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탄생 100주년 맞는 대전 소설가 권선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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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탄생 100주년 맞는 대전 소설가 권선근

조성남 대전문학관장

  • 승인 2026-06-09 17:06
  • 신문게재 2026-06-09 18면
  • 최화진 기자최화진 기자
2026 대전문학관 문학콘서트 포스터
2026 대전문학관 문학콘서트 '권선근을 다시 만나다' 포스터.사진=대전문학관 제공
권선근
소설가 권선근
대전은 흔히 '시인의 고장'이라고 불리지만, 대전문학의 저류(底流)에는 산문, 그 중에서도 소설의 전통이 면면히 이어져 왔다. 서포 김만중(西浦 金萬重)은 조선시대 문신이자 유학자이면서도 한글소설 『구운몽』과 『사씨남정기』를 남겼고, 시대가 바뀌어 이 땅에 근대문학의 씨앗이 싹트면서 충남도청이 자리했던 대전과 충남지방에는 단재 신채호, 만해 한용운, 『상록수』의 작가 심훈과 같은 소설가들이 등장했다.

때마침 대전문학관에서는 지난 4월 9일부터 9월까지 8·15해방 이후부터 한국전쟁이 일어난 1950년대까지의 대전소설을 조명하는 기획전시 「폐허 속에 피어난 실존의 기록」을 통해 대전소설과 이 시대에 활동했던 대전의 소설가들을 조명하고 있다. 이번 기획전시에는 여러 소설가가 등장하는데, 본고에서는 한국전쟁 중이던 1950년 『문예』를 통해 등단한 권선근(權善根, 1926~1989) 작가를 소개함으로써 대전소설에 대한 시민들의 이해를 넓히고자 한다. 이에 따라 대전문학관에서는 소설가 권선근 탄생 100주년을 맞아 오는 6월 25일 낭독극과 학술세미나 등으로 구성된 문학콘서트 「권선근을 다시 만나다」를 준비하고 있다.

권선근은 충남 대덕군 유천면 탄방리, 지금의 대전광역시 서구 탄방동의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전주사범과 성균관대 문학부를 수료하고 이어 정경학부를 졸업했다. 이후 대전사범학교 교사, 충남대학교 문리과대학 교수를 역임했으며, 사업 등을 하다 64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그의 본격적인 문단 활동은 1950년 『문예』에 「허선생」이 김동리의 추천을 받고, 1954년 같은 잡지에 「요지경」이 김동리의 천료를 받으면서 시작되었다. 권선근은 이 무렵 정훈의 주도로 호서문학회 발족에 동참해 1952년 『호서문학』 창간호를 발간했다. 이후 그는 소설뿐 아니라 대전일보, 중도일보, 충남교육, 대학신문 등지에 수필과 칼럼, 평론 등을 게재하며 문인으로서의 활동을 이어갔다. 또한 호서문학회, 호서문단 등 문학단체 활동은 물론, 당시 가난했던 지역 문인들의 뒷바라지에 앞장서는 대인의 풍모를 보였다고 원로문인들은 증언한다.

권선근은 한국전쟁 이후 궁핍한 시대 속에서도 문협지부장과 충남예총지부장으로 활동하며 당시 대전의 여러 문화예술 행사를 주관한 대전문단의 리더였다. 그는 다른 문인들을 뒷바라지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작품집은 발간하지 못한 채 생을 마감했다. 이후 1991년 대전문인총연합회가 주관해 「권선근문학선집」을 발간하면서 그의 문학적 면모를 살펴볼 수 있게 되었다.

1950년에 발표한 소설 「허선생」은 권선근의 중등학교 교직 체험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주인공 허선생은 공과금을 내지 못한 학생을 위해 공과금을 납부해 주고, 그 아이의 학업을 계속할 수 있게 돕는다. 이 일로 교감으로 승진하지만, 상사에게는 무능한 교감으로 비춰져 결국 자리에서 밀려나 좌천된다는 내용이다.

소설 「요지경」은 한국전쟁 중에 피난을 간 k읍에서 예순다섯 해 동안 남의 집 머슴살이를 한 윤노인이 박주사의 집을 지키며 벌어진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후 권선근은 1955년 『현대문학』에 「해빙선」을, 1956년 『현대문학』에 「생명」을 발표했다. 이들 소설작품 외에도 다수의 수필과 평론을 대전일보, 충남대 문리대학보 등에 발표했다.

여기서 권선근 작품세계를 길게 논할 수는 없지만, 요약하면 권선근은 1950년대 대전지역의 문학장에서 자신의 고유한 목소리를 낸 소설가였다. 그는 소설을 통해 당대의 시대상과 인간상, 존재에 대한 자각을 환기했다는 점에서 문학적 의의를 지닌다고 김정숙 충남대 교수는 평하고 있다. (대전문학관 발행, 『1950년대 대전문학』 중에서)

이로 미루어 보아 소설가 권선근은 시 중심의 대전문단에서 소설이라는 장르를 묵묵히 지켜낸 작가이자, 훗날 대전문학의 토대를 마련한 선구적 소설가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떠한 처세술도 나의 처세술은

움직일 수 없을 겁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육자로서의 나에만

충실하렵니다."

―『문예』(1950.2), 권선근, 「許선생」 중에서



조성남 대전문학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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