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RI 50년, 기술로 산업과 사회를 바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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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RI 50년, 기술로 산업과 사회를 바꾸다

1976년 출범, 대한민국 ICT 도약 기반 마련
시대별 진화, 추격 연구에서 '퍼스트무버'로
미래 50년 '기술 확산 구조 설계' 주안, 역할

  • 승인 2026-04-14 17:41
  • 신문게재 2026-04-15 9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1976년 설립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지난 50년간 TDX, CDMA, 5G 등 국가 핵심 ICT 기술을 개발하며 대한민국이 정보통신 강국으로 도약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해 왔습니다.

시대적 흐름에 따라 추격형 연구에서 선도형 연구로 진화해 온 ETRI는 확보한 원천기술을 표준화와 산업화로 연결하며 기술과 산업, 사회가 유기적으로 소통하는 혁신 구조를 정착시켰습니다.

창립 50주년을 앞둔 ETRI는 앞으로 6G와 초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산업 생태계 전반을 설계하는 개방형 혁신을 통해 미래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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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RI 50년 대표 성과 (이미지=ETRI 제공)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하 ETRI)이 2026년 창립 50주년을 맞이했다. 1976년 '통신·전자 기술의 국산화'라는 국가적 과제에 대응하기 위해 출범한 ETRI는 50년간 전전자교환기(TDX), DRAM, CDMA, 5G, 인공지능(AI) 등 국가 핵심기술을 잇달아 개발하며 우리나라가 ICT 강국으로 도약하는 기반을 마련해 왔다.

ETRI의 지난 50년은 단순한 기술 개발의 역사를 넘어 산업과 사회 전반의 변화를 이끈 과정이었다. 전화와 통신망 등 국가 기간 인프라 구축에서 출발해 표준화, 특허, 기술이전, 공공서비스 적용까지 '기술-산업-사회'의 확산 구조를 만들었다.

ETRI의 연구는 시대 변화에 따라 뚜렷한 진화를 보여왔다. 1980~1990년대에는 기간망 국산화와 상용화를 중심으로 한 추격형 연구가 중심이었다면, 2000년대 이후에는 국제표준과 원천기술을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형' 연구로 전환됐다. 최근에는 단일 제품과 장비 개발을 넘어 데이터, 플랫폼, 소프트웨어 중심의 연구로 무게중심이 이동하며 '개방형 혁신 생태계' 전략도 한층 강화되고 있다. 지난 반세기 대한민국 ICT 산업 발전을 이끌어온 ETRI의 주요 연구성과와 기술 혁신의 흐름을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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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M DRAM 시제품 모습 (사진=ETRI 제공)
▲50년, 5단계로 본 ICT 혁신의 흐름=ETRI의 50년 연구 흐름은 '연결'(Connectivity)에서 '지능'(Intelligence)으로 확장되는 기술 진화 과정으로 요약된다. 초기에는 전화와 전송망 구축을 중심으로 물리적 연결을 구현했고, 이후 1990년대에는 이동통신과 인터넷 확산을 통해 연결 범위를 넓혔다. 2000년대에는 이동형 멀티미디어와 모바일 인터넷, 광대역 무선 기술로 언제 어디서나 연결되는 환경을 구현했고, 2010년대에는 5G와 AI가 결합하며 연결이 서비스 혁신의 기반으로 전환됐다. 2020년대에는 지상·공중·우주를 포괄하는 6G 비전과 초지능 사회로의 전환이 본격화되고 있다.

ETRI의 50년은 기술 발전 단계에 따라 뚜렷한 변화의 흐름을 보여준다.

먼저 1976년부터 1985년까지는 연구 기반 구축과 기술 국산화의 시기였다. 이 시기 ETRI는 전전자교환기, 반도체, 컴퓨팅 등 핵심 기술의 기초 역량을 축적하며 국가 핵심 기술 개발의 토대를 다졌다. 연구 인프라와 대형 프로젝트 수행 경험이 축적되면서 이후 국가 핵심기술 개발을 감당할 수 있는 기반도 함께 마련됐다. 이 기반은 1986년 이후 통합 ETRI 출범, TDX 상용화 확산, 이동통신 도전과 같은 대형 과제를 감당할 수 있는 체력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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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RI 연구진이 개발한 TDX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ETRI 제공)
1986년부터 1999년까지는 상용화와 산업화의 시대였다. TDX 상용화 확산을 통해 디지털 통신망이 구축됐고, CDMA 이동통신 상용화와 DRAM 개발 성공을 계기로 대한민국이 ICT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 이 시기 축적된 상용화 경험과 산업 생태계는 이후 2000년대의 선도형 ICT 혁신으로 이어지는 결정적 기반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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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MA 세계 최초 사용화 서비스 현장 모습 (사진=ETRI 제공)
2000년대는 기술 혁신과 융합이 본격화됐다. IMT-2000, WiBro, 지상파 DMB 등 세계 최초·선도 기술이 등장했고 표준특허 확보와 기술이전을 통해 산업 생태계 확장도 가속화됐다. ETRI가 선도형 연구로 전환하며 글로벌 ICT 경쟁의 전면에 등장한 시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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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 휴대 인터넷 Wibro 시스템 개발 성과를 발표하고 있는 모습 (사진=ETRI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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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세대 무선인터넷 LTE 세계 최초 개발 시연 모습 (사진=ETRI 제공)
2010년대에는 5G와 AI 중심의 플랫폼 시대가 열렸다. 5G 핵심기술과 국제행사 실증, 언어 AI 서비스 등 연구성과가 실제 서비스로 구현되며 ICT 기술이 산업과 사회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이 시기 ETRI는 기간망, 플랫폼, 소프트웨어, AI, 서비스를 잇는 '가치사슬형 연구 체계'를 본격화했다.

2020년대 들어서는 6G와 초지능 기술 중심의 전환이 진행되고 있다. 지상·공중·우주를 아우르는 통합 네트워크와 AI 기반 서비스가 핵심 기술로 부상하고 있으며 ETRI는 IMT-2030 6G 비전과 200Gbps급 6G 링크 시연, 오픈랜·AI-RAN, AI 공공서비스·헬스케어 실증 등 비전 제시부터 원천기술 개발, 표준, 실증, 산업화까지를 아우르는 복합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기술 성능뿐 아니라 신뢰성, 책임성, 개방성까지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떠오르면서 연구개발 방식과 거버넌스 혁신도 중요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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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K-UHD 세계 최초 지상파 개발 성과 (사진=ETRI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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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RI 연구개발 50년 정리 (표=ETRI 제공)
▲기술을 넘어 산업과 사회로 확산=ETRI의 연구성과는 실험실 안에 머무르지 않았다. 확보된 원천기술은 국제표준과 특허로 이어졌고 기술이전과 산업화를 통해 기업 경쟁력 강화와 산업 생태계 확산으로 연결됐다. 동시에 공공서비스 실증과 사회문제 해결에도 적용되며 기술의 사회적 가치까지 넓혀 왔다.

ETRI의 연구성과는 산업 현장을 넘어 국민 일상 속 서비스와 제품으로도 확산돼 왔다. 대전 공공자전거 '타슈'의 과금 시스템과 고속도로 하이패스, 공인인증서, MPEG(MP4) 기반 동영상 압축기술, LED 응용 피부미용기기, 초등학교 영어학습 서비스 'AI펭톡'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CDMA, LTE, 5G, 와이파이, 인터넷 백본망, 고화질 TV방송, 음성인식, 자연어처리, AI 번역, 자율주행, V2X, 위성통신, 스마트팩토리, 정보보안, 클라우드·엣지 컴퓨팅 등으로 상용화 범위가 넓어지며 ETRI 기술은 산업과 사회 전반의 혁신 기반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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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 LED 공정과 소재 기술을 연구 중인 ETRI 연구진 (사진=ETRI 제공)
ETRI 50년의 역사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되는 성공 요인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전화 적체, 이동통신, 광대역망 등 국가가 당면한 기간 인프라 문제를 연구개발의 출발점으로 삼고 실증과 상용화까지 연결해 왔다는 점이다. 둘째는 표준화와 특허, 기술이전을 통해 연구성과를 산업 생태계로 확산시키며 연구소-기업-정부의 역할 분담 구조를 정착시킨 것이며, 셋째는 시대 변화에 맞춰 연구 포트폴리오를 끊임없이 재구성하며 통신망 중심에서 플랫폼, 소프트웨어, AI 서비스까지 연구 범위를 확장해 왔다는 점이다.

이 같은 구조는 민간이 단독으로 수행하기 어려운 대형 실증, 장주기 원천기술 개발, 국제표준 선점 영역에서 공공 연구기관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평가된다. 기술을 개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산업과 사회로 확산시키는 구조를 설계해 왔다는 점에서 ETRI 50년의 의미는 더욱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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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G를 위한 지상-위성 통합 네트워크 시스템을 개발 중인 연구진 모습 (사진=ETRI 제공)
▲미래 50년, 기술에서 생태계 설계로=ETRI는 앞으로의 50년을 단순한 기술 개발의 시대가 아니라 '기술 확산 구조 설계'의 시대로 보고 있다. 기술 성능 자체의 경쟁을 넘어, 개발된 기술이 산업과 사회에 어떻게 적용되고 확산될지를 함께 설계하는 일이 더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중소기업과의 협력, 국제 공동연구, 공공서비스 적용을 포함한 개방형 혁신 생태계 구축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기술의 지속가능한 산업화는 표준화와 지식재산 전략에서 비롯되는 만큼, 앞으로도 연구개발과 표준, 특허, 실증, 산업화를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전략이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ETRI는 1980~1990년대 ITU, ISO 등 국제표준화 활동을 통해 국내 기술의 국제 정합성을 확보하는 데 주력했고 2000년대 이후에는 3GPP, ETSI, ITU-R 등 글로벌 표준 무대에서 요구사항 제안, 규격 반영, 표준특허 확보까지를 연구개발의 핵심 과정으로 내재화해 왔다. 표준화가 연구 종료 이후의 후속 절차가 아니라 연구 목표와 평가 체계에 포함된 동시 수행 과제로 자리 잡은 것이다.

방승찬 ETRI 원장은 "ETRI 50년사는 과거 성과의 기록을 넘어 미래 혁신을 위한 운영 원리를 제시하는 데이터베이스"라며 "앞으로도 국가 전략기술 개발과 산업 생태계 확산을 동시에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임효인 기자



이 기사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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