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초대석] 이영신 대전예술의전당 신임관장 “시민 삶 가까운 공연장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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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초대석] 이영신 대전예술의전당 신임관장 “시민 삶 가까운 공연장 만들겠다”

“권위 있는 거장 무대이자 미래 거장 출발점 돼야”
자체 제작 오페라·차별화 콘텐츠로 공연장 경쟁력 강화
청년 예술인 무대 부족·지역 예술계 세대 단절 우려

  • 승인 2026-05-11 16:50
  • 신문게재 2026-05-12 9면
  • 최화진 기자최화진 기자

이영신 대전예술의전당 관장은 취임 한 달을 맞아 예술이 시민의 일상에 위로와 활력을 주는 열린 문화공간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비전을 제시했습니다. 성악가와 행정가로서 쌓은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조직의 안정성을 높이고, 자체 제작 오페라 등 차별화된 콘텐츠를 통해 공연장의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입니다. 특히 지역 청년 예술인들을 위한 지원 체계를 강화하여 예술 생태계를 활성화하고, 시민들이 언제든 편하게 찾을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예술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 집중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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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예술의전당 이영신 신임관장이 지난 6일 중도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했다./사진=이성희 기자
공연이 끝난 뒤 객석에 남는 것은 박수만이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다시 일상을 살아갈 힘이 된다. 지난 4월 대전예술의전당 지휘봉을 새롭게 잡은 이영신 관장은 예술이 시민들의 삶 가까이에 머물러야 한다고 말한다. 성악가이자 문화예술행정가로 오랜 시간 지역 문화예술 현장을 지켜온 그는 이제 무대 위가 아닌 공연장 전체를 바라보는 위치에 섰다. 취임 한 달을 맞은 이 관장을 만나 대전예술의전당이 나아갈 방향과 지역 예술 생태계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 임기 한 달 차를 맞았다. 소감은?

▲ 지난 한 달은 공연장 곳곳을 직접 돌며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시간이었다. 무대 뒤 기술 스태프부터 기획·운영 인력까지 직원들과 호흡하며 공연장이 움직이는 과정을 몸으로 익히려 했다.

기획 공연도 직접 관람하면서 한 편의 무대가 완성되기까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쓰는 사람들의 노고를 새삼 실감했다. 관장이라는 자리가 결국 무대를 빛내는 '조력자'의 역할이라는 점도 다시 느끼게 됐다.

무엇보다 매일 출근길마다 스스로 어떤 공연장을 만들어야 할지 되묻게 된다. 파블로 피카소가 "예술은 영혼에 쌓인 일상의 먼지를 털어낸다"고 말했듯, 시민들이 부담 없이 찾아와 위로와 활력을 얻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 예술의전당이 단순히 공연을 보는 곳이 아니라 시민들의 삶 가까이에 머무는 문화 공간이 됐으면 한다.



- 약 3년간 유지된 전임 관장 체제 이후 새 관장으로 취임했다. 이번 변화의 의미를 어떻게 보고 있나.

▲ 전임 관장께서 지난 시간 동안 예술의전당의 안정적인 운영 기반을 잘 다져주셨다고 생각한다. 그 토대 위에서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지금 제 역할이라고 본다.

문화예술 환경도 빠르게 변하고 있고 관객들의 기대 역시 다양해지고 있다. 이번 변화는 단순한 인물 교체라기보다 예술의전당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전환점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창의적이고 차별화된 콘텐츠 개발에 더 힘을 쏟고 싶다. 동시에 조직 운영의 안정성과 신뢰를 높이고, 전략적인 홍보와 민간 협력 확대 등을 통해 공연장의 경쟁력도 함께 키워가려 한다.

특히 공연장의 변화는 특정 한 사람의 힘만으로 이뤄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 오랜 시간 현장을 지켜온 직원들과 충분히 소통하고 서로의 경험과 의견을 존중하면서 조직 전체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운영해 나가고 싶다. 공연장 운영은 결국 사람과 사람이 유기적으로 호흡하며 만들어가는 과정인 만큼 안정적인 조직 문화와 내부 신뢰 역시 매우 중요한 경쟁력이라고 본다.

아울러 시민들과의 거리도 지금보다 더 가까워졌으면 한다. 예술의전당이 단순히 수준 높은 공연만 선보이는 공간에 머무르지 않고,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찾고 쉬어갈 수 있는 열린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았으면 한다. 지역 예술인들에게는 새로운 도전과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고, 시민들에게는 삶의 여유와 위로를 전할 수 있는 공연장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앞으로의 목표다.



- 오랜 기간 지역 문화예술 현장을 지켜본 '현장형 관장'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 대전시립합창단 운영위원과 징계위원, 평가위원 등을 맡으며 조직 운영 구조와 현장의 목소리를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었다. 공연 한 편이 무대에 오르기까지 어떤 과정이 필요한지, 또 조직 안에서 어떤 고민들이 오가는지를 오랜 시간 현장에서 함께 봐왔다는 점이 지금은 큰 자산이 되고 있다.

공연장은 결국 사람과 사람이 맞물려 움직이는 공간이다. 현장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탁상에서만 판단하면 실제 운영과 어긋나는 경우가 생길 수밖에 없다. 저는 시행착오를 줄이고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운영해 나가고 싶다.

특히 이곳에서 오랫동안 함께해 온 직원들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각자의 자리에서 공연장을 지켜온 분들이야말로 대전예술의전당의 경험과 역사를 가장 잘 알고 있는 분들이다. 저는 관장으로서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도 중요하지만, 그동안 현장을 지켜온 구성원들과 함께 호흡하며 공연장을 만들어가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성악가로 활동해온 경험 역시 큰 자산이다. 리허설 과정에서의 긴장감이나 무대 뒤 분위기, 공연 직전 예술가들이 느끼는 감정까지 직접 겪어봤기 때문에 예술가들과 보다 실질적인 소통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행정적인 시선으로 접근하기보다 예술가의 언어를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장과의 거리도 조금은 더 가까울 수 있다고 본다.

문화예술행정을 공부하며 쌓은 경험도 운영에 함께 녹여내고 싶다. 결국 중요한 것은 예술성과 행정의 균형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콘텐츠를 만들면서도 운영의 효율성과 재정 건전성을 함께 고민해야 공연장이 지속가능한 힘을 가질 수 있다. 예술적 가치와 현실적인 운영이 조화를 이루는 공연장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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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예술의전당 이영신 신임관장이 지난 6일 중도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했다./사진=이성희 기자
- 대전 지역에서는 특히 청년 예술인들의 무대 접근 기회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있다. 이에 대한 인식과 개선 방향은?

▲ 실제로 현장에서 느끼는 변화가 크다. 예전에는 유학을 다녀온 젊은 성악가들이 지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다. 제가 '솔리스트디바' 오페라단을 창단하던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대전에 젊은 예술인들의 에너지가 굉장히 넘쳤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유학을 떠나는 학생들도 줄었고, 다시 지역으로 돌아오는 인재들도 많지 않다. 무대는 점점 줄어들고 젊은 예술인들은 수도권으로 떠난다. 대학 역시 미달을 걱정할 정도다. 실제로 합창단을 꾸리려 해도 인원을 채우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남성 성악가 부족 문제는 현장에서 체감할 만큼 심각하다.

이는 단순히 청년 예술인들의 기회가 부족한 차원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역 문화예술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특히 현장에서 가장 크게 느끼는 부분은 공연 공간 자체의 부족보다 젊은 예술인들이 신진에서 중견으로 성장해가는 중간 단계(Mid-Career)에서 설 무대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첫 무대에 오르기까지의 진입 장벽이 높다 보니 대관 경쟁에서 밀리거나 아예 기회를 얻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결국 젊은 예술인들이 지역을 떠나게 되고, 지역 예술 생태계 역시 점차 활력을 잃게 된다.

결국 공연장이 조금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청년 예술인들이 작은 무대부터 경험을 쌓으며 성장할 수 있도록 공연장 차원의 실질적인 지원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기획공연 일정 가운데 일정 비율을 지역 청년 예술인들에게 배정하는 '쿼터제'나, 대관 심사 과정에서 청년 예술인들에게 가산점을 주는 '우대 대관' 같은 제도들도 충분히 검토해볼 수 있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일회성 지원이 아니라 지역 안에서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관장으로서의 철학은 분명하다. 대전예술의전당은 권위 있는 거장의 무대인 동시에 미래의 거장이 처음 서는 공간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청년 예술인들에게 잠시 기회를 주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30년, 100년 뒤에도 이어질 지역 예술 생태계를 만드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본다.



- 향후 임기 동안 대전예술의전당을 어떤 공연장으로 만들고 싶은가?

▲ 차별화된 콘텐츠와 안정적인 운영 역량을 함께 갖춘 공연장으로 만들고 싶다.

우선 1년 차에는 내부 운영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정비하고 제작 역량을 키우는 데 집중하려 한다. 특히 자체 제작 오페라를 중심으로 중장기 제작 시스템을 구축해 공연장의 정체성을 조금씩 만들어가고 싶다. 공연 한 편을 올리고 끝나는 방식이 아닌 예술의전당만의 제작 노하우와 콘텐츠 자산이 쌓여가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이후 2년 차에는 국내외 기관들과의 협업도 확대해보고 싶다. 해외 우수 단체들과의 교류를 통해 공연의 수준과 다양성을 높이고, 디지털 아트나 미디어 기술 같은 새로운 요소들도 적극적으로 접목해보고자 한다. 클래식과 오페라라는 기존 강점은 더욱 깊이 가져가되, 젊은 세대들도 자연스럽게 공연장을 찾을 수 있도록 새로운 감각의 콘텐츠 역시 고민하고 있다.

관객과의 거리도 지금보다 훨씬 가까워졌으면 한다. 공연장이 어렵고 낯선 공간이 아니라 시민들이 일상처럼 편하게 찾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 공연 전 해설이나 아티스트와의 대화 같은 프로그램도 더 늘리고, 처음 클래식이나 오페라를 접하는 관객들도 부담 없이 공연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

무엇보다 예술의전당은 단순히 공연이 열리는 공간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지역 예술인들이 성장하고 새로운 예술가들이 무대 경험을 쌓으며 더 큰 무대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 역할도 함께 해야 한다. 시민들에게는 일상 속 쉼과 위로를 건네고, 지역 예술인들에게는 꿈을 이어갈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주는 공연장. 그런 공간으로 대전예술의전당을 만들어가고 싶다.
대담=강제일 정치행정부장(부국장)·정리=최화진 기자



▲이영신 관장은 누구?

목원대학교 음악교육과와 한양대학교 음악대학원(성악 전공)을 졸업했으며, 이탈리아 G.Donizetti 아카데미아 최고연주자과정 Diploma를 취득했다. 이어 이탈리아 Albert Valentini 국제성악코스와 Estate Musical Frentana(P.M.Ferraro) 과정을 수료했으며, 배재대학교 행정학과 박사과정을 졸업(문화예술행정 전공)했다.

배재대학교 행정학과 문화예술행정 외래교수와 대외협력교수를 지냈으며, 대전시립예술단 운영위원, 대전광역시립청소년합창단 예술감독 평가위원, 대전광역시 시립예술단원 징계위원 등을 역임했다. 또 대전시 지정 전문예술단체 솔리스트디바 오페라단 단장과 목원대학교 공연콘텐츠학과 특임교수로 활동했으며, 지난 4월 1일 대전예술의전당 관장으로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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