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여행] 99-가족 친지와 함께 떠나는 추억여행 공주 ‘군밤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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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여행] 99-가족 친지와 함께 떠나는 추억여행 공주 ‘군밤축제’

김영복 식생활문화연구가

  • 승인 2026-02-02 16:53
  • 신문게재 2026-02-03 10면
  • 김지윤 기자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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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2년 군밤을 구워 파는 아이들. (사진= 김영복 연구가)
이번 맛있는 여행은 공주의 '군밤축제'로 정해 본다. 물론 매년 개최되는 행사지만 겨울 여행으로 알밤의 도시 공주에서 2월 4일부터 8일까지 개최되는 '군밤축제'는 가족이나 친지들과 함께 추억 만들기에 아주 좋은 곳이다.

필자가 젊은 시절 서울의 60~70년대 함박눈이 내리던 서울의 겨울밤 거리에는 텁수룩한 수염에 누덕누덕한 방한모(防寒帽)를 깊숙이 눌러쓴 군밤 장수 아저씨나 흰 실에 군밤을 5~10개씩 꿰어 사과박스에 올려놓고 연탄불을 쬐며 손님을 기다리던 아주머니들의 초라한 모습들이 있었고, 이러한 장면들이 희미한 기억 속에 추억으로 남아 공주의 「군밤축제」에 참여하다 보면 이런 옛 추억들이 새록새록 되살아난다.

특히 군밤장수 아저씨가 쓰던 한국전쟁 때 미군 장병들의 방한용 귀막이가 달린 모자가 있었는데, 이 모자를 흔히 '군밤모자'라 불렀다.

공주시에서는 금강 미르섬 행사장 14개소에 지름 2m의 대형 화로존을 설치하고,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은 현장에서 생밤을 구매해 지정 화로에서 천천히 흔들어가며 밤을 굽는 체험을 하도록 준비해 놓았다.

이외에도 20개소의 군밤 그릴존, 군밤장수를 찾아라, 불타는 군밤 타임 등 다양한 프로그램과 알밤 직거래 장터, 알밤 가공식품 판매, 알밤 한우 등의 장터가 열려 알밤이나 가공식품들을 직접 사 갈 수 있도록 준비해 놨다.

필자는 군밤을 굽는 장면을 보면 옛날 유성기에서 흘러나오던 '군밤타령'이 귓전에 들리는 듯하다.

특히 후렴구의 "얼싸 좋네 아 좋네 군밤이요 에헤라 생률 밤이로구나"라는 '군밤타령'은 활동사진보다 더 선명하게 옛 추억들을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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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2년 군밤을 구워 파는 아이들. (사진= 김영복 연구가)
1920~30년에 걸쳐 유성기 음반으로 군밤타령은 속요, 잡가, 만곡, 유행가, 가야금병창 등 여러 갈래로 취입을 하게 된다. 이 당시 가창자에 따라 노랫말이나 음률이 조금씩 다르다.

특히 신군밤타령에는 삶은 밤과 생률밤이 나오는데, 군밤타령을 부른 이애리수(李愛利秀, 1910~2009), 강석연(姜石燕, 1914~2001), 박월정(朴月庭, 1901~1950), 김인숙(金仁淑)과 신군밤타령을 부른 김옥엽(金玉葉)은 "에라 삶은 밤이로구나"를 반복하였고, 한농선(韓弄仙, 1934~2002)이 부른 가야금병창 군밤타령은 삶은 밤과 생률밤을 교대로 사용하여 불렀다.

군밤타령 역시 고려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려시대 민중들 사이에서 널리 불리던 속요(俗謠) 「정석가(鄭石歌)」가 있는데, 정석(鄭石)은 악기의 명칭 또는 악기의 소리로 제목은 '군밤에 싹이 난다면'으로 "바삭바삭한 잔모래 벼랑에 닷 되를 심고 그 군밤에 싹이 나야 사랑하는 님과 헤어지겠다."라는 노랫말이 있다.

이 작품은 님과의 영원한 사랑을 꿈꾸는 애절한 마음을 역설과 반어를 사용하여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있으다,

군밤타령을 들으며 기나긴 겨울밤을 지내다 보면 군밤장수가 추위에 떨며 5전을 외치는 소리에 봉창을 열고 "군밤장수!~~" 하며 부르게 된다.

「고종 군밤의 왕」이 문피아, 네이버 시리즈, 카카오페이지, 조아라, 리디 등에 대체역사소설로 연재된 적이 있다. '임술년(1862년) 봄, 김귀남이 이명복 시절 고종으로 환생하고 한성 시가지에서 군밤 장수 노릇을 하던 당시 여러 경로를 통해 귀남의 군밤이 창덕궁 안에 있던 철종에게까지 전해졌다. 당시 철종은 중증 간경화를 앓아 죽어가고 있었고, 정사에 의욕을 잃은 채 술과 여자를 끼고 폐인처럼 지내고 있었다. 귀남의 군밤 굽는 실력이 워낙 뛰어난지라 우연히 귀남과 덕만이 팔며 저잣거리에서 인기를 일으킨 '효자밤'을 알게 된 뒤로는 사람을 시켜 자주 사 먹고 있었고, 강화도에서 강화도령으로 농사 지으며 살던 시절 군밤을 구워 먹으며 놀았던 추억을 떠올렸다.

귀남이 도성 한복판에서 효심으로 밤을 구우며 파는 것을 칭찬하며 상으로 은과 비단을 내렸는데, 귀남은 은과 비단을 팔아 대장간에 가서 전생에 군밤 굽는 데 사용하던 기계를 만드는 데 썼고 당당하게 효자 밤을 구우며 인기를 끌었다.'는 내용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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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군밤축제 대형 화로존 군밤 굽기. (사진= 김영복 연구가)
위 작품은 조선 말 시대적 상황에 맞게 픽션(fiction)화 한 것이다.

그렇다고 전혀 근거 없는 내용은 아니다.

영조 8년(1732) 9월 29일 임금의 집무공간이며 하루 중 제일 많이 시간을 보내는 창덕궁(昌德宮)의 희정당(熙政堂)에서 영조는 현기증과 해수(咳嗽)를 앓고 있어 약방과 사복시의 도제조를 겸임하던 우의정 서명균(徐命均, 1680~1745)과 함께 복용할 약을 의논할 때 함께 입시한 의관(醫官) 현재관(玄載觀)이 "반쯤 익힌 군밤이 약보다 낫습니다." 하니 영조는 "근래 올린 것도 군밤에 불과하였다."라며 탐탁하게 생각은 안 했지만 '군밤'이 궁중에서 식약(食藥)의 하나였음을 알 수 있는 내용이다.

『일성록(日省錄)』

조선 후기 실학자였던 청장관(靑莊館) 이덕무(李德懋, 1741~1793)가 『청장관전서(靑莊館全書)』 제12권 「아정유고(雅亭遺稿四)」 4 '양두섬섬(兩頭纖纖)'에서 "膊膊爆栗(복복박박로폭율) 복복박박 화로에 군밤 잘도 튀는데"라며 화롯불 안에 군밤을 구우며 밤껍질 터지는 소리를 재미있게 표현했다.

그리고 조선 후기 문신 연파(蓮坡) 김진수(金進洙, 1797~1865)가 엮은 『벽로집(碧蘆集)』 「연경잡영(燕京雜詠)」 '십자가두(十字街頭)' "惟是成衣叫賣(유시성의규매효) 오직 기성복 사라고 외치는 소리로 시끄러웠네"라는 구절이 나오는데, 자주(自註)에 "규매(叫賣)는 우리 조선에서 담배, 군밤 등의 물건을 사라고 외치는 것과 같다."라고 기록하였다. 조선 후기에도 이미 군밤을 파는 장사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군밤 장수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밤 산지가 아시아는 물론 유럽에도 많이 있으니 우리와 비슷한 군밤장수와 군밤축제들이 열리고 있다.

겨울 이탈리아 로마에 가면 군밤을 파는 곳이 여기저기 보인다. 이탈리아 로마 나보나 광장에 가면 군밤을 구워 싸 놓고 파는 군밤장수를 자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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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베이커리 밤마을. (사진= 김영복 연구가)
특히 로마 북부 한 작은 마을에서는 매년 10월 20일경 밤축제가 열려 관광객들이 찾는다.

뜨거운 불길이 거대한 석쇠를 달구고, 구경꾼들이 둘러서서 석쇠 위에서 맛있게 익어 가는 밤을 바라본다.

따끈한 군밤을 석쇠에서 걷어내 구경하던 사람들에게 나눠준다.

이탈리아는 군밤의 역사가 제일 오래되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밤은 예부터 로마 사람들이 애용했다.

이탈리아는 밤의 종류도 8가지로 나눌 정도로 흔하다. 밤을 영국에 전한 것도 로마 사람들이었다.

영국에서 매년 11월 5일 또는 그 주말에 불꽃놀이와 모닥불로 '화약 음모 사건'의 실패를 기념하는 행사로 '본파이어 나이트(Bonfire Night)'가 열린다.

포르투갈에서는 흔한 길거리 음식인 군밤이 "구운 밤"이라는 뜻의 카스타냐 아사다(포르투갈어: castanha assada, 복수: castanhas assadas 카스타냐스 아사다스)로 불린다.

유럽밤을 구워 먹는데, 특히 "디아 드 상 마르티뉴(Dia de Sao Martinho)"라 불리는 성 마르티노의 날(11월 11일) 즈음에 즐겨 먹는 간식이다. 성 마르티노의 날 축제 때 모닥불에 햇밤을 구워 먹는 관습이 있다.

프랑스 파리의 군밤장수는 거의 모두 이탈리아 사람들이다. 이들은 겨울에는 군밤을 팔고 여름에는 아이스크림을 팔고 있다.

13세기부터 밤[栗]을 재배하기 시작한 프랑스의 아르데슈(Ardeche)는 주요 밤 생산지로 프랑스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하며 밤 생산지인 아베롱(Aveyron), 도르도뉴(Dordogne), 코레즈(Correze), 로트(Lot), 코르시카(Corsica)보다 앞서 있다.

특히 아르데슈(Ardeche)의 밤은 2006년 AOC를 받았고, 2014년부터는 AOP를 받았다.

이곳들에서 생산된 밤을 이용해 프랑스에서는 길거리에서 우리나라처럼 겨울철만 되면 군밤(marron chaud, 마롱 쇼) 장수가 군밤 파는 것을 볼 수 있다.

마롱·글라세는 세계 3대 명과에 속할 만큼 명성이 드높다.

프랑스는 가을에 밤을 수확하고 나면 16세기부터 즐겨 먹던 국민 간식 마롱·글라세(marrons glaces)를 겨울에 만들어 판다. 그래서 마롱·글라세(marrons glaces)는 거의 겨울에만 살 수 있는 간식이라고 보면 된다.

마롱·글라세(marrons glaces)는 무려 열흘에 걸쳐서 밤을 설탕 시럽에 졸여 만드는데, '설탕에 절인 밤톨'이라는 의미를 가진 마롱·글라세(marrons glaces)는 통밤을 설탕으로 졸이고, 슈가글라스로 하얗게 코팅하여 만든 간식이다. 흡사 밤톨에 흰 눈이 내려 그대로 쌓인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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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마롱글라세. (사진= 김영복 연구가)
마롱·글라세(marrons glaces) 한 알을 입안에 넣으면 밤톨 겉면에 코팅된 슈가글라스가 유리처럼 조각조각 깨지면서 녹아 입안 전체를 달콤하게 해 준다.

아르데슈(Ardeche) 등 프랑스에서는 마롱·글라세(marrons glaces)와 함께 밤잼, 프랑스식 맛밤 등 다양한 제품들을 한자리에서 맛볼 수 있다.

이 프랑스 밤 제품인 '마롱글라세(marron glace)'를 알밤의 도시 공주에서 맛볼 수 있다.

제과제빵 명장 김인범 대표가 운영하는 ㈜밤마을과 베이커리밤마을에서 마롱글라세(marron glace)를 만들어 고객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밤을 오래 보관하면서 빵, 떡 등 다양한 요리에 적용하기 위해 설탕이나 꿀로 밤을 당침(糖浸)하기도 한다. 밤 당침(糖浸) 및 분말화, 다이스(dice)를 하므로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여 선보일 수 있다.

공주의 군밤용 밤으로 당도와 식감이 뛰어난 약단밤과 공주 맛밤, 밤떡, 밤빵, 밤파이 등 수십여 가지의 식품들이 개발되어 판매되고 있으며, 이번 공주 '군밤축제'에 오면 다양하게 맛볼 수 있다.

옛말에 "밤 세 톨만 먹으면 보약이 따로 없다"고 했듯이, 밤은 모든 영양소를 골고루 함유한 '천연 영양제'라고 할 수 있다. 9월 초순부터 10월께에 수확하는 햇밤은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비타민, 미네랄 등 5대 영양소를 고루 갖춘 완전식품이다. 밤 100g에 들어 있는 비타민 B1의 함량은 쌀의 4배나 되며, 인체의 성장발육을 촉진하는 비타민 D의 함유량도 많다.

김영복 식생활문화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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