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AI 시대, 왜 '로봇 교육'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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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만필] AI 시대, 왜 '로봇 교육'인가

서광민 반곡고등학교 교사

  • 승인 2026-05-28 16:00
  • 이은지 기자이은지 기자
반곡고 서광민 선생님
서광민 반곡고등학교 교사
전원을 넣는 순간, 아이들의 눈이 한곳으로 모였다. 모니터 속 시뮬레이션에서는 분명히 반듯하게 앞으로 나아가던 로봇이었다. 코드도 이상이 없어 보였고, 생성형 AI에게 물어본 결과도 그럴듯했다. 그런데 실제 로봇은 한 걸음도 제대로 떼지 못한 채 제자리에서 빙글 돌더니, 끝내 옆으로 기울어졌다. 교실에는 짧은 탄식과 웃음이 동시에 번졌다.

"선생님, 회로와 코드 모두 맞는데 왜 안 움직여요?"

나는 그 질문이 로봇 교육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질문 하나만 던지면 AI가 수초 만에 완벽해 보이는 답을 내어주는 시대다. 글도, 그림도, 코드도 손쉽게 생성된다. 그러나 편리함의 그늘도 있다. 아이들은 점점 과정을 건너뛰고 결과만을 소비하는 데 익숙해진다. 정답은 흘러넘치는데, 정작 그 정답에 이르는 사고의 근육은 얇아진다. AI가 많은 답을 알려주는 시대에 우리 아이들은 무엇을 배워야 할까.

로봇 교육을 단순히 코딩 교육의 연장선으로 보는 경우가 많지만, 그것은 절반만 본 것이다. 로봇은 코드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센서가 주변을 읽고, 제어기가 판단하며, 모터가 힘을 낸다. 수학의 모델링, 과학의 힘과 운동, 정보의 알고리즘, 기술의 설계와 제작이 한 몸으로 만나는 융합의 장이 바로 로봇이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이 강조하는 공학적 설계와 디지털 기반 문제 해결 경험도 이 지점에서 살아 움직인다. 아이들은 정답을 외우는 대신, 움직이는 시스템을 직접 빚어내며 배운다.

로봇 수업에서 가장 값진 순간은 한 번에 성공할 때가 아니다. 오히려 예상과 어긋나는 순간에 배움이 시작된다. 화면 속에서는 완벽했던 알고리즘이 교실 바닥의 마찰력, 배터리의 무게, 부품 사이의 미세한 공차 앞에서 전혀 다른 결과를 낸다. 빛의 각도가 조금만 달라져도 센서는 다른 값을 읽고, 바퀴 하나의 조립이 조금만 틀어져도 로봇은 중심을 잃는다. 아이들은 그제야 코드 너머의 세계를 보기 시작한다.

"바퀴 간격을 바꿔볼까요?"

"센서 값을 조금 넓게 잡으면 어떨까요?"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린 것 같아요."

정답을 찾던 아이들이 문제를 다시 정의하기 시작한다. 실패한 결과를 탓하는 대신 왜 그런 일이 생겼는지 살핀다. 코드를 고치고, 부품을 다시 조립하고, 시뮬레이션으로 돌아가 가설을 확인한다. 바퀴가 헛돌 때 마찰을 생각하고, 로봇이 넘어질 때 무게중심을 떠올리는 순간, 아이들은 지식을 자기 것으로 다시 구성한다. 머릿속으로 이해한 개념은 쉽게 흩어지지만, 손끝으로 만들어 본 이해는 오래 남는다.

설계하고, 만들어 보고, 검증하고, 다시 고치는 순환은 값비싼 장비가 아니라 태도 위에서 작동한다. 중요한 것은 AI가 제안한 답을 그대로 믿지 않고, 그 답을 조건 속에 넣어 보고, 작동 여부를 확인하며, 더 나은 해법으로 고쳐 가는 마음가짐이다. 지식의 유효기간이 짧아지는 시대에 필요한 사람은 정답을 빠르게 받아 적는 사람이 아니다. 예측하지 못한 변수 앞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실패의 흔적마저 데이터 삼아 기어이 시스템을 작동시키는 사람이다. 나는 그것을 엔지니어링 마인드라 부르고 싶다. AI가 완벽한 정답을 속삭이는 오늘일수록, 그 정답을 현실의 물리 법칙 위에 구현해 내는 설계의 힘은 더 귀해진다.

어설프게 절뚝이던 로봇이 마침내 한 걸음을 내딛는 순간, 아이들은 환호한다. 그 환호는 단순히 기계가 움직였다는 기쁨만은 아니다. 자신의 생각이 현실에서 작동하는 것을 본 설계자의 환호다. AI 시대의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정답을 소비하는 능력이 아니라, 자신만의 질문을 붙잡고 현실의 저항을 통과하며 끝내 움직이는 해답을 만들어내는 힘이다. /서광민 반곡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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