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으로]노란봉투법, 상생의 노사관계로 가는 첫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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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속으로]노란봉투법, 상생의 노사관계로 가는 첫 걸음

마성균 대전고용노동청장

  • 승인 2026-06-01 17:10
  • 신문게재 2026-06-02 18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260223_제37대 대전고용노동청장 프로필 사진
마성균 대전고용노동청장
3월 10일 시행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3조 개정되면서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시행된 지도 어느덧 석 달이 되어가고 있다. '노란봉투법'이라는 별칭은 2014년 쌍용자동차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들에게 법원이 47억원이라는 손해배상 청구 판결을 내리자 시민들이 당시 거액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은 노동자들을 돕기 위해 노란 봉투에 성금을 담아 전달했던 데서 유래했다. 개정법은 원청은 기업의 사용자 책임을 강화하고 노동조합의 쟁위행위에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하는 것을 주요내용을 하고 있다.

현황을 살펴보면 5월 말 현재 전국적으로 424개 원청을 상대로 제기된 교섭요구에서 교섭절차 진행 51개소, 노동위 판단 진행 등 100개소, 노조의 교섭요구 후 원청에서 공고 검토 중인 사업장 273개소이고, 대전지역만으로 살펴보면 35개소 상대로 제기된 교섭요구에서 교섭절차 진행 3개소, 노동위 판단 진행 등 24개소, 노조의 교섭 요구 후 원청에서 공고 검토 중인 사업장 8개소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교섭 창구 단일화 절차 등이 진행되며 제도는 서서히 자리 잡아가는 모습이다. 이제는 단순히 절차를 넘어,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대화를 이어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무엇보다 이번 제도 변화가 소모적인 갈등의 불씨가 아니라 상생의 대화를 시작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를 위해 노사 모두에게 몇 가지 당부를 드리고자 한다. 첫째, 갈등을 해결하는 가장 낮은 비용은 결국 '대화'라는 점을 노사가 함께 인식해야 한다. 경영계는 대화를 회피하기보다 책임 있는 자세로 교섭에 임해야 하며, 노동계 역시 문제 해결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도록 상생의 해법을 찾는 자세가 필요하다. 둘째, 경영계는 노사관계의 외연을 넓혀야 한다. 이제 하청 노동자를 단순한 외부 인력이 아닌 산업 생태계의 구성원으로 바라봐야 한다. 원청의 인사·노무 시스템 안에 하청 노사관계를 포괄하고, 노동조합과의 상시적 소통 채널을 구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는 장기적으로 교섭 리스크를 줄이는 길이기도 하다. 셋째, 법보다 앞서는 것은 신뢰다. 법은 갈등 해결의 마지막 장치일 뿐, 현장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힘은 결국 노사 간 신뢰에서 나온다. 사용자는 노동자를 경영의 동반자로 존중하고, 노동자는 사용자를 일터를 함께 지탱하는 주체로 인정할 때 비로소 개정 노조법의 취지가 현장에서 살아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공공기관의 선도적 역할을 당부드린다. 공공기관은 '비용 효율성' 이상으로 '사회적 가치'를 우선시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현실적인 제약과 어려움이 있겠지만 공공기관이 모범적 노사관계 모델을 구축해 현장의 신뢰를 쌓고 민간부문으로의 확산을 위한 주춧돌 역할을 해 주시길 기대한다.

개정노조법의 목적은 누군가를 처벌하거나 제약하는 데 있지 않다. 일하는 모든 사람이 자신의 노동에 대해 책임 있는 주체와 대화할 수 있는 '상식적인 일터'를 만드는 데 그 본질이 있다. 이번 개정은 갈등을 새롭게 만드는 법이 아니라,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갈등을 제도 안으로 끌어들여 보다 합리적으로 해결하자는 사회적 약속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예상되는 문제를 외면한다면 이 법은 또 다른 규제로 남을 수 있다. 그러나 노사가 함께 선제적으로 개선해 나간다면, 우리 산업 생태계를 더욱 건강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다. 법 시행 초기인 만큼 다소의 혼란과 진통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비 온 뒤 땅이 굳어지듯, 지금의 변화를 대화와 타협으로 슬기롭게 극복해 나간다면 우리 경제와 노사문화는 한 단계 더 성숙해질 것이라 믿는다. 세 달 전 시작된 이 첫걸음이 훗날 우리나라 노사 상생의 큰 물줄기로 이어질 수 있도록, 모두가 지혜와 힘을 모아주시길 부탁드린다.
마성균 대전고용노동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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