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정회고록) "남기고 싶은 이야기"(18회) 동료애, 서로 아껴주고 위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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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도정회고록) "남기고 싶은 이야기"(18회) 동료애, 서로 아껴주고 위해주자

김 용 교
前 충남도정책기획관
前 아산시 부시장

  • 승인 2026-05-12 10:00
  • 수정 2026-05-12 10:58
  • 신문게재 2026-05-13 10면
  • 한성일 기자한성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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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0만평,이주민 4000세대 1만여명에 대한 보상은 철저히 맞춤형으로 이루어졌다 . 사진=김용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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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용 교
前 충남도정책기획관
前 아산시 부시장
오랜 기간 조직 생활을 하다 보면 어려움에 처하게 될 때가 있게 된다. 이럴 때 당장의 손해를 감수하고 곤경에 빠져있는 사람을 도와주는 경우가 있다. 참 고마운 일이다. 나도 40여 년 간 공직생활을 하다 보니 도움을 받은 잊지 못할 분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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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욱 국장의 공직생활은 성실 외로는 더 붙일 말이 없을 정도였다.
사진=김용교 제공
(1) 먼저 추 욱(秋 旭) 전 충남도 농림국장이다.

추 국장이 7급 때 기획계에서 처음 만났다. 궂은 일을 마다 않고 도맡아 하여 고생을 참 많이 한 동료다. 말수가 적으면서 자기 임무는 깔끔히 처리하면서, 이 일 마치면 저 일을, 다른 직원의 일이 밀리면 찾아가서 도와주는 스타일이다.

그 당시 일반화가 되지 않았던 인터넷 검색에 손 빠르게 뛰어들어 내가 기획을 할 때 유용한 자료를 검색하여 챙겨주어 내용을 더욱 충실하게 작성할 수 있었다. 6급으로 승진하여 교육원으로 발령이 난 후 내가 정책담당관으로 있을 때 "함께 근무할 생각이 있느냐?"고 의사를 타진하니 두말없이 허락하였다.

정책담당관으로 5년간 근무하면서 비애처럼 느껴졌던 것이 "정책담당관실이 도청 직원들에게 매력 없는 부서로 인식이 확산되어 오려고 희망하는 공직자들이 거의 없어서 도청 신규 전입자나 타 실과 방출 케이스로 밀려나는 사람들로 메워지고 있는 실정"이었다. 정책담당관실 회피의 이유는 대략 이러하였다.

충남도의 정책 비전을 제시하고 도정의 현안 과제에 대하여 해법을 찾으며 도지사의 대외활동에 대하여 관련 자료를 마련해 드리는 등 권한은 하나도 없으면서 머리를 쓰고 고민하여 엮어내야 그나마 일 좀 하였다고 인정받는 정도이다 보니 정책담당관실을 ‘뜬구름 잡는 부서’로 깎아 내리기도 하였다.

성실한 공직자였던 추욱 주무관의 경우 타 실과에서도 콜이 있었다는데 나의 요청에 군말 한마디 없이 흔쾌히 동의한 것이다. 신행정수도 건설 추진지원단도 정책담당관실 못지않게 도청 공직자들로부터 외면을 당하였다.

신설부서인 데다, 보상 등 주민들과 직접 상대해야 하는 부담, (대전)도청에서 연기군 현장을 빈번히 출장하여 근무해야 하는 부서에 가기를 꺼려하였던 것이다. 도청 공무원을 대상으로 근무 희망자 공모를 하였는데 30여명 정원 중 응모자는 2명뿐이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내가 신행정수도 지원단장으로 발령이 난 후 추욱 주무관에게 "함께 근무" 의사를 물으니 토씨 하나 달지 않고 내 뜻을 흔쾌히 받아들여 함께 근무하였다.

신행정수도 지원단 요원들은 머리로 일하기보다는 몸으로 고생들을 많이 하였다. 들로, 산으로, 시골집으로, 헌법재판소에서 특별법 위헌 판결이 났을 때는 이를 되살리기 위해 눈바람 몰아치는 추운 겨울에 전국 기차역 광장을 찾아가 국민 여론에 호소하였고 뙤약볕 내려쬐는 한여름에도 충청도 어르신들을 서울로 모셔 시위를 하기도 하였다.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추진 기반을 마련한 추욱 주사는 사무관으로 승진하여 서울 통상 사무소로 전출하였고 그곳 근무 중에는 채 훈 경제부지사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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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행정수도 건설 지원단은 초창기 30여명으로 출범하였다. 사진=김용교 제공
나는 추욱 사무관이 정책부서에 오랜 기간 근무하여 상당한 노하우를 쌓아서 충남도 정책기획 요원으로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였는데 어느 날 소식을 들으니 농림축산국 계장으로 발령이 났다는 것이다.

안희정 지사께서 농어업, 농어촌, 농어업인의 생산·유통 ·환경 ·삶을 혁신시키겠다는 ‘3농혁신’을 도정 주요 과제로 삼고 담당사무관을 청 내 공모하였는데 인센티브 부여 조건이어서 2명이 응모하였으나 역량 미흡으로 지휘부가 참여한 재 논의에서 전혀 생각하지 않았고 응모하지도 않았던 추욱 사무관을 낙점하였다고 한다.

박중배 전 충남지사는 도청직원 전체모임에서 "진짜 구슬이라면 돼지우리에 묻혀 있어도 주인에게 발견되기 마련이다"라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추욱 사무관이 이에 해당되지 않았나 싶기도 하였다. 농림국 3농혁신 담당 사무관으로 발령된 추 사무관에게 ‘새옹지마(塞翁之馬)’ 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3농혁신 등 농림국 계장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한 그는 농림국 농업정책과장으로 승진되었고 농업정책과장직을 훌륭하게 수행한 추 과장은 충남 농림 행정의 총수인 농림국장으로 승진하였다. 계장에서 →과장→국장으로 수직 승진한 것이었다.

신행정수도 건설→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추진단을 떠날 때 송별연에서 추욱(秋旭)은 "공직에 좋고 나쁜 자리가 어디 있느냐. 발령이 나면 나는대로 맡겨진 임무에 최선을 다 하는거지"라는 그의 공직관 일부를 엿볼 수 있는 발언을 하였다.

추욱을 잘 모르는 사람들 중에는 "어디서 공자 같은 말을 하고 있네"라면서 비아냥 거릴 수도 있겠지만, 세 차례에 걸쳐 한 사무실에서 10여 년을 동고동락한 나로서는 그의 말의 진심을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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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창엽 부군수는 공이 있는 곳이라면 사는 과감히 희생하였다. 사진=김용교 제공


(2) 양창엽(梁昌燁) 부군수도 내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마다 자기를 희생하고 도움을 주었다.

내가 양 부군수를 처음 만난 것은 기획계장 때였다. 금산군에서 과장으로 근무하다 도청으로 전입 되었는데 도청 계장 보직이 아닌 기획계에 무보직 사무관으로 근무케 한 것이었다.

이명수 전 국회의원께서 금산군수로 재직할 때 신임을 하여 인재양성 차원에서 심대평 지사님께 건의드려 도청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낯설은 도청에 처음부터 계장 보직을 받는 것보다는 김용교 기획계장으로부터 정책기획 역량을 쌓고 도청 분위기를 익힌 다음 계장 보직을 받아도 늦지 않다는 원려(遠慮)가 있었던 것으로 이해되었다.

양 사무관은 인성이 온유하고 겸손하였다. 그러다 보니 말수는 적으면서 임무를 부여하면 거뜬히 해내는 능력과 자질을 갖춘 7급 공채자였다. 본인이 손해를 보면 보았지 남에게 신세를 지거나 피해를 주는 일을 극도로 꺼려하였다.

내가 정책담당관으로 근무할 때 계장결원이 있어 양 사무관에게 함께 근무할 의사를 물으니 즉석에서 흔쾌한 답변이 돌아왔다. 정책관실 근무를 회피하는 정서와 분위기에서 별로 원만하지도 못한 상사와 함께 근무해준다니 여간 고마운 일이 아니었다. 내가 정책기획관으로 자리를 옮긴 후 기획관실 확인평가계장 자리가 공석이었다.

기획관실 계장은 6명, 때로는 T/F팀까지 하여 8명까지도 근무하면서 기획관실 요원도 50명을 넘고 있었다. 확인평가 계장은 기획계장, 의회협력계장 다음 세 번째 계장 보직이었다.

기획관실 내에서, 또 밖에서 희망자도 여럿이 있었다. 나는 상사께 미리 허락을 받고 남보라는 듯이 양창엽 계장을 확인평가계장으로 발령을 받게 하였다. 세 번째 함께 근무하게 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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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도시 건설의 가장 큰 관문은 보상대책이었다. 사진=김용교 제공
양창엽 계장은 확인평가계장으로서 역할을 다하고 있는 가운데 신행정수도 지원단 발족을 앞두고 있을 때 지원단 근무 희망자를 공모한 결과 단 한 명의 지원자도 없었다. 나는 난감하였다.

도청 공직자들이 볼 때는 힘만 들뿐 별로 내키지 않는 신설 부서였지만 도지사 입장에서는 충남도의 새로운 역사를 쓰는 초대형 국책사업으로 행정영역이면서 정치적 비중도 매우 큰 프로젝트였다.

단장 밑에 행정지원과장, 개발과장도 있었지만 헌신적으로 단장을 받쳐 줄 주무 계장이 필요 하였다. 그러나 신설부서에 선뜻 오려는 사람은 없다 보니 머리에 계속 맴도는 사람은 양창엽 계장뿐이었다.

그러나 양 계장은 기획계장이 승진하여 나가면 기획계장으로 발탁하여야 할 재목이었다. 도 전체로 보나 양 계장 개인의 장래로 보나 내가 빼내온다는 것은 양심이 허락질 않았다. 그런 가운데 "누군들 어떠랴" 하다가도 도로 양 계장한테 핀이 꽂히곤 하였다.

입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용기를 내서 양 계장에게 넌지시 의사를 떠봤다. 의외의 반응이었다 "그렇다면 가야죠" 그 자리에서 단박에 허락해 주었다. 천군만마를 얻은 것 같았다. 기분 좋게 술을 나누며 둘 사이를 확인하였다. 양 계장은 신행정수도 지원단에 와서 불철주야 예상했던 대로 참 고생을 많이 하였다.

나는 양 계장의 근무성적평정을 챙겨줘야 할 책무를 느꼈다. 인사계장과 총무과장, 자치행정국장을 연쇄적으로 찾아가 "일과 인사고과는 비례하여 따라 가야 한다." "변두리 지원단이라 하여 근무평정을 홀대하면 몸을 던져 일할 공무원이 어디 있을 것이며 공평과 정의에도 크게 어긋나는 것"이라며 설득, 호소 ,압박을 계속하였다.

수 ,우 , 양 등급에서 같은 수 등급이라도 1번 수와 20번 수는 순번 당 0.1점씩 차등을 두더라도 20번 수는 2점의 격차가 있어 후 순위로 밀리게 되는 것을 격무부서임을 감안해 그렇게 되지 않도록 배려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양창엽 계장은 이름이 바뀐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지원단에서 원없이 열심히 일하고 과학산업과장, 문화예술과장을 거쳐 고향인 금산군 부군수로 금의환향하여 보람 있는 공직생활을 마무리하였다.

김 용 교(前 충남도정책기획관/前 아산시 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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