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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정민 미술평론가 |
조선시대의 갓은 신분제를 떠받치는 복식의 한 요소였다. 갓은 단독으로 의미를 갖는 물건이 아니었다. 도포와 저고리, 관모와 예법, 착용 방식과 함께 쓰이며 의미를 갖는 복식이었다.
『경국대전』 예서(禮書)는 신분과 관직에 따라 관모와 복식을 구분한 규정을 담고 있다. 갓은 관모 체계와 관습 속에서 사용된 관모 가운데 하나였다. 그중 양반 남성이 착용한 흑립은 말총과 대나무 등을 엮어 만든 관모로, 햇볕과 비를 가리는 쓰개에서 출발해 점차 의관의 일부로 사용됐다. 조선 사회에서는 외출이나 의례 시 의관을 갖추는 관습이 강했고, 모자는 그 차림의 일부였다. 갓은 얼굴을 완전히 가리는 물건이라기보다, 머리 위에 형태를 더하는 쓰임에 가까웠다.
조선시대에서 갓은 언제나 같은 방식으로 쓰인 복식은 아니었다. 관직 수행이나 공식 의례에서는 관모가 우선되었고, 일상적인 외출이나 사적인 자리에서는 갓이 사용됐다. 이러한 구분은 세부 규정보다는 관습과 관례 속에서 유지됐다. 실제로 조선 후기의 문헌과 회화 자료를 보면, 관청이나 의례 공간에서는 관모가 강조되고, 거리나 사적인 모임을 다룬 장면에서는 갓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이는 갓이 제도적 규범보다는 일상적 관습에 가까운 위치에서 사용됐음을 보여준다. 갓은 법전에 의해 엄격히 통제된 관모라기보다, 신분과 생활 방식에 따라 자연스럽게 선택된 복식이었다.
조선시대 초상화에서 양반과 관료의 모습은 일정한 형식을 따른다. 얼굴의 개성보다 관모와 복식이 먼저 그려지는 경우가 많다. 이는 초상이 특정 인물을 묘사하기보다, 신분과 역할에 맞는 모습을 기록하는 데 목적을 두었기 때문이다. 반면 풍속화에서는 이러한 기준이 느슨해진다. 길거리나 장터를 그린 화면에서는 갓의 유무(有無)가 인물들의 사회적 위치를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조선시대에서 갓이 사용되던 맥락은 오늘날과 다르다. 그 차이는 오늘날 관광 공간에서도 확인된다. 서울의 경복궁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은 한복을 대여해 궁궐을 거닌다. 대여 공간에는 갓이 전시돼 있고, 실제로 'K-gat'이라는 표기가 붙어 있다. 이곳에서 갓은 저승사자의 형상이 아니라, 조선 전통 복식 가운데 하나로 안내된다.
≪케이팝 데몬헌터스≫에 등장하는 갓과 한복은 다른 의미로 등장한다. 이 조합은 조선의 일상적 복식을 재현한 것이 아니다. 검은 갓과 긴 도포는 민속 신앙과 대중문화 속에서 반복돼 온 저승사자 형상에 가깝다. 이 콘텐츠는 조선 사회의 신분 구분을 불러오기보다, 이미 익숙해진 사후 세계의 모습을 바탕으로 캐릭터를 구성한다. 애니메이션 영화의 흥행 이후 갓이라는 복식이 새로운 맥락에서 소개되며, 이를 따라 만들어보거나 출처를 찾는 움직임도 이어졌다. 일부 관객은 그 관심을 조선시대와 한국의 과거 역사로 확장했다.
갓은 이제 박물관에만 머무는 물건이 아니다. 조선시대의 쓰임을 그대로 전하지는 않지만 오늘날 한국을 설명하는 상징으로 작동한다.
K팝과 드라마, 영화가 한국의 문화와 장소에 대한 관심을 넓혀온 것처럼, 갓 역시 콘텐츠를 통해 새로운 방식으로 소개되고 있다. 조선의 복식을 정확히 재현한 것은 아니지만, 이를 계기로 한국의 역사와 장소에 대한 관심이 관광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최정민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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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화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