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대전 경제발전의 새로운 패러다임, 왜 산업단지인가

  • 정치/행정
  • 대전

[기고]대전 경제발전의 새로운 패러다임, 왜 산업단지인가

정국영 대전도시공사 사장

  • 승인 2026-01-26 16:47
  • 신문게재 2026-01-27 18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대전도시공사 정국영 사장-1
정국영 대전도시공사 사장
대전은 1905년 경부선 개통과 함께 태어난 도시다. 철도라는 길이 사람과 자본을 불러왔고, 그 결과 행정과 상업이 발달했다. 그러나 교통만으로는 도시를 지탱할 수 없다. 생산이 없는 도시는 소비로 연명할 수는 있지만, 미래를 설계할 수는 없다. 현재 대전은 '비경제도시'의 구조를 보인다. 지역내총생산 순위는 17개 시·도 중 14위인 반면 1인당 민간소비지출액은 전국 4위(국가통계포털 2023년 기준)로, 생산보다 소비에 크게 의존하는 경제 구조가 고착화돼 있다. 소비는 활발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산업 기반이 약해지면서, 도시를 성장으로 이끄는 생산의 동력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도시는 저절로 성장하지 않는다. 도시의 성장은 구조 변화의 결과다. 산업이 형성되고, 그 산업을 기반으로 일자리가 만들어지며, 일자리를 따라 인구와 소비가 이동한다. 이 순서가 바뀐 적은 없다. 산업단지가 조성되고 기업이 들어오면 고용이 발생하고, 도시는 성장한다. 이것이 도시 발전의 기본 공식이다. 그럼에도 산업단지는 종종 토지 개발 사업이나 부동산 정책 중 하나로 취급된다. 그러나 산업단지는 단순한 땅의 문제가 아니다. 산업단지는 특정 산업을 집적시키고 생산과 고용을 동시에 만들어내는 경제 구조이자 정책 수단이다. 대전이 산업단지 문제를 다시 꺼내야 하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대한민국 경제사에서 이러한 구조적 투자의 대표적 사례가 바로 경부고속도로 건설이다. 1960년대 당시 경부고속도로는 재정 부담과 수요 부족을 이유로 국회와 사회 전반의 강한 반대에 부딪혔다. 자동차 보급률이 낮고 물류 수요도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그러나 결과는 달랐다. 경부고속도로는 단순한 교통 인프라 구축 사업이 아니었다. 물류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었고, 산업 입지를 재편했으며, 대한민국을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었다. 그 길 위에서 현대자동차가 태어나 세계 6대 자동차 메이커로 성장했고, 한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 되었다. 리스크를 감수한 투자가 결과적으로 국가 경쟁력을 만든 것이다.

일각에서는 '산업단지를 지금 조성해야 하느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경기 불확실성이 크고, 기업 투자 여건이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대규모 산업단지 조성이 과연 필요하냐는 문제 제기다. 그러나 산업단지는 단기 경기 대응책이 아니라, 도시의 미래를 준비하는 중장기 인프라다. 실제로 산업단지는 계획 수립에서 조성, 기업 입주, 그리고 생산이 본격화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공장이 입주한 뒤 생산이 안정적으로 궤도에 오르기까지는 평균 12년 정도 소요된다.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10년 뒤에도 우리는 여전히 변화를 논의만 하고 있을 뿐이다.



현재 대전시는 민선8기 출범 이후 '일류경제도시'를 목표로 약 535만평 규모의 산업단지 조성을 추진하며 기업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현재 145만평이 공사 진행 또는 착수단계이며, 390만평에 대해 인허가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늦었지만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대전은 그동안 새로운 선택에 신중한 도시였다. 신중함은 미덕이다. 그러나 지나치면 정체로 이어진다. 10년 뒤, 20년 뒤 대전의 경쟁력은 지금의 결정과 실행력에 의해 좌우될 것이다.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내는 일, 즉 '소비도시'에서 '생산도시'로의 전환, 그것이 지금 대전의 소명이다.
정국영 대전도시공사 사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관광+맛집+숙박' 3박자 갖춘 세종시 전의면에 오면
  2. "충청의 거목 고이 잠드소서" 이해찬 前총리 별세 지역與 '애통'
  3. 대전시립중고교 김병한 교장 '사회공헌 대상' 수상
  4. ‘민주당 킹메이커’ 이해찬 전 총리 베트남서 별세…향년 73세
  5. '파멥신' 상장 폐지...뱅크그룹 '자금 유출' 논란 반박
  1. 이기순 세종시사회서비스원장 "더 좋은 사회서비스 제공"
  2. 강추위에 얼어붙은 인공폭포
  3. 100도 달성한 사랑의 온도탑과 무료배식의 긴 줄
  4. 사업비 규모 커진 대학 '라이즈'...지역사회 우려와 건의는?
  5. [건강]노인에게는 암만큼 치명적인 중증질환, '노인성 폐렴'

헤드라인 뉴스


`행정수도 설계자` 이해찬, 미완의 숙제 남기고 영면에…

'행정수도 설계자' 이해찬, 미완의 숙제 남기고 영면에…

故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미완의 '세종시=행정수도' 숙제를 남기고 영면에 들었다. 행정수도와 인연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궤를 같이 한다. 2004년 참여정부의 초대 국무총리로서 국토균형발전 정책을 선두에서 이끌었다. 운명의 끈은 거기서 끊어지지 않았다. 1988년부터 서울 관악 을에서 국회의원 5선을 역임한 뒤 사실상 정치 일선에서 물러났으나, 당원들은 2011년 당시 민주당 상임 고문인 이 전 총리를 소환했다. 결국 그는 2012년 세종시 출범 직전 진행된 제19대 총선에서 47.88% 득표율을 얻어 당선됐고, 2015년 3월 임..

대전 자영업 수 나홀로 사장님만 늘었다... 경기 한파 꽁꽁 얼었나
대전 자영업 수 나홀로 사장님만 늘었다... 경기 한파 꽁꽁 얼었나

경기 한파로 전국의 자영업자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대전은 오히려 자영업자 수가 늘어나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직원을 고용해 매장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보다 1인 가게와 무인점포 등 혼자 운영하는 '나 홀로 사장님'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26일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25년 취업자 중 대전 자영업자 수는 15만 5000명으로, 2024년(14만 1000명)보다 1만 4000명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코로나 19가 발발하기 이전인 2019년 14만 2000명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지역 자영업자 수는..

대전시 "행정통합 항구적 법,제도 마련 안되면 주민투표 요구할 것"
대전시 "행정통합 항구적 법,제도 마련 안되면 주민투표 요구할 것"

대전시가 대전·충남 행정통합에 따른 정부의 대폭적인 재정·권한 이양을 요구하며, 미흡할 경우 주민투표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26일 대전시 주간업무회의에서 "주민투표를 요구하는 시민 목소리가 높아지면 시장은 시민의 뜻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다"면서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대전·충남 행정통합에 대한 주민투표를 요구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 시장은 "항구적인 법적·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으면 주민투표 요구가 높아질 수 있다. 단순한 물리적 통합으로 비치면 시민 동의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며 "..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포춘쿠키 열고 ‘청렴의식 쑥’ 포춘쿠키 열고 ‘청렴의식 쑥’

  • 강추위에 얼어붙은 인공폭포 강추위에 얼어붙은 인공폭포

  • 100도 달성한 사랑의 온도탑과 무료배식의 긴 줄 100도 달성한 사랑의 온도탑과 무료배식의 긴 줄

  • 코스피, 코스닥 상승 마감…‘천스닥을 향해’ 코스피, 코스닥 상승 마감…‘천스닥을 향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