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人칼럼]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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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人칼럼] 의문

도자디자이너 조부연

  • 승인 2026-04-15 16:41
  • 신문게재 2026-04-16 19면
  • 최화진 기자최화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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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디자이너 조부연
꽤 오래전부터 품었던 의문이 있다. 특히, 도자기 문화를 연구할 때 그 의문이 머릿속 어딘가에서 맴돌았다. 하지만 다른 개념을 정리하느라 뇌세포를 혹사하면 자연스레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어느 순간, 오늘은 꼭 알아봐야지 다짐하지만 다른 것에 곧 정신이 팔렸다. 수년째 그 의문이 머릿속에서 맴돌기만 했을 뿐 입 밖으로 뱉지 못했다. 오늘은 그동안 못했던 의문에 관한 질문과 답을 스스로 정리하는 시간이다.

최근 몇 년간 인류 문명의 토대인 '토기(Earthenware)'에 매료되어 있다. 정확히 말하면 선사시대 토기다. 토기는 농경이 시작되기 훨씬 전인 약 2만 년 전 빙하기의 끝자락, 후기 구석기 시대에 등장했으며 모든 대륙에서 발견된다. 필자가 품었던 의문은 이렇게 시작한다. "어떻게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비슷한 문화(토기)가 발전했을까."였다. 그리고 "이렇게 시대와 장소가 다른 고대사회에서 비슷한 문화가 발전하는 것을 부르는 용어가 있는가." 사실 이 특정한 '용어'를 알고 싶은 게 가장 컸다. 그래서 며칠 전 제미나이에 이렇게 질문했다.

"서로 다른 대륙의 고대 문명사회에서 비슷한 기술이나 문화가 발전하는 것을 일컫는 말이 있나요? 예를 들어 토기는 문명 간 교류를 할 수 없던 시대에 스스로 탄생하고 발전했던 것처럼요."

10초도 생각하지 않고 제미나이가 이렇게 답했다. "서로 다른 지역에서 교류 없이도 비슷한 문화적 양상이나 기술이 나타나는 현상을 설명하는 몇 가지 학술적 용어와 개념이 있습니다. 질문하신 '토기'의 사례는 인류학적으로 매우 흥미로운 주제인데, 이를 설명하는 핵심 용어들을 정리해 드릴게요." 제미나이가 설명한 네 가지 용어와 핵심 개념을 최대한 짧게 정리했다.

"교류가 없는 사회들이 비슷한 기술을 각자 만들어내는 현상을 '독립 발명'이라 하며, 이는 인류의 보편적 창의성의 결과다. 그 원인은 비슷한 환경에서 유사한 해결책이 나타나는 '문화적 수렴', 인간 사고 구조의 공통성(정신적 통일성), 그리고 외부 전파보다 자생적 발명이 더 많다는 점에 있다."

한 줄로 요약하면 "인간은 멀리 떨어져 살아도 생각하는 건 다 비슷하다."라는 것이다. 이제 의문을 품었던 용어와 원인을 정확히 알았다. 하지만 왠지 개운치 않다. 사실 '독립 발명'이라는 정확한 용어를 몰랐을 뿐이지 교류가 없는 사회들이 비슷한 기술을 각자 만들어내고 있음을 이미 알고 있다. 누구인지 보면 알지만 이름을 모르는 것과 같다.

앞서 '토기'에 대해 매료 되었다고 했지만 사실, 토기를 만드는 사람에 대해 매료됐다는 게 정확하다. 엄밀히 말하면 선사시대의 토기를 만들던 고대인이 아니라 지금도 선사시대의 토기를 같은 방법으로 만들고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에 대해 매료되어 있다. 그 대상은 바로 아프리카 원시 부족이다. 서아프리카에 위치한 내륙 국가인 부르키나파소에서는 아직도 선사시대 토기를 만들고 일상에서 사용한다. 남아프리카 드라켄스버그 산맥의 므웨니 지역의 줄루족 도공 '미야'가 토기를 만드는 과정은 정말이지 선사시대 인류의 모습을 그대로 담은 것처럼 보인다.

토기보다 토기를 만드는 사람들에 대해 묘하게 끌리면서 유튜브 알고리즘이 안내하는 대로 따라가다 보면, 부르키나파소, 나이지리아, 필리핀, 페루에서 토기를 만드는 도공을 만나게 된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보여주는 영상은 독립 발명을 실제로 보여준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독립 발명이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 봤던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도 독립 발명에 대한 영화다. 무한 우주에 우리 인류만 존재하겠는가. 광년의 거리 어딘가에 바위 모습을 한 외계인이 지구인과 비슷한 무엇인가를 만들고 있을 게 분명하다.

도자디자이너 조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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