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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순(목원대 교수·한국다문화연구원장) |
이날 행사장은 단순히 장학금을 전달하는 공간 그 이상이었다. 생계를 위해 일터에서 분투하다 반차를 내고 황급히 달려온 한부모 결혼이민자, 불편한 몸을 이끌고 두 아들의 손을 잡고 참석한 지체장애 학부모, 그리고 사춘기에 접어든 아들과 거리를 두면서도 대견한 시선을 떼지 못하던 학부모까지 그들의 모습은 우리 사회가 마주한 다문화가족의 현주소이자, 우리가 보듬어야 할 생생한 삶의 기록이었다.
2025년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 학생 약 502만 명 가운데 다문화 학생은 20만 2,208명으로 전체의 4%를 차지하고 있다. 대전 지역 역시 전체 학생 15만 800명 중 다문화 학생은 3,838명(초 2,413명, 중 908명, 고 517명)으로 집계되었다. 전체 비중은 2.5% 수준이지만, 저출생으로 인한 급격한 학령인구 감소 속에서도 다문화 학생의 수와 비중은 매년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며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양적 팽창은 최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24년 다문화가족 실태조사'를 통해 질적인 변화로도 확인된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정착의 장기화'인데 국내 거주 기간이 15년 이상인 결혼이민자와 귀화자 비중은 52.6%에 달해 3년 전(39.9%)보다 12.7%p 급증한 점이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이른바 '다문화 2세'들의 학업 성취다. 이번 조사에서 다문화 자녀의 고등교육기관(대학) 취학률은 61.9%를 기록했다. 이는 2021년(40.5%) 대비 무려 21.4%p나 비약적으로 상승한 수치다. 전체 국민 대학 취학률과의 격차도 3년 사이 31.0%p에서 13.0%p로 대폭 줄어들었다. 부모의 헌신과 사회적 지원으로 '교육을 통한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작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긍정적인 통계 수치만으로 이들의 삶이 완전히 안정되었다고 낙관하기에는 이르다. 이번 장학생 발굴 과정에서도 그 차가운 현실의 벽을 실감했다. 연구원의 장학금 지급 요건이 '기초생활수급 가정'으로 한정되어 있었는데, 대상자를 찾는 과정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실태조사 결과에서도 나타나듯, 다문화가족의 월평균 소득은 300만 원 이상 가구가 65.8%로 증가하며 외형적인 경제 지표는 개선되었다. 하지만 근로 직종 중 단순노무직 비중이 39.0%로 여전히 높고, 한부모 다문화가족이나 장애가 있는 가구의 경우 경제적 고립과 빈곤 위험은 일반 가구보다 훨씬 심각하다. 연구원이 사각지대의 학생들을 찾기 위해 지역아동센터와 협력하며 홍보한 끝에야 생계급여 수령 가정을 발굴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현재 우리 사회에는 다문화 학생을 위한 다양한 '사다리'가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2019년 도입된 교육부의 '복권기금 꿈사다리 장학금'이 있다. 2024년부터는 '꿈 장학금'과 '다문화 장학금'으로 세분화되어, 요건을 충족할 경우 대학 졸업까지 매월 학업 장학금을 지원하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민간 차원에서도 우리다문화장학재단이 2012년부터 매년 1천여 명의 장학생을 선발하고 있으며, 명인다문화장학재단 역시 2023년부터 고등학생과 대학생을 대상으로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아쉬운 점은 이러한 전국 단위의 혜택이 지방 학생들에게까지 충분히 닿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2025년 우리다문화장학재단 신청 현황을 보면, 총 모집인원 1,000명 중 대전 거주 신청자는 10여명(1%)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는 모집 기관의 홍보 부족문제라기 보다는 대상자들의 정보 격차, 그리고 학교-교육청-지역사회를 잇는 촘촘한 안전망과 시민의 관심 부재에 기인한다. 실태조사 결과에서도 다문화가족 자녀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가 '진로 정보 부족'과 '학업 지원 필요성'으로 나타난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교육부가 교육복지 우선 대상자를 지정하고 발굴하듯, 우리 지역사회도 다층적 어려움에 노출된 다문화 학생에게 더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단순히 예산을 확보하는 것을 넘어, 필요한 아이들에게 적시에 정보가 전달될 수 있도록 지역 자원을 촘촘하게 연계하는 시스템이 절실하다. 가정의 달, 장학증서를 받은 아이들에게 우리가 주어야 할 것은 "너희 뒤에는 우리 사회라는 든든한 부모가 있다"라는 신뢰다. 다문화가족 자녀들이 가정 환경과 배경에 갇히지 않고,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사회, 편견의 시선을 거두고 이들의 꿈에 투자하는 '사회적 학부모'가 우리 곁에 더 많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우리 아이들이 건너는 사다리가 흔들리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손길, 그것이 인구 절벽의 시대를 건너는 대한민국이 지녀야 할 가장 따뜻한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이성순(목원대 교수·한국다문화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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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