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극장가, 한국 영화로 다시 불 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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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극장가, 한국 영화로 다시 불 켜졌다

  • 승인 2026-01-22 16:52
  • 신문게재 2026-01-23 10면
  • 최화진 기자최화진 기자
2026년의 시작과 함께 극장가는 오랜만에 불이 켜진 풍경을 되찾았다. 연말 대작들이 빠져나간 자리를 대신해 비교적 규모는 작지만 이야기에 집중한 작품들이 상영관을 채우고, 관객들의 선택 역시 한층 분명해졌다. 특별한 날이 아니면 찾지 않던 극장이 다시 일상의 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연초 극장가에 걸린 한국 영화들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저마다 다른 온도의 이야기를 내놓는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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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만약에 우리' 포스터.
▲'만약에 우리' 지나간 사랑을 부정하지 않는 멜로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관객의 반응을 모은 작품은 멜로 영화 '만약에 우리'다. 지난해 12월 31일 개봉한 이 영화는 멜로·로맨스 장르로, 15세 이상 관람가이며 러닝타임은 115분이다. 구교환과 문가영이 주연을 맡았고, 쇼박스가 배급했다. 개봉 이후 입소문을 타며 연초 극장가에서 꾸준히 관객을 모으고 있다.

영화는 고향으로 향하는 고속버스 안에서 우연히 나란히 앉게 된 은호와 정원의 만남으로 시작된다. 휴학 후 어디론가 떠나기로 결심한 정원과 아직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한 은호는 짧은 대화를 나누며 인연을 맺는다. 특별한 사건 없이 오가는 소소한 말들이 두 사람의 거리를 좁힌다.

두 사람은 서로의 꿈을 응원하며 일상 속으로 스며든다. 함께 밥을 먹고, 작은 방에서 미래를 이야기하며 시간을 보낸다. 어느새 연인으로 발전한 이들의 삶은 원룸에서 시작해 반지하로 내려가고, 사랑의 온도는 현실의 무게와 맞부딪힌다. 영화는 이 과정을 과장하지 않고 차분히 따라간다.

함께 웃고 싸우며 보내는 시간, 사소한 말다툼과 화해의 반복 속에서 관계는 조금씩 달라진다. 결국 현실 앞에서 두 사람은 다른 선택을 하게 되고, 사랑은 끝을 맞는다. 그러나 영화는 이별을 극적인 사건으로 몰아가지 않는다. 이들의 사랑은 그렇게 일상 속에서 조용히 멀어진다.

이야기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10년이 흐른 뒤 다시 마주한 두 사람은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은호는 정원에게 오래도록 마음에 묻어 두었던 질문을 꺼낸다. "만약에 우리…"라는 말로 시작되는 질문은 쉽게 끝나지 않는다. 영화는 그 질문에 명확한 답을 주기보다, 함께했던 시간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지에 시선을 둔다. 지나간 사랑을 실패로 규정하지 않고 삶의 한 부분으로 끌어안는 태도가 이 영화의 정서를 이룬다.

common (1)
영화 '신의 악단' 포스터.
▲'신의 악단' 아이러니한 출발, 묵직한 드라마

'신의 악단'은 같은 날 개봉한 드라마 영화로, 15세 이상 관람가이며 러닝타임은 110분이다. 북한이라는 특수한 공간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CJ CGV가 배급했다. 대북 제재로 자금줄이 막힌 북한 정권이 국제사회의 지원을 얻기 위해 '가짜 기독교 찬양단'을 만든다는 설정에서 이야기는 출발한다.

영화 속에서 찬양은 신앙의 고백이 아니라 체제를 위한 위장이다. 노래와 기도, 말씀 읽기는 모두 명령에 따른 임무로 반복된다. 영화는 이 불순한 출발을 숨기지 않고 정면으로 보여준다. 오히려 설정의 아이러니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며 이야기를 끌고 간다.

그러나 반복되는 찬양의 시간 속에서 인물들의 내면에는 조금씩 변화가 생긴다. 믿음은 강요로 시작되지만, 점차 각자의 삶을 통과하는 질문으로 바뀐다. 영화는 이 변화를 설명하거나 강조하지 않는다. 다만 인물들이 처한 상황과 선택의 순간을 통해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몽골 로케이션 촬영을 통해 구현된 광활한 공간과 혹독한 환경은 영화의 분위기를 더욱 선명하게 만든다. 제한된 자유와 통제된 삶이 대비되는 풍경 속에서 인물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흔들린다. 음악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인물의 감정과 기억을 통과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신의 악단'은 특정 관객층만을 겨냥하기보다, 인간의 선택과 변화라는 보편적인 지점을 향한다. 신앙이라는 소재를 다루지만, 종교적 감동을 앞세우기보다는 삶의 조건 속에서 인간이 무엇에 기대게 되는지를 묵직하게 따라간다. 연초 극장가에서 비교적 무게감 있는 드라마를 찾는 관객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가는 작품이다.

common (2)
영화 '프로젝트Y' 포스터.
▲'프로젝트 Y' 벼랑 끝에서 선택한 범죄

'프로젝트 Y'는 1월 21일 개봉한 범죄·드라마 영화로, 15세 이상 관람가이며 러닝타임은 108분이다.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가 배급한 이 작품은 화려한 도시 한가운데서 다른 내일을 꿈꾸던 두 여성 미선과 도경의 이야기를 그린다.

낮에는 플로리스트로, 밤에는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미선과 미친 운전 실력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도경은 함께 살며 새로운 출발을 준비한다. 악착같이 모은 돈으로 꽃집을 인수하고, 빌라 분양을 앞두며 미래를 그려보지만, 믿었던 세상은 이들을 배신한다.

전 재산을 잃고 벼랑 끝에 몰린 두 사람은 사건의 배후에 있는 검은 돈과 금괴의 존재를 알게 된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상황에서 두 사람은 이를 훔치기로 결심한다. 이 선택은 곧 위험한 추격전의 시작이 된다.

이후 이야기는 빠른 속도로 전개된다. 돈과 금괴를 둘러싸고 여러 인물들이 얽히며 긴장감이 이어진다. 한소희와 전종서가 투톱으로 극을 이끌고, 각기 다른 욕망을 지닌 캐릭터들이 등장해 이야기에 밀도를 더한다. 영화는 범죄 장르의 익숙한 구조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인물들의 선택과 관계에 초점을 맞춘다.

'프로젝트 Y'는 연초 극장가에서 속도감 있는 장르 영화를 원하는 관객에게 또 다른 선택지를 제시한다. 화려한 액션보다는 인물의 감정과 선택이 이야기의 중심을 이룬다.

common (3)
영화 '하트맨' 포스터.
▲'하트맨' 가볍게 웃고 돌아볼 가족 이야기

'하트맨'은 1월 14일 개봉한 코미디 영화로, 12세 이상 관람가이며 러닝타임은 100분이다. 롯데엔터테인먼트가 배급했고, 권상우와 문채원이 주연을 맡았다. 영화는 중년의 이혼남 승민과 그의 아홉 살 딸 소영, 그리고 20년 만에 다시 만난 첫사랑 보나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홀로 딸을 키우며 살아가던 승민은 우연히 보나와 재회하면서 새로운 관계를 시작한다. 그러나 아이를 싫어하는 보나에게 딸의 존재를 숨기게 되면서 이야기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집 안에서 벌어지는 해프닝과 우연한 상황들이 웃음을 만든다.

이 과정에서 딸 소영은 어른들보다 한발 앞선 기지를 발휘하며 극의 분위기를 이끈다. 영화는 이러한 설정을 통해 코미디적 재미를 살리면서도, 가족이라는 관계가 지닌 책임과 선택의 문제를 함께 담아낸다.

'하트맨'은 과하지 않은 웃음과 가족 드라마의 결합으로 연초 극장가에서 비교적 편안한 선택지로 자리한다. 가볍게 웃고 나오고 싶은 관객, 혹은 가족과 함께 극장을 찾은 관객에게 어울리는 작품이다.
최화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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