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경선의 승패를 넘어, 민생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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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경선의 승패를 넘어, 민생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민병찬 국립한밭대학교 산업경영공학과 교수·민주평통 대통령자문위원

  • 승인 2026-05-05 13:44
  • 신문게재 2026-05-06 19면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민병찬
민병찬 국립한밭대학교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2026년 6월 3일 지방선거와 보궐선거를 앞두고 각 당의 후보 경선이 마무리되어 가고 있다. 누군가는 치열한 경쟁 끝에 본선에 나설 후보로 선택되었고, 또 누군가는 아쉬움을 안고 한 걸음 물러서게 되었다. 먼저 경선을 통과한 분들에게는 축하의 마음을 전한다. 동시에 마지막까지 지역을 위해 뛰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한 분들에게도 깊은 위로와 존중을 보낸다. 경선의 결과는 승패를 가르지만, 지역을 향한 마음과 공적 헌신까지 승패로 나눌 수는 없다.

민주주의에서 경선은 상대를 지우는 절차가 아니라 더 나은 대표를 세우기 위한 과정이다. 그래서 경선의 승자는 기쁨보다 책임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자신을 지지한 사람들의 박수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자신을 선택하지 않은 당원과 시민의 마음까지 읽고 품을 때 비로소 한 진영의 후보를 넘어 지역 전체의 대표로 설 수 있다. 승리의 순간일수록 필요한 것은 과시가 아니라 겸손이다. 초심은 선거 벽보에 쓰는 말이 아니라, 주민 앞에서 끝까지 지켜야 할 정치의 기본자세다.

아쉽게 경선에서 물러난 분들의 시간도 절대 헛되지 않다. 거리에서 만난 주민의 목소리, 밤늦도록 다듬은 정책, 지역을 위해 쏟은 열정은 선거 결과와 별개로 지역사회의 소중한 자산이다. 패배했다고 해서 지역을 떠나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좋은 정치라면 낙선자의 경험과 정책까지 포용하고, 그 에너지를 지역 발전의 힘으로 전환해야 한다. 성숙한 정치는 승자를 높이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패자의 상처를 보듬고 다시 함께 일할 길을 만드는 데서 품격을 얻는다. 축하와 위로가 한 공간에서 만날 때, 경선은 분열이 아니라 통합의 과정이 될 수 있다.

이제 정치가 돌아가야 할 자리는 분명하다. 그것은 당내 경쟁의 여운이 아니라 민생의 현장이다. 특히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삶은 더는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구호로만 다룰 수 없는 절박한 과제다. 고금리와 고물가, 인건비 부담, 임대료, 소비 위축, 온라인 플랫폼과의 경쟁, 지역상권 침체가 겹치며 골목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문을 열어도 손님이 줄고, 매출이 줄어도 고정비는 그대로이며, 하루를 버텨도 내일을 장담하기 어려운 이들이 많다. 정치가 민의를 말하려면 먼저 이 현장의 숨소리를 들어야 한다.

지방정치는 중앙정치의 축소판이 되어서는 안 된다. 지방정치는 주민의 생활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바꾸는 현장정치여야 한다.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회복, 지역 화폐의 실효성, 소상공인 금융지원, 임대료 부담 완화, 디지털 전환, 청년 창업과 재도전 지원은 어느 한 정당만의 과제가 아니다. 주민의 생계를 지키는 일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후보들은 상대를 공격하는 말보다 지역경제를 어떻게 살릴 것인지, 폐업 위기의 자영업자를 어떻게 붙잡을 것인지, 청년과 어르신이 함께 머무는 생활권 상권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답해야 한다.

공약은 선거용 문장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예산은 어디서 마련할 것인지, 누가 책임지고 추진할 것인지, 언제까지 어떤 성과를 낼 것인지, 선거 이후 어떻게 점검할 것인지까지 제시되어야 한다. 주민들은 거창한 구호보다 실현 가능한 약속을 원한다. 정치인은 선거 기간에만 시장을 찾는 사람이 아니라, 선거가 끝난 뒤에도 같은 골목을 다시 찾아가 약속의 이행을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래야 유권자의 한 표가 단순한 지지가 아니라 지역을 바꾸는 계약이 된다.

경선 이후 필요한 것은 포용의 정치다. 승자는 경쟁했던 이들을 예우해야 하고, 낙선자는 지역을 위한 뜻이 같다면 다시 손을 잡을 수 있어야 한다. 원팀은 선언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정책을 공유하고, 사람을 존중하며, 상처 난 지지층을 정성껏 설득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 경선의 앙금이 오래 남으면 본선의 힘도 약해지고, 지역의 민심도 멀어진다. 포용은 선거 전략이기 전에 민주주의의 예의다.

이번 선거가 정치인의 자리다툼으로만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승리한 이에게는 초심을 잃지 않는 겸손을, 아쉽게 멈춘 이에게는 다시 일어설 용기를 보낸다. 그리고 모든 후보와 정당에 기대한다. 각자의 위치에서 민의를 받들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눈물을 닦는 정치, 지역 주민의 삶을 실제로 바꾸는 정치를 펼쳐 주기를 바란다. 선거의 목적은 자리를 얻는 데 있지 않다. 결국, 정치는 사람의 삶을 지키는 일이어야 한다. /민병찬 국립한밭대학교 산업경영공학과 교수·민주평통 대통령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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