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여행] 102-전라도 오리탕과 경상도 오리백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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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여행] 102-전라도 오리탕과 경상도 오리백숙

김영복 식생활문화연구가

  • 승인 2026-03-16 17:03
  • 신문게재 2026-03-17 10면
  • 김지윤 기자김지윤 기자

과거 약재나 궁중 음식으로 쓰이던 오리는 1970년대 이후 전남 지역을 중심으로 사육이 본격화되면서 광주 오리탕과 영남 오리백숙 등 대중적인 요리로 발전했습니다.
이후 로스, 불고기, 훈제 등 조리법이 다양해지며 전국적인 외식 메뉴로 정착하였고, 현재는 남녀노소 즐기는 대표적인 보양식으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특히 오리고기는 불포화지방산과 콜라겐이 풍부하여 성인병 예방과 피부 미용에 탁월한 효능을 지닌 건강 식재료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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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둥오리와 백오리. (사진= 김영복 연구가)
요즘 전국 어디를 가나 건강에 좋은 오리요리 집들이 자주 눈에 띈다.

9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오리는 주로 약(藥)으로 먹었지, 일반 대중적인 음식은 아니었다.



조선의 명의 허준(許浚 1539∼1615)도 선조의 명을 받아 중국과 한국의 한의학 서적들을 하나로 모아 발간한 『동의보감(東醫寶鑑)』 탕액편에 집오리의 기름 · 피 · 머리 · 알 · 흰오리고기 · 흰오리똥 · 검은오리고기의 성질과 약효를 적었다.

다만 당시 광주(光州)의 오리탕과 부산 · 경남의 오리백숙만 있었을 뿐이다.



중국에는 이런 고사(古史)가 있다.

당 덕종(唐德宗) 연간의 재상 정여경(鄭餘慶)이 일찍이 사람들을 불러서 회식(會食)할 적에 좌우(左右) 측근을 불러 이르기를 "푹 쪄서 터럭만 제거하고 목은 꺾어뜨리지 말라.[爛蒸去毛 勿拗折項]"고 하자, 여러 사람들이 속으로 반드시 거위나 오리[鵝鴨] 따위를 말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한참 뒤에 음식을 차려 와서 보니, 매 한 사람 앞에 각각 밤밥[栗飯] 한 사발과 찐 호리병박 하나씩이 올려졌으므로, 사람들이 몹시 실망한 나머지, 마지못해 억지로 그것을 먹었다고 한다. 밤밥[栗飯]과 호리병박 요리를 거위나 오리요리로 표현한 것이다.

프랑스의 고급 요리 푸아그라(Foie gras)는 본래 야생오리의 간을 사용했다. 푸아(foie)는 프랑스어로 "간(liver)"을, 그라(gras)는 "지방의, 살찐(fatty)"이란 의미로, 푸아그라(foie gras)는 말 그대로 "지방간(fatty liver)"을 뜻한다. 프랑스혁명 이후 푸아그라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오리보다 사육법이 먼저 발달한 거위의 간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지금은 기술 발전과 품종 개량으로 집오리의 사육이 용이해 집오리의 간을 이용하기도 한다.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무슬림들도 돼지고기 대신 오리고기를 먹는다.

프랑스에서는 성탄절과 연초를 포함한 특별한 날에 레드 와인을 곁들여 즐기는 특식으로 알려져 왔다.

그렇다면 우리는 언제부터 오리를 식용했을까? 조선 후기 논산 출신 문신 명재(明齋) 윤증(尹拯, 1629~1714)이 쓴 『명재유고(明齋遺稿)』에 이런 시(詩)가 등장한다.

"百年桑梓魯丘下(백년상재노구하) 백 년의 고향 마을 노구 아래서

面對鷄山勢天揷(면대계산세천삽) 하늘에 꽂힌 듯한 계룡산을 대하노라

東里西隣可相望(동리서린가상망) 동쪽 마을 서쪽 이웃 바라보이나

春秋會合高堂狹(춘추회합고당협) 봄가을로 모일 때는 넓은 집도 비좁다네

鋪筵設席粲灑掃(포연설석찬사부) 자리 펴고 방석 깔고 깨끗이 청소하고

剝棗收栗烹鷄鴨(박조수율팽계압) 대추 털고 밤 줍고 닭과 오리 요리하여

秩秩尊卑禮數肅(질질존비예수숙) 질서 있게 존비 가려 엄숙히 예 지키며

溫溫杯勺歡情洽(온온배작환정합) 즐거웁게 잔 돌리며 따뜻한 정 나누네"

이 시(詩)는 명재(明齋) 선생이 계룡산(鷄龍山)을 바라보며 파평윤씨(坡平尹氏) 종회(宗會)에서 지은 시(詩)로 오리(鴨)를 요리해 술안주로 한 대목이 나온다.

한편 조선 후기의 실학자 유암(流巖) 홍만선(洪萬選 1643년~1715년)이 지은 『산림경제(山林經濟)』 제2권 치선(治膳) 어육(魚肉) 부(附) 자포(煮泡)편에 오리구이[炙野鴨]와 오리알 절이는 법[?鴨卵]이 나온다.

특히 진연(進宴)이나 진찬(進饌) 때에 임금이나 세자(世子)에게 올리는 음식상을 대선(大膳)이라 하는데, 『승정원일기(承政院日記)』 인조 17년(1639) 6월 6일 자를 보면 영접도감(迎接都監)은 연석(筵席)에서 대선에 쓸 거위를 인조가 오리 3마리로 대용하라는 전교에 서울과 지방에 혹 거위를 키우는 곳이 있는데 숫자가 드물고, 혹 집오리를 키우는 곳이 있는데 또한 매우 부족하다 하므로 인조는 오리 한 마리로 줄이라는 전교를 내린 내용이 나온다.

위 내용으로 보아 오리는 궁중의 진연이나 진찬에 올려진 것으로 보인다. 당시 오리를 사육하는 곳은 많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리가 귀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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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하구 오리. (사진= 김영복 연구가)
그렇다고 우리의 오리 사육의 역사가 짧은 것은 아니다. 조선 후기 실학자 오주(五洲) 이규경(李奎景, 1788년~1863년)은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 고려의 싸움오리[高麗鬪鴨]와 신라와 고려에도 오리가 있었고, 일본에는 3세기에 오리가 전래된 것 같다고 했다. 오리에 관련 내용과 사육에 관한 내용은 『재물보(才物譜)』, 『물명고(物名考)』, 『지봉유설(芝峯類說)』, 『전어지(佃漁志)』, 『규합총서(閨合叢書)』 등에도 등장한다.

1970년대 이후 전남에 오리 사육이 본격화되고 2016년 12. 15자 '「전남 농업 70년사」 연구용역 요약'을 보면 오리 사육이 전국 1위로 38%인 3,732천 수를 사육하고 있었다.

특히 나주시는 2024년 12월 현재 117농가에서 오리 218만 7000여 마리를 사육 중인 전국 최대의 오리 생산지다.

이러한 영향을 받은 광주시 북구 유동, 신안동에는 오리탕 거리가 생기기 시작했는데, 들깨를 맷돌에 갈아 만든 들깨 국물을 40일 정도 키운 중간 크기의 오리와 함께 된장, 고춧가루, 마늘을 넣고 푹 끓인 뒤 먹기 직전 인삼, 미나리, 대추를 넣어 끓여낸 오리탕을 김순임이라는 할머니가 영미오리탕이라는 상호로 장사를 하기 시작하고부터다.

영미오리탕은 1994년 기사에 '80년 전통을 자랑하는 오리탕 전문점'이라고 소개되어 있다.

그렇다면 1914년부터 했다는 이야기다. 광주광역시 유동에 1979년 김증지 씨가 이모로부터 영미오리탕(광주 북구 경양로 126)을 물려받아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 본래 김증지 씨는 기사식당을 하다가 업종을 바꿨다고 하는데,

45년 넘는 세월 동안 영미오리탕을 운영하면서 김증지 씨는 오른쪽 어깨와 무릎 근육이 파열되었다고 한다. 오랜 시간 오리를 직접 손질하며 얻은 직업병인 셈이다. 김증지 씨는 새벽 5시부터 양동시장 지인에게서 오리를 공급받아 바로 손질을 한다고 한다. 영미오리탕은 "손으로 대봐서 온기를 느낄 수 있는 오리만 쓴다."고 하며 냉동 오리 대신 생고기를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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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탕. (사진= 김영복 연구가)
그러나 광주의 오리탕에 대한 이야기는 또 하나가 있다.

1970년대 나씨 청년이 나주 금천에서 오리 농장을 하고 있었다. 그는 오리 수요를 넓히기 위해 대만에 육고기를 수출하고, 통조림을 만드는 등 여러 방면으로 노력을 하였다. 한편 그는 식당가를 돌아다니며 새로운 오리 로스 등 오리요리를 권하며 오리 판매 영업을 하였다. 그러다가 나씨는 유동에서 영광 출신 식당 주인을 만나게 되고, 식당 주인은 그에게 자연산 청둥오리와 미나리 그리고 들깨가루가 들어간 요리 비법을 가르쳐 주었다. 청년은 비법을 듣고 좋은 예감이 들어 반값에 오리 공급을 제안하였다. 예측은 빗나가지 않고 오리탕을 찾는 이들이 점차 늘었다. 장사가 잘되자 주변에 오리탕 전문점이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유동 일대에는 30여 개 오리전문점이 생겨났다. 1980년대 말 유동 일대는 오리탕 전성시대가 되었다. 더욱이 오리가 '건강음식'으로 인식되면서 오리탕 거리는 맛집으로 정착하게 되었다고 한다.

어쨌든 90년대에는 오리탕 거리에 오리고기 전문점이 40여 집이 있었다.

오리탕 거리는 중국 · 일본인들도 이곳을 '관광코스'에 넣어 찾아올 만큼 이름이 났다.

오리탕을 좋아하는 편이 아닌 이들, 오리고기는 냄새가 나고 느끼해서 먹지 못하겠다는 이들도 광주 유동 오리탕 골목에서는 밥 한 그릇을 쓱싹 비웠다는 후일담이 많다.

그리고 오리탕은 한정식, 송정떡갈비, 무등산보리밥, 광주김치와 더불어 광주 5미(五味)로 불린다.

이렇듯 광주에서 오리탕이 유명해질 무렵 70년대 중반 부산 경남에서는 오리백숙이 식도락가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었다.

낙동강 하구 늪지대에 오리가 많아 낙동강 주변 사람들은 오리 사냥이 좋은 생계 수단이었다.

특히 경남 진해의 청수백숙은 오리백숙을 대중화로 이끈 맛집이었다.

본래 오리백숙을 끓이는 방식에서 압력솥에 넣고 찌는 방식을 택한 오리백숙은 질기고 단단한 육질을 부드럽게 하여 손님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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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 백숙. (사진= 김영복 연구가)
특히 찹쌀, 녹두, 조, 팥 등 7가지 곡물과 인삼을 넣은 이 집의 백숙은 입소문과 언론에 소개되면서 90년대 이후 전국에 알려져 오리백숙집들이 각 지역마다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1983년도 충북 진천에서 주원산오리가 오리 로스와 불고기를 출시하게 된다. 오리 로스는 우리가 흔히 아는 오리고기를 삼겹살 구이처럼 구워 먹는 것이며, 그냥 날고기를 구워 먹으면 오리 로스, 훈제해서 먹으면 훈제 오리다. 먹는 방식도 삼겹살과 거의 차이가 없는데, 오리주물럭, 오리불고기, 오리로스를 출시하면서 오리요리가 다양화되기 시작했다.

훈제오리는 오리고기를 훈연 조리한 것으로, 기름기가 다소 빠져 비교적 담백하고 식감도 쫄깃한 것이 특징이다.

훈제는 일단 한 번 조리된 것이기 때문에 재조리하기 쉬워 진공 포장 상태로 많이 유통된다.

1990년대에 오리고기가 대중화되면서 유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등장한 요리이다.

오리고기에 함유된 지방은 건강에 좋은 불포화지방산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오리고기의 지방은 포화지방산 20%, 불포화지방산이 70% 이상이며, 이는 닭고기의 포화지방산 36%, 불포화지방산은 60%과 비교해 봤을 때 불포화지방산의 비율이 상당히 높은 편임을 알 수 있다.

불포화지방산은 혈중 콜레스테롤을 감소시켜 고지혈증, 동맥경화, 고혈압, 중풍 예방에 좋으며, 오리고기는 다른 육류에 비해 순환기 질환에 악영향을 끼치는 포화지방산인 팔미트산의 함량이 매우 적은 것이 특징이다. 불포화지방산 중 리놀산(linolic acid), 아라키돈산(arachidonic acid)이 많아 동맥경화나 고혈압 등의 성인병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오리고기의 필수지방산인 리놀레산 성분은 피부를 윤기 있게 유지하도록 한다. 또한 오리고기에 풍부한 콜라겐 성분은 천연 보습 효과가 있어 피부의 신진대사를 활발히 하여 피부 노화를 방지하고 근육에도 탄력을 준다. 또한 모발과 손톱에도 영양을 공급하여 건강하게 유지한다. 콜라겐은 오리고기에 함유된 칼슘, 인, 철, 칼륨, 아연 등의 무기질과 만나 상승효과를 일으켜 피부에 더욱 좋은 효과를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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