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응노미술관 ‘연민’展 개최…지역 작가 6인, 작품 31점 선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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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노미술관 ‘연민’展 개최…지역 작가 6인, 작품 31점 선보여

6월 7일까지 본관 2~4전시실서 개최

  • 승인 2026-04-09 16:55
  • 신문게재 2026-04-10 9면
  • 최화진 기자최화진 기자

대전이응노미술관은 4월 7일부터 6월 7일까지 지역 작가 6인이 참여해 '연민'을 주제로 한 기획전을 개최하며, 회화와 설치 등 31점의 작품을 통해 현대미술의 역할과 방향을 모색합니다.

이번 전시는 연민을 단순한 감정을 넘어 타인과 관계를 맺는 윤리적 태도로 확장해 해석하며, 참여 작가들은 각자의 매체를 활용해 개인의 내면이 사회적 의미로 확장되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구현합니다.

관람객들은 추상 회화부터 다큐멘터리 사진까지 다양한 작품을 통해 타인의 고통을 응시하고 공존의 가치를 되새기며, 예술이 사회와 관계 맺는 책임 있는 방식에 대해 성찰하는 기회를 얻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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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이응노미술관이 4월 7일부터 6월 7일까지 기획전 '연민'을 연다./사진=이응노미술관 제공
'연민'이라는 오래된 감정을 현대미술의 언어로 풀어낸 전시가 대전에서 열린다.

대전이응노미술관이 4월 7일부터 6월 7일까지 기획전 '연민'을 연다. 전시는 본관 2·3·4전시실에서 진행되며, 고산금, 권인숙, 김기태, 김선태, 이강산, 오완석 등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 6인이 참여해 총 31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회화, 설치, 사진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동시대 미술의 주요 문제의식을 점검하고, 미술관이 제시하는 현대미술의 역할과 방향을 모색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전시는 세 개의 전시실로 구성되며, 각 공간은 '연민'이라는 공통된 주제를 서로 다른 층위에서 해석한다.

전시의 중심 개념인 '연민'은 인간의 보편적 감정이자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로 제시된다. 인류학자 마거릿 미드가 문명의 시작을 '치유된 뼈'에서 찾았다는 일화처럼 타인의 고통을 돌보는 행위는 공동체 형성의 출발점으로 이해된다. 철학자 데이비드 흄 또한 공감 능력을 인간 본성의 핵심으로 설명한 바 있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관점에서 '연민'을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타인과 관계를 맺는 태도로 확장해 해석한다. 작가 개인의 경험에서 비롯된 감정은 작품을 통해 외부로 드러나고, 이는 다시 관람자의 경험과 연결된다.

특히 자기 자신을 향한 연민과 타인을 향한 연민이 서로 연결된다는 점에 주목한다. 전시는 개인의 내면에서 출발한 감정이 사회적 의미로 확장되는 과정을 작품을 통해 드러내고자 한다.

이응노미술관은 이번 전시에 대해 "연민은 타인을 이해하려는 마음이라는 의미를 갖지만, 참여 작가들은 공통적으로 사소한 대상과 이면을 오래 응시하는 태도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또 작가 선정 기준에 대해서는 "오랜 시간 작업을 지속해온 작가들을 중심으로, 실제 전시 현장을 직접 확인하며 작품의 흐름을 지켜보고 선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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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태, 무제, 캔버스에 아크릴, 259×194cm, 1996/사진=이응노미술관 제공
2전시실에서는 김선태, 고산금, 권인숙의 작업이 소개된다.

김선태는 추상 회화를 통해 의식의 흐름과 감각의 흔적을 화면에 담는다. 그의 작품은 구체적인 대상 재현을 지양하고, 색채와 형태의 변화 속에서 감정의 생성 과정을 보여준다. 과거 작업을 포함한 이번 전시는 작가가 형태를 단순화해온 과정을 함께 드러낸다.

김선태는 이번 전시에 신작 없이 과거 작업을 출품했다. 그는 "이번 전시에 나온 작품들은 대부분 30여 년 전 작업"이라며 "작품에 대해 특별한 설명을 하기보다 관람자가 보고 판단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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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금, Rectangle(존 에드워드 윌리엄스, 스토너), 나무패널에 천, 아크릴물감, 4mm 인공진주 160cm×116 cm, 2023/사진=이응노미술관 제공
고산금은 문학 텍스트를 시각적 이미지로 변환하는 작업을 선보인다. 소설이나 철학서의 문장을 인공 진주로 치환하는 방식은 언어의 의미를 제거하고, 대신 반복과 밀도를 통해 새로운 감각적 경험을 만든다. 텍스트는 읽히지 않지만, 그 구조는 여전히 남아 감정의 흔적으로 작용한다.

그는 "책을 읽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고 감정이 크게 움직이는 지점을 선택해 작업을 시작한다"며 "그 지점을 중심으로 작업을 확장해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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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인숙, i-cant-find-anything-here-b2, 캔버스에 아크릴(꼴라주), 100cm×100cm, 2025/사진=이응노미술관 제공
권인숙은 분절된 공간 구조를 통해 현대인의 심리 상태를 표현한다. 화면 속 상자 형태와 벽은 단절된 공간을 형성하며, 동시에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관계를 암시한다. 작품은 고립과 연결이 공존하는 상태를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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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완석, minus22, 불투명 무반사 유리에 유채, 100×150㎝, 3 pieces, 2022/사진=이응노미술관 제공
3전시실에서는 오완석과 김기태의 작업이 전시된다.

오완석은 유리를 매체로 활용해 시각적 인식의 문제를 탐구한다. 유리 위에 그린 이미지를 뒤집어 제시하고, 작품을 벽에서 띄워 설치함으로써 평면과 입체 사이의 경계를 흐린다. 관람자는 작품을 보는 동시에 자신의 시선을 의식하게 된다.

그는 "유리에 그림을 그린 뒤 뒤집는 방식으로 작업한다"며 "처음 그린 면이 최종적으로 보이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또 "유리의 투명성과 반사성 때문에 관람자의 모습이 비칠 수 있어 이를 고려해 작업한다"고 덧붙였다.

작품을 벽에서 띄워 설치한 이유에 대해서는 "그림이지만 설치적인 요소를 함께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며 "그림자가 생기면서 다른 형태로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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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 허수아비의 재산, 장지 위 수묵수채, 162.2×130.3cm, 2025/사진=이응노미술관 제공
김기태는 우화적 형식을 통해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의 작품은 특정한 결론을 제시하기보다, 관람자가 다양한 해석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를 가진다. 수묵수채 기법을 활용한 화면은 서사적 요소를 담고 있으며, 사회적 상황과 인간의 선택을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그는 "작품은 특정한 결론을 제시하기보다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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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산, 충남 연기군 남면,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150×50cm, 2010/사진=이응노미술관 제공
4전시실은 이강산의 사진 작업으로 구성된다.

이강산은 재개발 지역과 여인숙 등 사회적 주변부를 기록해온 다큐멘터리 사진가다. 그는 현장에 머무르며 내부자의 시선으로 삶을 기록하는 방식을 택한다. 작품은 특정 장면의 미학적 구성보다, 그 안에 담긴 삶의 흔적에 초점을 둔다.

사진 속 공간은 사라져가는 장소들이며, 그 안에 존재했던 사람들의 삶을 함께 드러낸다. 작가는 이러한 기록을 통해 인간의 존엄과 사회적 책임에 대한 질문을 제기한다.

그는 "작업은 인간의 존엄과 생존 공간을 기록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또 "철거 예정지와 여인숙 등에서 장기간 머물며 촬영을 이어왔다"며 "이러한 기록을 통해 공존과 상생의 문제를 생각하고자 한다"고 했다.

이갑재 이응노미술관장은 "이번 기획전 '연민'은 단순한 감정적 동요를 넘어 우리가 세계와 타자 앞에 어떠한 윤리적 태도로 서 있을 것인가를 묻는 전시"라며 "이응노 화백이 시대적 폭력 속에서도 인간을 향한 시선을 거두지 않았던 것처럼 이번 전시가 예술이 사회와 관계 맺는 책임 있는 방식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화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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