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시평] 아날로그 정서는 시대적 역행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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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시평] 아날로그 정서는 시대적 역행일까?

최현숙 침신대 기획처장

  • 승인 2026-02-24 17:29
  • 신문게재 2026-02-25 18면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최현숙 침신대 기획처장
최현숙 처장
살면서 마주하는 많은 것이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그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 있다는 강박이 현대인에게 적지 않은 부담을 갖게 만든다. 특별히 주변이 디지털화되고 인공지능이 일상에 깊숙이 관여하는 이 시대는 아날로그적 감성이나 생각은 매우 고리타분한 삶의 형태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그러나 빠르고 편리한 반복적 일상에서 조금의 여유를 갖게 해주는 아날로그 감성은 어쩌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숨을 쉴 수 있는 여유를 줄 수도 있다. 아날로그 정서를 대변하는 다양한 매개 중 가장 강력하게 인간의 감성과 교감하는 요소 중 하나가 음악이다. 음악, 그중에서도 클래식 음악이 사람의 뇌를 자극하여 긍정적인 감정의 변화를 만든다는 것은 이미 많은 연구를 통해 증명되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공교육에서 음악의 비중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음악은 '있으면 좋은' 선택과목이 아니라, 어린 학생들의 인성과 정서를 지탱하는 교육의 필수 기반으로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성적만을 위한 공부와 그로 인한 과도한 경쟁과 부담으로 인해 상당히 불행하다고 느낀다고 한다. 학교 수업에서 인성/정서교육은 여전히 비교과 프로그램이나 단순한 일회성 행사로 머무는 경우가 많다. 아직은 성장 중인 어린 학생들은 감정 통제의 어려움과 이것을 해소할 수 있는 마땅한 해결책을 찾지 못해 방황하기도 하는데 이런 감정적 공백을 채울 수 있는 강력한 매체 중 하나가 음악이라는 점은 이미 많은 교육 연구와 그것을 실행하는 현장의 사례가 입증하고 있다. 삶의 속도가 다소 느렸던 과거에 교실의 낡은 피아노를 반주하며 다양한 나라의 가곡을 들려주던 음악 선생님에게서 마음이 설레던 기억이 아련한 추억인 세대도 있다. 그때라고 삶이 버겁고 힘들지 않았을까? 그때에도 여전히 삶의 무게는 무거웠고 일상은 팍팍했다. 그때에도 여전히 경쟁은 치열했고 긴박한 갈등의 상황은 다양하게 나타났다. 그럼에도 나이와 상황에 걸맞은 정서를 나누며 서로를 보듬고 같은 곳을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을 모으는 것이 익숙했다. 그때 이런 감정의 여러 국면을 낭만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삶은 낭만보다는 외로움과 고독함이 마음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성인 세대는 그래도 아날로그 낭만의 맛을 보았지만 어린 세대는 책보다는 스마트폰 화면에 더 익숙하다. 한 곡의 노래와 친구와 소통하고 한 편의 시를 나누면 서로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심심하면 타인이 올린 사진과 글로 간접 경험과 인위적인 소통을 한다. 토론과 대화가 아니라 AI에 질문하고 답을 찾는 것이 일상이 되면서 자신도 모르게 AI가 인간이 발명한 편리를 위한 기기(Thing)가 아니라 존재(being)로 인식할 수 있는 위험성도 있다.



예전에는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일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지키면서 편리함의 극치인 AI를 통제하는 능력과 통찰력을 갖도록 하는 교육법을 고민해야 한다. AI를 이해하고 통제하고 다룰 수 있는 기술적인 교육도 필요하지만,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진정한 인간성을 회복하고 보존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한데 그중에서 음악을 통한 정서교육이 매우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 수 있다고 기대한다. 케임브리지대 연구팀은 8~11세 어린이를 세 그룹으로 나누어, 1년 동안 각기 다른 방법으로 놀이 교육을 진행한 사례를 보고했다. 그중에서도 서로의 움직임과 소리를 따라 하는 '거울 놀이(Mirror Match)' 등의 음악 활동을 한 그룹의 결과가 매우 흥미롭다. 음악 놀이 활동을 한 어린이들은, 음악이 없는 활동을 한 비교 집단보다 타인의 감정을 더 잘 알아보고 배려하는 공감 점수가 크게 올랐다고 한다. "같은 리듬과 소리를 나누는 경험이 '함께 하고 있다'라는 정서적 유대감을 만들어 공감 능력을 키운다"라는 것이다. 이제 다시 아동/청소년 음악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 구축이 필요하다. 우리 아이들이 함께 나누고 웃으며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어른들의 숙제이고 책임이다.

/최현숙 침신대 기획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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