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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태규(우석대 미래융합대학장) |
한국의 주택시장은 오랫동안 하나의 거대한 투자 시장처럼 작동해 왔다. 정보 접근이 쉽고 가격 변동이 빠르게 공유되며 대출 레버리지까지 가능해지면서 주택은 생활공간을 넘어 자산 증식 수단이 됐다. 이런 구조에서는 규제를 강화해도 자본이 머물 다른 공간이 없으면 다시 부동산으로 되돌아온다. 핵심은 억제가 아니라 대체다. 자본이 안심하고 이동할 수 있는 새로운 투자 무대를 만들어야 한다.
최근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흐름은 의미 있는 변화다. 그러나 특정 산업 중심의 상승세가 꺾이면 자금이 다시 부동산으로 회귀할 가능성도 있다. 단기적 증시 활황만으로는 구조적 자금 이동을 고착화하기 어렵다. 자본이 장기적으로 머물 수 있는 다층적 시장 구조가 필요하다.
여기서 중요한 축이 바로 '대체투자시장'이다. 대체투자는 상장주식이나 채권처럼 전통적 금융자산이 아닌 실물·권리·수익기반 자산에 투자하는 시장을 뜻한다. 미술품, 콘텐츠 저작권 수익, 인프라 운영권, 지식재산권, 신재생에너지 설비, 물류시설, 데이터센터 같은 자산들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 시장이 제대로 성장하면 투자 대상이 다양해지고 자본은 특정 자산에 몰리지 않게 된다.
문제는 아직 제도적 기반이 충분히 정교하지 않다는 점이다. 자산 가치 평가 기준이 불명확하거나 권리 구조가 복잡하면 투기와 불신이 커진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규제 완화만이 아니라 신뢰 설계다. 자산 평가 기준의 표준화, 권리 관계의 명확화, 정보 공개 의무 강화, 이해상충 방지 장치, 투자자 보호 체계를 갖추는 것이 우선이다. 이렇게 제도권 안에서 투명성이 확보될 때 대체투자시장은 투기장이 아니라 새로운 자본 흡수 시장으로 기능할 수 있다. 이는 부동산 가격을 억지로 누르는 방식이 아니라 자본이 자연스럽게 분산되는 구조를 만드는 전략이다.
그리고 이 대체투자시장을 균형발전 전략과 결합하는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 관련 제도의 선행 시행과 합리적 규제 완화를 수도권이 아니라 지역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즉 새로운 대체투자시장은 '지역 우선 시장'으로 설계하는 접근이다. 지역의 문화자산, 관광시설, 재생사업, 산업단지 인프라, 에너지 프로젝트 등을 기초 자산으로 금융상품화하면 자본은 지역 프로젝트와 직접 연결된다. 이는 지역을 소비와 지원의 대상이 아니라 투자와 수익이 발생하는 공간으로 전환시키는 계기가 된다.
이와 함께 지역 성장기업을 위한 전용 주식시장까지 연계된다면 효과는 더욱 커진다. 자본이 수도권 부동산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지역 기업과 자산으로 흘러가는 통로가 열리기 때문이다. 이는 금융정책이면서 동시에 국토 전략이며, 자본 흐름을 통해 공간 구조를 재편하는 균형발전 정책이다.
결국 부동산 안정의 해법은 규제의 강도가 아니라 자본의 목적지를 바꾸는 데 있다. 그리고 그 새로운 목적지를 지역에서부터 설계할 때, 부동산 문제 해결과 균형발전은 하나의 전략 안에서 만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시장 관리가 아니라 균형을 위한 국민자본 재설계다.
황태규(우석대 미래융합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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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