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정회고록) “남기고 싶은 이야기”(21회)청렴 강직한 이근영 전 천안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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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도정회고록) “남기고 싶은 이야기”(21회)청렴 강직한 이근영 전 천안시장

김용교(前 충남도정책기획관/前 아산시 부시장)

  • 승인 2026-06-09 09:30
  • 신문게재 2026-06-10 10면
  • 한성일 기자한성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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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천안아산역은 일반철도 아산역,서울지하철1호선개통,평택오송간지하고속철도, GTX-C노선,고속버스복합환승터미널 등 교통의 중심지로 성장하고 있다. 사진=김용교 제공
김용교 부시장
김용교(前 충남도정책기획관/前 아산시 부시장)
(2)존경받는 상사는 청렴·강직하고 화합에 방점을 둔다

그 당시 시장·군수들이 가뭄극복 현장을 둘러보면 읍면장, 부읍면장, 산업계장, 그밖에 읍면 직원들 모두가 가뭄현장에 나와 일하는 모습이 여느 때의 공무원 신분이 아니라 토목공사현장 인부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초록색 새마을 모자를 쓰고 얼굴은 시커멓게 그을렸고, 런닝만 입은 상의는 땀과 흙탕물로 뒤범벅이 되어 군수가 와서 옆에 서 있는 줄도 모르고 뙤약볕 아래서 기술자도 아니면서 양수기 고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무슨 말로 위로해야 할지 말이 안 나오는 참상이었다.

이근영 군수의 속마음을 들여다본다면 "군수가 차만 타고 다니며 수고한다고 손을 잡아준들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이며 빈손·맨입으로 읍면 한해 대책 현장을 찾아가서 독려한다는 것은 양심이 허락하질 않았던" 것이다.

막걸리 한 통, 시원한 음료수 한 박스, 달콤한 수박, 참외, 라면 한 박스라도 전달하지 않고는 마음이 불편한 정도가 아니라 군수 직분을 수행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곤혹스러운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예산에 계상된 업무추진비는 이미 소진이 되었고 잔액은 없었다. 그렇다고 청백리로 정평이 난 이근영 군수로서는 관내 업체에게 손 벌린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근영 군수는 결심하였고 지시하였다.

1) 예비비를 지출해서 읍면직원들을 격려해주자.

2) 사기의 원천은 인정감 부여다. 그렇게라도 해서 읍면직원 사기와 위신을 다소라도 회복시켜주자.

3) 예비비로 업무추진비를 지출한다는 것, 위법인 줄 나도 잘 알고 있다. 또 상급 기관인 충남도, 내무부와 감사원에서 감사를 받게 되면 위법 부당한 예산 지출에 대해 징계 요구를 하게 될 것이다.

4) 그렇지만 위법 부당하다는 것, 징계가 우려된다는 것보다 더 시급하고 중대한 것은 농민들의 타들어가는 속을 식혀줘야 한다는 것과 공무원들의 사기를 회복시켜 주는 일이라는 점이다.

5) 예비비 지출에 대한 모든 책임은 군수가 지겠다.

대략 이같은 요지로 이근영 군수의 심경 토로가 있었다는 것이다. 나를 비롯한 지방과 기획예산계 직원들은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부여군수가 보고한 예비비 지출공문은 지방과장까지 공람 처리로 그쳤다. 이근영 부여군수는 행정수행에 있어 이번의 예비비 지출은 합법성보다 합목적성을 선택했던 것이다.

지방자치 행정현상은 워낙 다양하고 복잡하여 이들 모두를 상정하고 일일이 법령에 담을 수는 없다. 무수한 경우의 수를 문제가 있다 하여 회피하거나 법대로만 나갈 수만은 없는 것이다. 공익 우선의 기준과 주민복리의 잣대로 해법을 찾는 것이 봉공(奉公)의 정신인 것이다. 합법성과 합목적성의 경계를 넘나들기가 이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이근영 부여군수는 그 후 충남도 식산국장을 거쳐 내무국장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그 당시 우리나라는 개발년대, 관선시대로 국가안보와 식량 자급, 수출증대가 국정의 최대 과제였고 목표였다.

따라서 지방의 자율성은 미미한 수준이었고 국가의 통합성이 강조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었다. 국민의 뜻을 모으고, 힘을 합하여 "우리도 한번 잘살아 보세"를 외치며 국가 전체의 효율성을 높이고 대화와 설득에 역량을 모아 나갔다.

그러기 위해 중앙정부와 지방행정기관 간의 의사소통과 의사 결정은 중앙의 방침과 의지에 따라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했으므로 이를 효과적으로 이행하기 위해 인사권이 하나의 방편으로 행사된 측면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시도에 대한 인사권 행사의 상당 부분은 중앙정부에서 이루어졌고 시군에 대한 인사권의 경우도 상당 부분을 시도에서 행사한 측면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도의 인사 주무국장인 내무국장은 그 위상과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었고 그 당시 150여 명이 넘는 도청 계장들 중에는 직선라인의 상사인 국장보다 내무국장을 더 바라보는 경우도 있었다. 내가 몸담고 있던 도청 지방과 기획예산계는 내무국장 휘하에 있었지만 나는 7급 하위직으로서 국장을 뵐 기회는 많지 않았다.

시군의 본 예산이나 추경 예산 심의 결과 보고 때 국장실에 배석하는 정도였고 일상업무는 주로 기획예산계장이 보고하였다.

그러던 중 매년 8월이면 전국적으로 을지연습이 실시되는데 충남도청의 경우도 대전 보문산 벙커에서 24시간 교대근무로 도상연습과 일부 실제훈련을 일주일간 실시하였다. 매일 아침에는 실국장들이 24시간 연습상황을 도지사께 보고하였는데 나는 내무국 연습상황을 종합기획하여 내무국장께서 검토해주시면 궤도걸이 전지 차트에 옮겨쓰는 것까지 내가 직접 담당하였다.

이같이 취합하여 기획하고 차트 작업까지 하다 보니 나는 밤을 꼬박 샐 수밖에 없었는데 이근영 국장께서도 참 대단한 분이셨다.

다른 국장들께서는 밤 12시가 넘으면 관사로 가서 잠깐 눈을 붙이고 새벽에 출근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국장께서는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할지언정 의자에 꼬박 앉아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이근영 국장께서는 청렴(淸廉)에 강직(剛直)까지 갖추신 분이셨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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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영 천안시장은 메타세콰이어 애호가다. 천안 시가지를 지나다보면 메타세콰이어 거리가 이곳 저곳 눈에 띈다. 사진=김용교 제공
사람마다 가치판단이 각기 다르겠지만 나의 공직 경험에 비추어 볼 때에 부하로부터 존경받는 상사들의 공통점을 보면

<첫째> 청렴하고 강직하다는 점 (예의 염치의 교양을 다한다는 점) 열 가지 잘하고 청렴 강직하지 못하면 잘한 열 가지는 묻혀 버리게 된다.

<둘째> 상사가 부하로부터 존경을 받으려면 업무처리에 실력이 있어야 한다는 점, 실력이 부족하면 부하로부터 얕보임을 당하게 된다.

<셋째> 인간관계가 원만해야 한다는 점

인간관계가 원만하지 못하면 백약이 무효다. 재주 중 가장 큰 재주는 화합이고, 화합은 겸손과 포용에서 나오며 인간관계가 만사를 좌우한다. (이같은 관점에서 나는 인간관계에 실패한 공직자로 지금도 끊임없이 참회하고 있다)

나는 4급 서기관 공무원 자격으로 정책담당관으로 있을 때 충남도 도시계획위원회 위원으로 4년간 참여한 바가 있다.

천안시의 경우 천안시청사 이전 문제가 큰 이슈가 되었는데 이근영 천안시장께서 도청 도시계획위원회에 직접 출석하셔서 천안시청 이전의 필요성을 10여 분간 설명 하는 가운데 "1960년부터 공직생활을 해오면서 하늘 우러러 부끄럽지 않게 살아왔다"는 말씀을 하셨다.

지금도 그 한 마디가 기억에 생생하다. 사실이 그러하고 자신감과 확신이 없으면 감히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근영 행정가는 충남도 내무국장 역임 후 2대에 걸친 관선 천안시장, 공주시장, 대전직할시 부시장을 역임하였고 본격 지방자치 시대를 맞이하여 1995년 제1회 민선 천안시장과 1998년 제2회 민선 천안시장에 당선되었는데 충남도 15개 시장 군수 중 70%(69.91%) 최다 득표율의 지지를 받았고, 2022년 3월 민선 2기 임기 3개월을 남겨두고 민선 3기 불출마 선언을 하였다.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머문 자리도 깨끗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조용히 시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말을 남겨 지금껏 회자되고 있으며 2017년 1월 25일 향년 84세로 작고하셨다. 빈소에서는 "천안의 큰 별이 졌다"면서 이 시장의 청렴결백한 공직생활, 강직하고 소신이 강한 시장이었다는 얘기들이 많이 오갔다고 한다.

김용교(前 충남도정책기획관/前 아산시 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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