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칼럼] 세종시여, 다시 '청렴'으로 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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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칼럼] 세종시여, 다시 '청렴'으로 답하라

김정환 세종시 자치경찰위 사무국장(청렴 강사)
"다산의 육자염결(六字廉訣), 청렴의 길을 묻다"

  • 승인 2026-06-11 17:29
  • 수정 2026-06-11 17:41
  • 이희택 기자이희택 기자
세종시청
세종시청사 전경. (사진=중도일보 DB)
다산 정약용은 고을 수령으로 부임하는 친구의 아들에게 중국의 고사를 들어 짧지만 깊은 가르침을 남겼다. 바로 '육자염결(六字廉訣)'이다. 청렴할 염(廉)자를 여섯 번 되새기며 공직자가 갖추어야 할 자세를 일러준 글이다.

그 뜻은 단순하다. 재물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사사로운 이해관계에 휘둘리지 않으며, 직위를 권력이 아닌 책임으로 받아들일 때 비로소 공직자는 명철한 판단력과 신뢰에서 비롯된 권위, 그리고 어떠한 압력에도 흔들리지 않는 강직함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200여 년 전의 가르침이지만, 그 울림은 지금도 생생하다. 행정 환경은 크게 달라졌지만, 공직자에게 요구되는 본질은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민의 눈높이는 높아지고 행정의 투명성에 대한 요구는 더욱 커졌다.

오늘날 청렴은 더 이상 개인의 미덕이 아니다. 공직자가 반드시 갖추어야 할 기본 자질이자 시민의 신뢰를 얻는 출발점이다.

국제투명성기구(TI)가 발표한 2025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에서 우리나라는 182개국 가운데 63점에 31위를 기록했다.

OECD 38개 회원국 중에서도 22위에 머물렀다. GDP 10위국에 어울리지 않는 성적이다. 제도는 꾸준히 개선되고 있지만 국민이 체감하는 청렴 수준은 여전히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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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환 자치경찰위 사무국장
이는 중요한 사실을 말해 준다. 청렴은 제도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무리 좋은 규정과 시스템을 갖추더라도 이를 실천하는 사람의 의식과 조직문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변화는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결국 신뢰는 제도가 아니라 사람을 통해 완성된다.

세종시의 현실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2023년 종합청렴도 2등급을 기록했던 세종시는 2024년 3등급, 2025년에는 4등급으로 하락했다.

이는 단순한 평가 결과가 아니다. 시민들이 시정에 보내는 신뢰의 온도가 낮아지고 있다는 경고이자, 조직 스스로 변화의 이유를 찾아야 한다는 메시지다.

이 대목에서 필자 역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세종시 감사위원회 위원을 역임했고, 현재 국민권익위원회 국가청렴권익교육원 등록 청렴교육전문강사로 활동하며 전국의 공공기관과 세종시 공직자들에게 청렴의 중요성을 전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렴은 교육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강의실에서 전한 가치가 공직사회의 문화와 행동으로 이어지고, 그것이 다시 시민의 신뢰로 연결될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만약 그러한 변화에 충분히 기여하지 못했고 그 결과가 청렴도 하락으로 나타났다면, 필자 또한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래서 이 글은 누군가를 탓하기 위한 지적이 아니라, 청렴을 이야기해 온 사람으로서 스스로를 돌아보는 성찰에서 출발한다.

그렇다면 세종시가 다시 청렴으로 답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첫째, 청렴을 규정이 아닌 문화로 만들어야 한다.

청렴은 금품을 받지 않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동료를 존중하고 민원인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하는 배려에서 시작된다. 내가 듣고 싶은 말처럼 말하고, 내가 받고 싶은 대우처럼 행동하는 역지사지의 문화가 조직 안에 자리 잡을 때 청렴은 비로소 일상이 된다.

둘째, 간부들이 먼저 변해야 한다.

조직문화는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간부들의 솔선수범은 어떤 교육보다 강력한 메시지가 된다. 반대로 직위를 앞세운 권위주의적 업무 방식과 갑질 문화는 조직의 신뢰를 무너뜨린다. 직원들은 상급자가 말하는 청렴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청렴에서 더 큰 울림을 받는다.

셋째, 청렴은 시민이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 민원은 더욱 친절하고 투명하게 처리돼야 하며, 인·허가와 계약은 공정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시민이 행정 현장에서 신뢰와 만족을 느낄 때 비로소 청렴은 숫자가 아닌 현실이 된다.

그러나 조직문화와 제도만으로 청렴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청렴의 마지막 실천자는 공직자 한 사람, 한 사람이다. 존중과 배려의 문화도, 간부의 솔선수범도, 시민의 신뢰도 모두 개인의 선택과 행동에서 시작된다.

필자는 이를 '청렴 3·3·3 실천법'이라고 부른다.

첫 번째 3은 '세 번 생각하기'다. '어떤 일을 하기 전에 이것이 규정에 맞는지, 공익에 부합하는지, 그리고 가족과 동료 앞에서도 떳떳할 수 있는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것이다. 잠시 멈춰 생각하는 습관이 부패를 예방하는 첫걸음이다.

두 번째 3은 '세 번 거절하기'다. 부당한 청탁과 유혹은 한 번의 거절로 끝나지 않는다. 말로 거절하고, 행동으로 선을 긋고, 필요하면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거절이 분명할수록 유혹은 멀어지고 청렴은 가까워진다.

마지막 3은 '세 가지 행동하기'다. 부당한 일을 알게 됐을 때는 모른 척하거나 침묵해서는 안 된다. 즉시 보고하고, 관련 자료를 보존하며, 정해진 절차에 따라 신고해야 한다.

침묵은 문제를 키우지만, 행동은 조직을 바꾼다. 청렴은 잘못을 발견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바로잡기 위해 행동할 때 완성된다.

결국 청렴은 특별한 사람이 실천하는 덕목이 아니다. 일상의 업무 속에서 올바른 선택을 반복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실천이 모여 만들어진다.

그리고 그러한 작은 실천이 쌓일 때 조직문화가 바뀌고 시민의 신뢰도 함께 높아질 것이다.

다산의 육자염결도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재물에 염(廉)하고, 사심에 염(廉)하고, 직위에 염(廉)하라. 그러면 밝음이 오고, 위엄이 서며, 강직함이 남는다.

세종시 청렴도 4등급이란 결과는 분명 아프다. 그러나 위기 속에는 언제나 변화의 기회가 숨어 있다. 공직자 한 사람의 작은 실천이 조직문화를 바꾸고, 조직문화의 변화는 시민의 신뢰를 회복한다.

다산은 200여 년 전 이미 답을 남겨 두었다.

재물에 염(廉)하고, 사심에 염(廉)하고, 직위에 염(廉)하라. 그러면 밝음이 오고, 위엄이 서며, 강직함이 남는다.

청렴의 출발도 사람이고, 완성도 사람이다.
국민권익위 국가청렴권익교육원 등록 청렴교육 전문 강사 김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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