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고사 산책](17)AI(Artificial Intelligence) 시대와 『환단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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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고사 산책](17)AI(Artificial Intelligence) 시대와 『환단고기』

최원호/(사)대한사랑 학술이사

  • 승인 2026-05-11 11: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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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지피티 생성 이미지
지금 인류는 문명 대전환의 시대를 지나고 있다. 1만 년 전 농업혁명과 18세기 산업혁명에 이어, 21세기 인류는 디지털 혁명의 한복판에 서 있다. 그 중심에는 AI(인공지능)가 있다. AI는 이제 단순한 기술이 아니다. 산업 구조를 넘어 국가 경쟁력과 국제 질서를 재편하는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대한민국이 추진 중인 '글로벌 AI 허브 및 AI 캠퍼스 유치 프로젝트'는 주목할 만하다. 최근 정부는 국제노동기구(ILO), 국제이주기구(IOM),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세계보건기구(WHO), 세계식량계획(WFP), 유엔개발계획(UNDP) 등 유엔 산하 주요 기구들의 AI 기능을 한국에 집적하는 구상을 본격화하고 있다. 단순한 산업 정책을 넘어, 대한민국이 AI 질서와 규범을 설계하는 중심 국가로 도약하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지금까지 AI 경쟁은 미국과 중국 중심의 기술 패권 경쟁으로 전개돼 왔다. 초거대 언어모델(LLM)과 데이터센터를 앞세운 자본 경쟁에서 한국은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었다. 이에 따라 한국은 소규모 언어모델(SLM), 산업 적용형 AI, 국제 협력 기반의 생태계 구축이라는 다른 길을 모색하고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누가 더 많은 기술을 보유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AI 시대의 규칙과 방향을 제시하느냐에 있기 때문이다.

국내적으로도 AI는 더 이상 특정 산업의 도구가 아니다. 제조와 바이오, 국방과 행정 등 사회 전반에 스며드는 기반 인프라가 되고 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AI 클러스터와 데이터센터 구축에 속도를 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한민국은 지금 국가 전체를 AI 기반 사회로 전환하는 거대한 변화의 과정에 들어서 있다.

그러나 여기서 반드시 던져야 할 질문이 있다. 우리는 AI를 어디까지 발전시킬 것인가가 아니라, AI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오늘날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AI 기술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머지않아 ASI(Artificial Superintelligence) 시대가 열리면 인류의 난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낙관론도 쏟아진다. 반면 다양성과 형평성, 포용성과 같은 가치들은 비효율이라는 이유로 뒤로 밀려나고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환단고기』에 담긴 고대 철학을 다시 돌아볼 필요가 있다. 『환단고기』 「단군세기」에는 11세 도해(道奚) 단군께서 전한 '염표문(念標文)'이 실려 있다. 이 짧은 글 속에는 인간과 문명의 방향에 대한 깊은 통찰이 담겨 있다. 염표문은 인간과 천지의 관계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하늘은 현묘한 침묵으로 광대하고, 땅은 만물을 품어 기르는 힘으로 장대하며, 인간은 지혜와 능력을 지닌 존재로 위대하다고 말한다. 인간은 하늘의 정신과 땅의 뜻을 자신의 '지능(知能)'으로 실현할 수 있기 때문에 특별한 존재라는 것이다.

이어 도해단군은 인간이 가야 할 길을 이렇게 제시한다. "기도야택원(其道也擇圓)이오 기사야협일(其事也協一)이니라." 인간의 길은 '택원(擇圓)'에 있고, 인간의 일은 '협일(協一)'에 있다는 뜻이다. 여기서 택원은 단순한 선택이 아니다. 근본과 본질을 분별하여 올바른 방향을 결정하는 일이다. 앞으로 AI는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간에게 수많은 선택지를 제시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이 인간다운 길인지, 무엇이 공동체를 위한 선택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결국 인간의 몫이다. 인간의 위대함은 단순한 계산 능력이 아니라, 가치와 방향을 선택할 수 있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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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세 도해단군이 백성에게 내린 고조선의 국민교육헌장인 염표문
협일 역시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인간의 일은 경쟁과 지배가 아니라 협력과 조화를 통해 하나를 이루는 데 있다는 의미다. AI 시대는 인간과 인간, 인간과 기계, 국가와 국가가 더욱 긴밀하게 연결되는 시대다. 이 과정에서 기술이 갈등과 통제를 강화하는 도구가 될 수도 있고, 반대로 공존과 협력을 확대하는 문명의 기반이 될 수도 있다. 결국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인간의 철학이다. 오늘 대한민국이 추진하는 글로벌 AI 허브 구상도 같은 질문 위에 서 있다. 우리는 AI를 통해 단지 강한 나라가 될 것인가, 아니면 더 조화롭고 인간다운 세계를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인가.

한 철학자는 "AI는 인간을 구원하지도, 파멸시키지도 않는다. 다만 인간이 계속 인간으로 남을 수 있는지를 시험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미 도해단군은 염표문의 마지막 열여섯 자를 통해 그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일신강충(一神降衷)하사 성통광명(性通光明)하니 재세이화(在世理化)하야 홍익인간(弘益人間)하라." 인간의 본성을 밝히고 세상을 이치로 다스려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하라는 뜻이다. 결국 AI 시대에 필요한 것은 기술의 속도가 아니라 인간의 가치다. 그리고 그 가치의 중심에는 홍익인간의 정신이 있다. 『환단고기』가 오늘 다시 읽혀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최원호/(사)대한사랑 학술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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