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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태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본부장 |
얼마 전 기업인들 모임에서 어느 대표가 던진 화두였다. 이 화두를 지역 기업인들을 만날 때마다 던져 보았다. 대부분의 대답은 한마디로 "암울하다"였다. 민생보다는 정쟁에 몰두하는 정치권의 모습, 기업 경영의 발목을 잡는 각종 규제, 저출생 고령화, 근로의욕 저하, 지정학적 위험 등 부정적 요인이 훨씬 많다는 지적이 함께 돌아왔다.
답답한 마음에 요즘 잘 나간다는 생성형 인공지능(AI) 제미나이와 챗GPT에게도 물어봤다. AI의 질문 창에 같은 질문을 넣어 2046년 대한민국의 국력을 전망해 보라고 했다. 앞서 말한 구조적 취약점들을 배제한 채 전망을 요구한 결과, 우리나라는 양적 경제성장 속도가 둔화하지만,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8∼10만 달러 수준에 육박하며 하드파워의 한계를 뛰어넘어 소프트파워 강국이 될 것이라는 장밋빛 대답을 내놓았다.
이어서 급소들을 추가해 물어보니 전혀 다른 답변이 모니터에 떴다. 취약점들은 '단순히 주의해야 할 점' 수준이 아니라 국가의 존립 자체가 걸린 '시한폭탄'과 같은 문제들이며, 고착화될 경우 한국은 '화려한 침몰'을 경험할 것이란 섬뜩한 전망을 내놓았다. 수치상으로 GDP 순위는 세계 25위 밖으로 밀려나고,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성장 또는 0% 성장이 고착된다고 답했다.
열강들 사이에 갇힌 지정학적 지위, 이젠 로봇 등 첨단 분야에서도 우리의 '머리 위로 뛰어다니고' 있는 중국의 질주, 세계정세의 격변 등 외부 변수는 우리의 힘으로 물줄기를 바꿀 수 없다고 하더라도 내부 문제들은 해결할 순 없을까?
일단,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 정치권의 지긋지긋한 다툼은 옆으로 밀어놓자. 우선, 우리가 스스로 발목에 족쇄를 채우는 규제들은 과감히 풀어야 한다. 역대 정부들이 매번 중요 과제로 내세웠던 규제 개혁은 번번이 실패했다. '혁파(革罷)'라는 단어 뜻대로 오래된 제도, 관습, 기구, 법령 등을 완전히 없애거나 뜯어고쳐 혁신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다른 경제인 모임에서 한 기업인은 "중국은 월화수목금금금, 996(오전 9시부터 밤 9시까지, 주 6일) 근무로 한참 앞서서 달리고 있는데, 우리는 주 52시간 굴레를 스스로 만들었다. 최소한 연구개발 직종만이라도 예외를 허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음 과제는 생산성 향상이다. 2018년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후, 이른바 '워라밸(work-life balance)'은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화두의 하나가 됐다. 퇴근 후 개인 시간을 중시하는 근로자 의식이 퍼졌고, 기업들도 유연근무제, 재택근무 등 다양한 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근로시간 감소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크게 밑도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2023년 기준 아일랜드의 노동생산성은 134.2달러, 미국 83.6달러, 독일 83.3달러지만, 한국은 OECD 평균 68.0달러에도 못 미치는 51.1달러에 불과하다.
최근 모 일간지의 경제면 기사 제목은 "효율성·경쟁력이란 말이 우리 사회에서 사라졌다"였다. 워라밸 제도가 시행되지만 실제로 업무 절차의 개선 없이 형식만 갖춘 경우도 많다. 칼퇴근해도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로 업무 지시가 계속되는 등 정신적으로는 여전히 일에 얽매여 진정한 휴식도, 효율적인 업무 수행도 아닌 모호한 경계에 놓이게 된 것이다. 여기에 K자형 양극화의 심화로 영화 '올드보이'의 주인공 오대수처럼 '오늘만 대충 수습하면서 살자'는 쪽으로 기울어져 버린 직장인이 늘어난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수차례 경제 난국을 헤쳐오면서 대한민국에는 위기 극복의 유전자가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하지만 곳곳에 벌어진 틈을 메우지 못하고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면 그 유전자마저 변이를 일으키지 않을까 우려된다.
앞으로 20년 뒤 성숙한 선진국 안착이냐 아니면 강대국 틈에 낀 변두리 국가로의 몰락이냐를 결정짓는 '골든타임'은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 지금은 모든 경제주체의 새로운 다짐과 실천이 필요한 시기다./김용태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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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효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