격화…도시 균형발전 시험대 오른다
  5. 충남대 통합 찬반투표 앞두고 쟁점 재점화…17일 대토론회
  1. “도심 속 워터파크가 공짜”… 청주시 어린이 물놀이장 ‘피켓팅’ 시작된다
  2. [현장의 사람들] 불길이 남긴 흔적 쫓아 원인 밝힌다…대전동부소방서 곽맹걸·이태규·김재능 화재조사관
  3. "우주에서 본 지구, 협력이 답이었다" 우주인 이소연 박사 대전ISS서 강조
  4. 가축방역 최전선 '공중방역수의사' 처우 개선 '첫 단추' 끼웠다
  5. 충청권 의료현안 정조준 복지부 국립대병원 육성안…상경진료·치료가능 사망률 효능 주목

헤드라인 뉴스


충청권 반도체 패키징 벨트 `호남 투자론`에 제동 우려

충청권 반도체 패키징 벨트 '호남 투자론'에 제동 우려

<속보>=충청권을 중심으로 추진되던 반도체 후공정 투자 구도에 변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지역 사회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본보 6월 11일자 1면 보도> 더구나 국가균형발전 기조 속에 정치권을 중심으로 호남권 반도체 투자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지만, 충청 정치권에선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투톱의 충청권 기존 투자 계획 이행은 물론 신규 투자 등을 위해선 지역 정치권의 전력투구가 요구된다. 17일 지역 정·관가와 업계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23년 충남 천안·온양을 첨단 패키..

대전의 아들 황인범 월드컵서 아시아 유일 베스트일레븐 선정
대전의 아들 황인범 월드컵서 아시아 유일 베스트일레븐 선정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눈부신 경기력을 뽐낸 '대전의 아들' 황인범이 월드컵 선수들 중 베스트 일레븐에 뽑히며 활약을 인정받았다. 글로벌 축구 콘텐츠 매체인 '매드 풋볼(MAD FOOTBALL)'은 월드컵 조별리그 A~H조 1차전 중간 베스트 일레븐을 선정했다. 황인범은 4-3-3 포메이션으로 선정된 베스트일레븐에서 미드필더의 한 자리를 차지하며, 아시아권에선 유일한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남은 미드필더 두 자리는 자말 무시알라(독일), 페드리(스페인) 등이다. 황인범은 세계적인 선수들과..

[청년이 미래-2편] "자연스럽고 안전하게".. 대전시가 잇는 청년들의 인연
[청년이 미래-2편] "자연스럽고 안전하게".. 대전시가 잇는 청년들의 인연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싶지만, 도대체 어디서 만날 기회를 찾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좋은 인연을 만나고 싶다는 마음은 있어도 일상 속에서 만남의 기회는 점점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비대면 문화와 개인화된 생활방식으로 새로운 사람을 만날 접점이 감소한 데다, 학업과 취업 준비, 바쁜 직장 생활 등으로 인해 관계를 형성할 시간적 여유도 부족한 상황입니다. 또한, 온라인 중심의 만남이 늘면서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만남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지고 있는데요.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새로운 만남'을 갈망하는 청년들을 위해 대전시가 마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여름철 풍수해 대비 장비 점검 여름철 풍수해 대비 장비 점검

  • 수족구 예방…‘꼼꼼하게 손 씻어요’ 수족구 예방…‘꼼꼼하게 손 씻어요’

  • 접시꽃에 담긴 여름 접시꽃에 담긴 여름

  • 임직원들이 함께 즐기는 월드컵 임직원들이 함께 즐기는 월드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