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하추동]작은 불씨를 대형산불로 키우는 봄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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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하추동]작은 불씨를 대형산불로 키우는 봄바람

이미선 기상청장

  • 승인 2026-04-14 17:41
  • 신문게재 2026-04-15 18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이미선 대전기상청장
이미선 기상청장
만물이 소생하는 생명력의 계절 봄이 찾아왔다. 하지만 우리에게 봄은 마냥 따스하고 여유로운 계절만은 아니다. 매년 반복되는 산불의 공포 속에서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기 때문이다.

대전지방기상청에서 발표한 충남권 겨울철 기후특성에 따르면, 충남권의 강수량은 47.0㎜로 작년(46.1㎜)에 이어 평년(87.5㎜)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고, 강수일수도 17.3일로 평년보다 6.5일이나 감소했다. 겨울철 강수량 부족은 숲을 건조한 상태로 만들며, 토양이 머금은 수분을 줄어들게 한다. 이러한 상황은 작은 불씨가 대형산불로 번질 수 있는 위험한 환경을 만들었고, 실제로 연초부터 충남권 전역에는 크고 작은 산불이 이어지고 있다.

산산림청에서 발표한 최근 10년간의 산불 발생 현황을 분석해 보면, 전국적으로 봄철에 발생한 산불이 288건으로 전체의 54%를 차지했다. 월별로는 2월에 78건(268㏊)이었던 산불은 3월에 들어서며 128건(1만2762㏊)으로 급증하는 경향을 보였고, 4월에도 116건(1122㏊)이 발생했다. 이러한 통계는 산불이 봄철에 집중적으로 발생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지표로, 우리는 봄철 내내 긴장을 늦추지 말고 산불 예방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봄철 산불에는 건조한 환경뿐 아니라 강한 봄바람 또한 큰 영향을 준다. 우리나라는 봄철에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을 자주 받는 가운데 저기압이 다가올 경우 그 사이에서 기압 차가 커지면서 강한 바람이 자주 부는데, 이 강한 바람은 작은 불씨를 빠르게 확산시켜 대형산불로 번지게 하는 역할을 한다.

지난 2023년 4월, 충남 홍성군에서 피해 면적이 1,454㏊에 달하는 대형산불이 발생한 바 있다. 당시 상황을 살펴보면, 건조특보가 발효된 상황에서 며칠간 동풍이 태백산맥을 넘으며 고온 건조해진 바람과 맑은 날씨의 영향으로 충남권의 대기는 매우 건조했다. 여기에 초속 15m의 강풍이 불면서, 불씨가 강풍을 타고 먼 거리를 이동해 옮겨붙는 현상까지 나타나 피해가 컸다. 그뿐만 아니라 같은 날 금산에서 발화된 불씨가 강한 바람의 영향으로 약 7분 만에 대전으로 번졌고, 건조한 날씨와 강한 바람은 산불 진화를 어렵게 했다. 이는 건조하고 강풍이 부는 날씨에는 산불의 이동속도가 비약적으로 빨라지고, 대형산불로 이어지기 쉬운 조건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기상청에서 이처럼 산불로부터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대형산불 발생 시 산림청과 지자체 등 관계기관에 맞춤형 산불 진화용 기상정보를 제공하여 산불 진화를 돕고 있다. 산불 발생지역의 초단기·단기 예보 및 풍향·풍속·연직상승류의 바람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산불 진화 헬기의 안전한 운항을 위한 난류 정보도 포함되어 있다. 또한, 산불 현장에 기상관측차량을 투입하여 실시간으로 온도, 풍향, 풍속, 습도 등의 기상 요소를 관측하여 산불 확산 경로를 예측하고, 관계기관에 신속히 공유하여 효과적인 산불 진화를 위한 기상지원에 힘쓰고 있다.

산불은 기상 조건이라는 '환경'과 인간의 부주의로 만든 '불씨'가 만났을 때 발생한다. 우리는 '건조'와 '바람'이라는 기상 조건은 막을 수 없지만, 경각심을 가지고 조심한다면 불씨는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건조주의보와 강풍주의보가 발표된 상황에서는 산불 발생 위험이 큰 만큼 불씨 관리를 더욱 철저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산림청 자료에 의하면 산불로 인해 파괴된 산림 생태계가 완벽히 복원되는 데는 최소 30년, 길게는 무려 100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사라진 숲을 다시 보기 위해서는 한 세대 이상의 노력이 필요한 셈이다. 건조하고 강한 바람이 부는 봄철, 사소한 부주의가 돌이킬 수 없는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명심하고 모두가 산불 예방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기를 바란다. /이미선 기상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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