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시간을 담은 건축, 테미문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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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시간을 담은 건축, 테미문학관

대전광역시 문화예술관광국장 박승원

  • 승인 2026-04-29 16:55
  • 신문게재 2026-04-30 19면
  • 최화진 기자최화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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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광역시 문화예술관광국장 박승원
건축물을 재활용하는 역사는 꽤 오래되었다. 수천년의 시간 속에서 용도가 폐기된 건축물은 철거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긴 했지만, 보수나 리모델링을 거쳐 다른 용도의 건물로 사용되는 경우도 귀한 일은 아니었고 부재 일부를 새 건물에 재사용하는 관습(spolia)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쉽게 그 사례가 찾아진다.

하지만 근대에 들어서면서 건축물의 재활용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강해졌다. 회화나 조각 등의 작품을 소장자 취향에 맞게 수정하지 않듯이 건축물도 그런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팽배하던 시대상을 반영하듯 루이스 설리번(Louis Sullivan, 1856~1924)은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Form follow function)"는 말을 남겼고, 이는 오랫동안 건축가나 건축을 공부하는 이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건축의 기능을 완벽하게 설정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믿게 하였다. 이후 고도의 성장 시기와 맞물려 '새로운 기능의 필요 = 기존 건축 철거 후 신축'이라는 공식이 거의 당연시되었다.

고도성장의 신화가 무너지며 재활용의 역사가 되살려졌다. 발전소가 미술관으로 바뀐 런던의 테이트모던(Tate modern)이나 가스저장고가 주거와 쇼핑몰로 리모델링된 비엔나 가소미터(Gasometers of Vienna) 등은 단번에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았고, 폐쇄된 산업시설을 문화시설로 고쳐 쓴 사례들은 긴 시간 벤치마킹의 대상이었다. 이러한 흐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건축의 재활용은 쉽게 자리 잡지 못하였다. 철거 후 신축에 익숙해진 건축주나 건축계가 적응하지 못하는 면도 있지만, 처음 계획과는 달리 공사 중에 예측 불가했던 변수가 수없이 발생하며 공사 기간이 길어지기 일쑤고, 그 과정에서 신축에 버금가는 예산이 투입되는 등의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전면적인 리모델링 사업의 상당수가 공공의 영역에서 추진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3월 개관한 테미문학관은 건축의 재활용이라는 관점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이 있다. 80년대 끝자락에 대전 최초 시립도서관으로 건립되었고, 역할을 마감한 이후 한동안 시각예술 창작센터로도 사용되었으며, 민선 8기에 지난(至難)한 리모델링을 통해 문학관으로 환생했다는 이력이 그것이다. 철거 후 신축이라는 처음의 계획을 전면 수정하고 남겨놓았기에 신축과는 비교할 수 없는, 시간이라는 가치가 더해질 수 있었다. 개관 후 1개월에 불과하지만, 테미문학관에 대한 평가는 우호적이다. 기능에 맞추어 공간을 적절히 추가?변형한 부분이 가장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으며, 최소한의 마감을 통해 금방 낡아서 부서질 듯한 건물의 이미지를 바꾸어 놓은 점 그리고 옛 건물(도서관)에 대한 향수나 벚꽃 맛집 등도 이유라면 이유일 것이다.

테미문학관을 하나의 이정표로 삼아, 대전시는 앞으로 첫 대전시청사와 대전학발전소(옛 한전대전보급소)도 시민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테미문학관에 비해 더 오랜 시간의 층위가 중첩되어 유산적 가치가 큰 건축물들이기에 파격적인 리모델링은 어렵겠지만, 바뀐 기능을 새롭게 수용하는 재활용이라는 측면에서는 크게 결이 다르지 않을 것이다. 아울러 이처럼 시간을 담은 건축물이 하나, 둘 쌓여가는 대전은 분명 또 다른 일류를 지향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 본다.

* 이 글은 가토 고이치(加藤古市)의 『시간이 만든 건축: 서양 건축 재이용의 역사』를 참고 및 인용하였음

대전광역시 문화예술관광국장 박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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