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정회고록]남기고 싶은 이야기(15회) 백제문화권 종합 개발사업을 추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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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도정회고록]남기고 싶은 이야기(15회) 백제문화권 종합 개발사업을 추진하다

김 용 교
전 충남도정책기획관
전 아산시 부시장

  • 승인 2026-04-20 23:34
  • 한성일 기자한성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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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수 전 정책실장(백제권개발사업소장 겸직)이 백제권 개발 현황을 브리핑 하고 있다. 사진=김용교 제공
김용교 님
김 용 교
전 충남도정책기회관
전 아산시 부시장
(2) 김종필 국무총리 주재로 개발계획 변경을 확정하다

외부 용역 발주 없이 백제권 개발 전반적 상황을 이명수 정책실장이 챙기면서 나와 박국진 토목주사, 김갑섭 토목주사 3인이 6개월간에 걸쳐 개발계획 변경 작업을 수행하였다.

백제문화권 종합개발사업에 대하여 추진상황을 중간평가 심사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마련된 개발계획 변경(안)을 1997년 9월 건설교통부에 제출하였다.

그러나, 1997년 하반기는 DJP 연대가 논의 중인 데다, 그해 12월 대선을 앞두고 있어 수천억 원의 국비를 추가시키는 변경계획(안)을 누구도 선뜻 나서 손대기가 어려운 형국이었다. 이러다 보니 건교부의 뜸 들이는 시간이 한동안 지속되었다.

하지만 DJP 연대성사, 1998년 2월 김대중 대통령 취임, 1998년 4월 김종필 국무총리께서 참석하여 백제권 개발 기공식이 거행되면서 중앙부처의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우선, 국무총리 훈령으로 1994년에 설치된 백제문화권개발지원위원회 규정을 대폭 정비하였다. 종래에는 국무조정실장을 위원장으로, 관계부처 차관과 충남·전북 부지사를 위원으로 위촉하였었다.

개정된 위원회 규정은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건교부 장관, 행자부 장관, 문광부 장관, 농림부 장관, 보건복지부 장관, 환경부 장관, 기획예산위원회 위원장, 국무조정실장 충남·전북 도지사를 위원으로 위촉하였다. 차관급을 장관으로, 국무조정실장을 국무총리로 격상하는 그야말로 파격이었다.

JP께서 직접 위원장을 맡아 관계부처 장관을 확실히 장악하고, 개발계획 변경(안)을 확정시켜 힘있게 추진해 나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었다.

이같이 정비된 위원회 규정(안)은 1998년 8월, 국무총리 훈령 368호로 확정시켰다.

위원회가 정비된 후 첫 회의를 "1998년 12월 11일, 16:00에 국무총리 집무실에서 개최"한다고 통보가 왔다.

나는 심대평 지사 참석에 따른 관련 준비를 세심하게 챙겨나갔다. 국무총리께서 직접 주재하시고 장소도 총리 집무실이어서 도지사 수행도 이에 걸맞게 이명수 기획정보실장께서 지사님을 수행할 것으로 생각하였다.

그런데 이명수 실장은 "나에게 지사님을 모시라"고 지시하였다. 나는 지방서기관이 총리 집무실 회의에 배석한다는 것이 격에 맞는 일일까? 의문이 들었고 긴장 반, 영광 반으로 설레였다. 지사님을 모시고 총리 집무실에 들어서니 배석자는 총리실에서 건교부 담당 심의관, 충남도에서 나와 둘뿐이었다.

총리실 한 관계관은 "전국시도에서 서기관급이 총리 집무실에서 총리 주재 회의에 배석한 것은 김용교 심의관이 유일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하였다.

심의 안건은 관계부처에 사전 배포되었고, 위원회 간사인 건교부 국토계획국장이 먼저 심의 안건을 보고토록 예정돼 있었다.

심 지사께서도 이번 회의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논리정연한 설명자료를 준비하였다. 당시 지참했던 자료를 보니 A4 열여섯 장 분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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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역사재현단지 기공식에 앞서 백마강교 개통식이 있었다. 사진=김용교 제공
먼저, 백제권 개발의 사업성격을 담았다.

① 백제권 개발은 사업성격에 대한 인식이 중요하다.

백제문화가 민족문화의 근간을 이루면서 고대 일본문화의 원류(原流)가 되었다는 점, 민족문화유산을 체계적·효율적으로 개발하여 역사교육탐방과 국가 관광산업진흥에 기여케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② 경주신라문화권 개발과 특별법에 의한 제주도 종합개발이 1도(道) 1지역 개발이라면 백제권은 백제고도였던 공주와 부여, 백제 별궁(別宮)이 자리하였던 익산(益山) 지역 등 충남과 전북 2개 도(個道)를 하나의 권역으로 묶어 개발한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③ 경주신라문화권 개발을 위해 청와대에 기획단을 설치하고 IBRD 차관을 도입하면서까지 범정부적으로 추진한 바와 같이 백제권도 국가 차원에서 추진하기 위해 대통령께서 국가투자의 기속력이 있는 특정 지역으로 지정하였다는 점이다.



결코 지방이 개발 주체가 되거나 지방 차원에서 추진될 수 없는 원대한 민족문화 창달의 국책사업이라는 점을 이해하여야 한다.

다음으로, 오늘 종합개발계획을 변경 심의하는 데에는 계획을 변경할 수밖에 없는 사유가 발생하였기 때문이다.

1971년 7월 16일, 고 박정희 대통령의 의지와 지시에 의해 10개년 계획으로 추진되었던 경주신라문화권 개발은 1단계 목표 달성을 이루었다. 백제권 개발의 경우, 1990년 기본계획 수립을 착수한 지 8년이 지났지만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부진원인을 따져보니 정부의 추진 의지에 관한 문제가 가장 컸다. 사업 전반에 걸친 중간평가 심사분석 결과 종합 진도 33%에 불과하였다.

대책 마련이 시급하였고 계획을 변경할 수밖에 없었다.

계획변경에 따른 사업내용 조정, 사업 기간 연장, 물가인상에 따른 사업비 현실화 등의 필요성을 구체적으로 적시하여 도지사 설명자료를 작성하였다.

위원장의 개회를 선언하는 방망이가 두드려졌다.

먼저, 건교부 국토계획국장이 개발계획 변경(안)에 대한 보고를 하였다.

위원장인 김종필 국무총리께서 위원(장관)들께 "본 안건에 대해 의견들을 말씀하시라"며 토론 기회를 주셨다.

먼저, 여성 장관인 신락균 문화관광부 장관(1941년생. 새정치국민회의 소속. 15, 18대 국회의원 역임)께서 발언을 하였다.

"총리님, 백제권에 문화관광부 예산을 이렇게 많이 투입하면 문광부의 다른 사업을 하기가 어려워집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총리께서 그 말을 들으시더니 "시끄러" 하셨다. 신 장관께서는 가볍게 웃으면서 더 이상 추가 발언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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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필 총리, 심대평 지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백마강교 개통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 사진=김용교 제공
이어서, 자민련 소속으로 JP의 추천을 받아 건설교통부 장관을 맡은 경북 구미 출신의 이정무 장관(1941년생. 13, 15대 국회의원)이 두 번째 발언을 했다.

"총리님 백제권에 건설교통부 예산을 이렇게 많이 투입하게 되면 다른데 사업비가 대폭 줄어든다"며 "건교부 직원들 걱정이 많습니다"라고 말씀드리자 총리께서 마찬가지로 "시끄러" 하셨다. 이 장관의 발언도 멈췄고 장내는 가벼운 웃음들이 나왔다.

총리의 "시끄러"를 못마땅해하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참석자는 없어 보였다. JP 특유의 유머스럽고 구수한 화법으로 이해하는 분위기였다. 국가 예산을 관장하는 진념 기획예산위원회 위원장께서도 발언이 없었다.

참석한 장관 대부분이 50대 후반이었고, 국회의원 겸직 장관은 재선 의원들이 많았다. 김종필 국무총리는 72세에 9선 국회의원으로 국무총리를 두 번째 역임 중이다. DJP 연대로 공동정부의 한 축을 맡고 있는 실세 총리였다. 경륜과 위엄은 분위기를 압도하였고 권력의 힘이 존재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다른 장관들의 추가 발언이 없자 총리께서 말을 이어갔다.

"어르신(고. 박정희 대통령 지칭)께서 국가재정이 어려우니 먼저 경주신라권부터 개발하고, 공주·부여 백제권은 그 다음에 하자고 하셔서 기다려 온 것이다. 굴곡도 있었지만 국책사업을 너무 오래 끌고 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 할 때가 됐다.", "장관들께서 착실히 추진해 주기 바란다"는 요지의 발언을 하신 걸로 기억되고 있다.

심 지사께서도 이 같은 분위기에 더 드릴 말씀이 없다고 판단하시고, "감사합니다. 총리님, 장관님, 걱정 안 되시도록 착실하게 추진해 나가겠습니다"로 짧게 화답하였다. 총리께서 "내가 가까운 시일 내 밥 한번 살 테니 그때 장관들께서는 시간 좀 내주시라"고 마무리 말씀을 하신 후 회의는 종료되었다.

이렇게 해서 백제문화권 종합개발사업 변경계획(안)은 비로소 확정되었다.

국무총리 훈령(행정지침)으로 설치된 위원회였지만 법규에 의한 위원회 이상으로 위력 발휘가 역력하였다.

김용교 (전 충남도정책기획관. 전 아산시 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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