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노동은 생명이다

  • 오피니언
  • 프리즘

[프리즘] 노동은 생명이다

박대건 노사발전재단 충청지사장

  • 승인 2026-04-07 10:21
  • 신문게재 2026-04-08 19면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박대건 노사발전재단 충청지사장
박대건 노사발전재단 충청지사장.
최근 대전 대덕구에 소재한 안전공업 공장 화재로 14명의 노동자가 귀한 목숨을 잃었다. 필자도 대전시청에 마련된 안전공업 화재 사망자 합동분향소에 헌화·분향을 하고 왔다. 즐비하게 들어선 조화를 보며 유족들이 앞으로 감당해야 할 슬픔의 깊이를 짐작하고도 남을 만했다.

살아남은 우리의 책무는 무엇일까. 오늘 그 책무에 대한 시시비비를 따지기보다는, 사회공동체의 '제도적 치유(制度的 治癒)'를 위한 사회적 환기 차원에서 무겁고도 펼치기 힘든 두루마리 종이를 조심스레 펼쳐 보려고 한다.

우리나라 산업안전보건법은 1981년 12월 31일 제정됐다. 이전(1953년)에는 근로기준법에서 '안전과 보건'에 관한 장(障)으로 규정했고, 별도의 독립된 법률은 부재했다. 이후 1990년 산업안전보건법의 전면 개편을 통해 그 골격을 완전히 바꿨다.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을 강조하고, 위험성 평가 제도의 도입 기반을 마련하기도 했다. 그리고 2016년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 사고로 1990년 전면 개편 이후 28년 만인 2019년에 다시 한번 전면 개정을 통해 플랫폼 노동자를 산업안전보건법 보호 대상에 포함하고, 원청(도급인)의 안전조치 의무 범위를 확대하는 한편 처벌 수위 또한 높이게 됐다.

이러한 법 개정의 과정에서 중요한 규정이 우리 산업안전보건법에 처음 등장하게 되는데, 1990년 전면 개편 때 도입된 '근로자의 작업중지' 조항이 바로 그것이다. '작업중지권'은 노동자가 위험한 상황에서 자신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작업을 멈출 수 있는 실정법상의 권리이다. 1990년 1월 13일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 때 당시 법 규정은 제26조(작업중지 등) 제2항에서 "근로자는 산업재해 발생의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는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근로자가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했을 때, 이를 이유로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의 염려가 있을 수 있다고 해 노동자의 심리적 부담을 덜고 권리 행사를 할 수 있도록 1996년 법 개정 때 작업중지권 행사로 인한 '불이익 처우 금지'를 명문화하게 됐다. 이후 2019년 전부 개정에서는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처우를 한 사용자를 형사 처벌하는 규정을 마련하고, 위험 상황이 해소된 후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할 사용자의 의무를 구체적으로 정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산업 현장에서는 일부 대기업 건설사 등을 제외하면 여전히 작업중지권은 생소한 권리로 생각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안전보건관리 체계가 제대로 구축되어 있지 않을 가능성도 많고, 작업중지권은 그야말로 '캐비넷에 보관된 장식품'과도 같은 것일 수도 있다. 이제 더는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이 제도의 사각지대에 방치되어서는 안 된다. 노동자가 자신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법에서 정한 권리를 정당하게 행사할 수 있도록 더 구체적인 제도적 보완이 이루어지고, 산업 현장의 노사는 정부 지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사회·경영 위험'을 해소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필자는 다음의 세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산업안전보건법의 법 명칭을 '노동안전보건법'으로 개정했으면 한다. 주지하다시피 이 법률 명칭은 1981년에 이루어진 작명이다. 법이 보호하고 지키는 주된 핵심 가치에 따라 법률의 명칭을 정한다고 한다면 '산업'이 아니라 '노동'이기 때문이다.

둘째, 현행 산업안전보건법 제52조(근로자의 작업중지) 제1항의 '급박한 위험'에 대한 구체적 사항을 예시적으로 명시하는 개정이 필요하다. 우리 판례(대법원 2018다 288662)도 "근로자가 주관적으로 위험하다고 믿을 만한 합리적 이유가 있다면 작업중지권 행사는 정당하다"고 판시해 작업중지권 행사의 기준을 다소 폭넓게 바라보는 입장이기는 하나, 판례의 기준만으로는 산업 현장에서 노동자가 작업중지권을 행사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이 될 수는 없을 것이므로 이에 대한 입법적 보완이 필요하다. 셋째, 입법적 보완과는 별개로 노사가 소통 채널을 다양하게 확보하고, 안전보건관리 체계를 법률에 따라 공동으로 수립할 수 있는 정부 지원 제도를 많이 활용했으면 한다. 노사발전재단은 상생파트너십 종합지원사업을 통해 원·하청 공동의 안전 체계 구축, 안전·보건 이슈 공동 대응, 작업장 위험 요소 개선 등을 위한 파트너십 프로그램에 대해 사업장 단위 최대 4000만원, 지역·업종 단위 최대 8000만원을 심사를 통해 프로그램 수행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박대건 노사발전재단 충청지사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LOL캐릭터 대전에 다 모였다. 페이커 보러 왔다 발복 잡히는 곳
  2. 가족사랑 금요장터서 농산물 구입
  3. 아산시 온양6동 온주마을, 국토부 '우리동네 살리기 프로젝트' 선정
  4. 지역 안전문화 확립 업무협약 체결
  5. 아산신협, 장학금 400만원 쾌척
  1. 아산시, 교육 지원체계 전면 개편
  2. 순천향대천안병원 이한유 센터장, 엘살바도르 산모·신생아 응급의료 역량 강화 지원
  3. 천안시복지재단, 천안ESG거버넌스협의체와 환경정화 캠페인 나서
  4. 천안시, 일본뇌염 '예방접종·예방수칙' 준수 당부
  5. 천안시, 일본 도쿄 기계요소기술전 참관…관내 중소기업 탐방단 파견

헤드라인 뉴스


[르포] "지하 파고, 흙더미 쌓인 트램 공사장"… 폭우 앞둔 대전 도심

[르포] "지하 파고, 흙더미 쌓인 트램 공사장"… 폭우 앞둔 대전 도심

7월 3일 금요일 오후 5시 50분, 퇴근 시간이 한창인 대전 중구 오류동 인근. 왕복 도로는 트램 12공구(유천동 버드내아파트~문창동 보문교) 공사로 차로 폭이 줄어든 상태였다. 여기에 퇴근 차량까지 몰리면서 긴 정체가 이어졌다. 신호가 바뀌어도 차량들은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고 도로 위에는 경적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인도에는 '버스정류장 이용 불가. 100m 앞 임시정류장을 이용해 달라'는 안내판이 세워졌다. 공사장 외곽은 건설사 이름이 적힌 대형 가림막으로 둘러싸였고 가림막 사이로 들여다본 공사장 내부에는 깊게 파인 굴착..

대전지역 주유소 판매가격 `로켓과 깃털 효과` 확인
대전지역 주유소 판매가격 '로켓과 깃털 효과' 확인

대전지역 주유소들이 판매가격이 오를 때에는 빠르게 반영하고, 내릴 땐 더딘 이른바 '로켓과 깃털 효과'가 확인돼 소비자들의 불만 이 커지고 있다. 중동전쟁 발발 직후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1주일 사이 리터당 각각 241원, 354원 급등한 반면, 정부가 석유제품 최고가격을 인하 조정한 이후 하락 폭은 100원 수준에 그쳤기 때문이다. 다만, 전국 평균보다는 빠르게 인하된 것으로 나타났다. 5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대전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중동전쟁이 발생한 2월 28일 리터당 1677.81원에서 1주일..

충청권 목돈 저축성예금에 쏠렸다... 투자보단 안전자산에 집중
충청권 목돈 저축성예금에 쏠렸다... 투자보단 안전자산에 집중

주식 시장의 널뛰기가 계속되고 은행 예금 매력도가 높아지자 충청권 금융시장 자금 흐름이 저축성예금으로 모이고 있다. 언제든 통장에 넣고 뺄 수 있는 요구불예금은 감소하고, 예·적금 등 비교적 안전한 금융상품에 가입한 지역민들이 많아진 것인데, 불안한 시장 상황에 안전한 이자수익을 노리는 이들이 많아졌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5일 한국은행 대전세종충남본부의 '2026년 4월 중 대전·세종·충남 금융기관 여수신 동향'에 따르면 대전·세종·충남 시중은행 요구불 예금은 1847억원 줄고, 저축성예금은 6978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맛비 내리는 대전 장맛비 내리는 대전

  • 가족사랑 금요장터서 농산물 구입 가족사랑 금요장터서 농산물 구입

  • 이재명 대통령, 충청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 참석 이재명 대통령, 충청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 참석

  • ‘개문냉방 안돼요’ ‘개문냉방 안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