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정회고록) 남기고 싶은 이야기 (17회) 백제문화권 종합 개발 사업을 추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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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도정회고록) 남기고 싶은 이야기 (17회) 백제문화권 종합 개발 사업을 추진하다

김 용 교
前 충남도정책기획관
前 아산시 부시장

  • 승인 2026-05-05 22:06
  • 수정 2026-05-06 09:37
  • 신문게재 2026-05-06 9면
  • 한성일 기자한성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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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간 수행한 백제권 개발업무를 책으로 제본한다면 수천쪽에 달할 것이다.주요 부분을 발췌정리한 서류도 895쪽에 이른다.
사진=김용교 제공
김용교님
김 용 교
前 충남도정책기획관
前 아산시 부시장
(4) 백제문화권 종합개발사업, 특정지역으로 지정 공고되다



백제문화권 종합개발계획 변경(안)이 확정되기 전 특정지역 지정을 위한 노력이 계속되었다. 백제문화권 종합개발계획은 중앙관계부처와 지자체의 협의를 거쳐 건설부 장관이 대통령께 특정지역 지정을 건의하여, 국토건설종합계획 심의회(회장 국무총리) 심의,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1993년 6월 11일, 김영삼 대통령께서 지정공고하였다.

1989년 정기국회에서 백제권 개발 기본계획수립 예산을 확보한 후 3년 반 만에 이루어졌다. 지정 공고한 문서를 받아보니 대통령 직인이 그렇게 크게 보일 수가 없었다.

이제 백제문화권이 종합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틀을 갖추고, 국가지원으로 추진할 수 있는 담보를 확보한 것이다. 특정 지역 지정이 공고되던 날 이동우 지사님을 뵙고 "지사님 그동안 노고가 크셨습니다"라고 인사 올리니 "내가 한 게 뭐 있나. 김 사무관이 고생했지" 하시면서 위로해 주셨다.

"특정지역 지정 사실을 도민께 알려드려야 한다"며 준비된 자료를 보고드리니 "지사가 나설 일이 아니라며 사양"하셔서 정하용 기획관리실장이 발표하였다. 이 지사의 성품은 내세우거나 드러내지 않고 아상(我相)이 없으셨다.

특정 지역 지정 발표를 지켜보며 지난 2년 가까이 과천 정부청사와 세종로 정부 청사를 수십 차례 오르내리면서 애환의 기억들과 함께 만감이 교차하였다.

이동우 지사는 1993년 3월4일 취임하여 1993년 12월27일 10개월 만에 퇴임하였다. 정책 추진에는 일관된 연속성이 필요한 일인데 도지사 재임 10개월은 너무 짧았고, 그만큼 아쉬움도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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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 출신 김종필 전 국무총리는 백제문화권 종합개발을 위해 크게 공헌하였다. 사진=김용교 제공
지방자치제는 역기능도 많이 있지만 지자체장의 4년간 임기와 3기에 걸쳐 12년간 연임을 보장해준 것은 역기능과 단점을 커버하고도 남음이 훨씬 크다. 그래서 모든 선진국들은 오래전부터 이 제도를 시행해 오고 있는 것이다.

이 지사가 퇴임하기 보름 전인 1993년 12월 12일 부여 능산리 절터를 발굴 작업하던 중 백제금동대향로가 논 가운데 진흙 속에서 1500년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대한민국이 놀랐고 세계가 주목했다. 도청공무원들은 "이동우 지사의 백제권 사업에 대한 열정에 백제 조상님들이 감동하여 드러내 준 것"이라고도 하였다.

그런데 백제문화권 종합개발사업을 특정지역으로 지정하여 추진하겠다고 공고했다 하여 사업계획도 확정된 것은 아니었다. 특정지역 지정은 국가에서 주는 혜택만큼이나 절차가 매우 복잡했다. 이를 그 당시 법령에 따라 단계별로 열거해본다.



<1단계> : 앞서 언급한 특정지역지정 절차를 밟는다.

<2단계> : 특정지역으로 지정공고되면 건설부 장관이 특정지역 계획(사업계획)을 작성하여 중앙관계부처 협의와 지자체 의견을 청취한 후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사업계획을) 확정공고한다. 위와 같이 2단계에 걸쳐 지정절차를 마치면 사업을 추진하게 되는 추가 3단계 개발절차를 통과해야 한다.

다시 말해, 계획된 모든 사업의 완공을 염두에 둔다면 특정지역지정 공고는 사업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인 것이다.

<3단계> 건설부 장관의 직권 또는 도지사의 신청으로 개발촉진지구 지정을 건의하면 중앙관계부처와 지자체 협의를 거쳐 국무회의 심의, 대통령 승인을 거쳐 건설부 장관이 지정고시한다.

<4단계> 도지사와 건설부 장관이 개발촉진지구 사업 기본계획을 입안하면 중앙관계 부처와 지자체의 협의를 거쳐 국무회의 심의 후 대통령 승인을 거쳐 건설부 장관이 결정고시한다.

<5단계> 사업시행자가 실시설계를 작성하면 건설부 장관이 승인 고시하게 되고, 비로소 시행자별로 사업을 착수하게 된다.

이와 같이 복잡한 단계를 거치게 한 것은 국고예산이 혹여나 헛되이 쓰여지거나 낭비되지는 않을까 우려되어 이를 방지하고자 "하고 또 하고 보고 또 보는" 3중복, 4중복의 절차를 밟도록 규정해 놓은 것이다.

나는 아주 잘한 일로 여겨졌다. 사실 과거에 미완공 중단 사업을 비롯하여 타당성에 대한 사전검토가 없는 사업착수로 국고를 낭비한 사례가 적지 않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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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역사 재현단지에서 실제 재현시킨 왕궁촌의 일부 모습. 사진=김용교 제공
(5) JP, 부여 규암면 부산(浮山)에 대형 인물조각상을 구상하다

이집트에 가면 스핑크스가 있다. 초등·중학교 세계사 교과서에 실려져서 세계적 명물이자, 관광명소로 이름나 있다.

사람의 머리와 사자의 몸을 가지고 있는 자연 암석을 이용하여 조각한 것이다. 전체 길이가 약 70m, 높이 약 20m, 너비 약 4m나 되는 거상(巨像)이다. JP께서 1970년대~80년대~90년대에 이르기까지 부여에 내려오면 "대형 인물조각상을 만들자"고 일관되게 제안하셨다고 한다.

동서고금을 꿰뚫고 있는 JP다운 발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JP께서 언급한 조각상의 기본 구상은 부여에서 규암 쪽으로 구 백제 대교를 지나다 보면 금강(백마강) 건너 우측으로 규암면에 해발 108m의 화강암 바위산으로 부산(浮山)이 있다.

비가 많이 와서 강물이 불어날 때 멀리서 바라보면 마치 강 위에 떠 있는 섬처럼 보인다 하여 ‘뜬섬’이라고도 하는데 누가 봐도 한눈에 다 들어오는 산이다.

JP는 여기에 계백장군상(像), 세종대왕상,이순신 장군상,신사임당상을 잘 조각해서 세계적 명물이 되게 하면 어떻겠느냐?고 여러 차례 포부를 밝히신 바가 있다. 부여에서 공직생활을 한 70~80대 분들이라면 이 같은 JP의 언급을 들었을 것이다. 나도 부여 공직자들로부터 몇 차례 전해 들은 바가 있다.

그러나 JP의 이 같은 구상에 그 당시 호응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유는 두 가지 때문이었다. 소요 예산은 그 다음의 문제였다.

먼저, 부여의 부소산, 부산, 부여읍 시가지가 대부분 문화재 보호 구역으로 지정돼 있었다. 지정된 문화재 보호 구역은 훼손할 수 없고 바위산을 훼손한다는 데 허가해줄 수 없고, 허가해줄 리도 없다.

허가 신청 움직임이 있게 되면 우리나라 고고학계는 들고 일어났을 것이다. 이와 같은 속성을 잘 알고 있는 부여의 공직자들이 솔깃했을 리가 없다.

다음으로 세종대왕, 이순신 장군, 신사임당이 백제의 인물이 아니라는 점도 부정적 사유로 내세웠다는 것이다.

바위산에 대형 흉상(胸像) 조각이 이루어진다면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있는 일일 것이다. 만일 문화재보호구역지정관련법률(문화유산법)에 특례조항을 두어 법령을 개정하여 조각상을 제작하였더라면 어떻게 상황이 전개되었을까?

부산(浮山)에 대형 조각상을 제작하게 되면 외형적으로 백제의 상징인 부소산성은 왜소(矮小)하게 보여지면서, 백제의 수도였던 사비 시대의 존재감도 작아지는 느낌이 들 것이다.

반면에, 조각상 제작이 완성되었다면 부여를 전국에, 세계에 널리 알리고, 국민들은 스핑크스 명소와 같은 자부심을 갖게 되면서, 5천만 누구나 한두 번씩은 방문할 것이고, 숲속의 앙코르와트를 세계인들이 찾듯이, 부여 부산도 세계적 관광명소가 되는 것은 꿈만이 아닐 것이다.



【편집자 주】 필자는 40여 년 공직 생활 중 충남도청에 30년 6개월간 근무하였다. 이 기간 동안 모신 도지사는 열일곱 분으로, 6급 주무관 이하 때에는 지사님을 직접 뵙고 업무를 수행할 기회가 없었고, 사무관이 돼서야 가능하다 보니(구조적으로 그러하다) 필자가 1992년 사무관이 된 후 모신 도지사는 여섯 분이나 이 중 홍선기 지사님과 이동우·박태권·박중배·김한곤 지사님까지 다섯 분의 재임 기간을 합산하면 총 31개월로 1인 평균 6개월간 재임하셨다. 심대평 지사님의 경우 관선·민선 합하여 13년 7개월간 근속하셔서 전국 최장수 도지사를 역임하였고, 연임 기간 중 필자는 일관되게 정책기획업무로 보필하였기에 회고록 연재에도 심 지사님이 자주 등장하게 됨을 독자 여러분들께서 혜량하여 주시기를 바랍니다.

김 용 교(前 충남도정책기획관/前 아산시 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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