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강병철, '굿모닝, 요양병원'… 병상 위에서 꿰어낸 한 여성의 백 년

  • 문화
  • 문화/출판

[신간] 강병철, '굿모닝, 요양병원'… 병상 위에서 꿰어낸 한 여성의 백 년

  • 승인 2026-01-11 16:34
  • 수정 2026-01-12 13:58
  • 신문게재 2026-01-13 8면
  • 최화진 기자최화진 기자
83509_104147_1515
책 '굿모닝, 요양병원' 표지.
강병철
강병철 작가
강병철 작가가 장편소설 '굿모닝, 요양병원'을 펴냈다.

지난해 7월 청소년 시집 '세수 안 한 날' 출간 이후 5개월 만에 선보인 작품으로, 장편소설·소설집·시집·청소년 시집·산문집을 아우르는 그의 스물다섯 번째 저서다.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축적해온 그의 문학적 궤적은 이 소설에서 한층 밀도 높은 서사로 응축된다.

'굿모닝, 요양병원'은 어떤 요양병원의 하루에서 시작한다. 93세, 뇌졸중으로 쓰러진 한 여인이 코로나19 정국 속 병상에 누워 있다. 몸은 거의 움직이지 못하지만 기억은 여전히 살아 있다. 현재의 병실은 곧 과거로 이어지는 통로가 되고 그의 삶은 한 세기의 한국사를 가로질러 펼쳐진다.

주인공은 1928년생이다. 식민지 시절 군청 서기로 일했던 그는 오키나와 전투와 블라디보스토크 전투의 그늘을 가족사로 끌어안고 해방과 6·25 전쟁을 통과한다. 전쟁 이후에는 마을을 찢어놓은 좌우 이념의 갈등과 학살이 그의 삶을 휩쓴다. 개인의 일상은 언제나 국가의 폭력과 맞닿아 있었고 여성으로서 감내해야 했던 삶의 질곡 또한 그 역사 속에 겹쳐진다.

소설에는 특히 5·16 군사정변 직후 '부랑아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된 '서산 개척단'의 사연이 중요한 축으로 등장한다. 개척과 교화라는 말 아래 소년들이 동원되고 폭력과 노동 속에 방치됐던 이 사건은 국가 권력이 어떻게 가장 약한 존재들을 소모하는지를 날것으로 보여준다.

이야기는 과거에 머무르지 않는다. 1980년 광주학살 계엄에 이어,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과 시민들의 대응이 병상에 누운 노년의 시선으로 포착된다. 서로 다른 시대의 계엄은 반복되는 공포로 겹쳐지고, 역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드러난다.

현재 시점의 무대는 요양병원이다. 여섯 개의 침대가 놓인 병실, 요양보호사와 간병인들, 그들의 태도와 품성에 따라 달라지는 환자의 하루가 세밀하게 묘사된다. 친절과 무심함, 돌봄과 방치의 경계에서 노인의 존엄은 끊임없이 흔들린다. 이 공간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삶의 마지막 국면에서 인간이 어떤 방식으로 소외되거나 지켜지는지를 보여주는 사회의 축소판이다.

황규관 시인은 이 작품을 "말년에 요양병원에 의탁한 여성 주인공의 눈으로 본 민중 서사"라고 평했다.

개인사와 가족사, 한국 근현대사가 한데 직조되며 화자가 존엄사에 이르는 내적 과정이 함께 그려진다는 것이다.

'굿모닝, 요양병원'은 진부한 실버 소설도, 남성 중심의 역사 소설도 아니다. 한 여성의 수다처럼 흘러가는 이야기 속에, 백 년의 한국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

'굿모닝, 요양병원'은 묻는다. 우리는 얼마나 오래 살아남아야 하는가, 그리고 살아남은 시간만큼 얼마나 더 견뎌야 하는가. 병상 위의 낮은 목소리로 풀어낸 이 소설은, 오늘의 독자에게도 여전히 현재형의 질문을 남긴다.

한편, 강병철 작가는 1980년대 초반 '삶의 문학' 동인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하면서 '한국작가회의' 회원으로 '대전·충남작가회의'와 '충남작가회의' 지회장을 역임한 바 있다. 장편소설 '해루질', '닭니', '토메이토와 포테이토', 소설집 '열네 살, 종로', '팔꽃', '초뻬이는 죽었다' 그리고 시집 '격렬하고 비열하게', '다시 한판 붙자', 청소년 시집 '호모중딩사피엔스', 산문집 '어머니의 밥상', '작가의 객석' 등 25권을 출간했다.
최화진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트램 또 지연되나…8개월째 호남선 비개착공사 시공사 선정 난항
  2. 한성숙 국무총리, 청도 운문댐 방문
  3. 대전시 충남도 공공기관 2차이전 정주여건 확보 시급
  4. 홈플러스 충청권 5곳 영업 재개…상품 채우기 ‘속도전’
  5. 국가재정범죄 수사 대전중수청으로… 관세·국세 수사 전문인력 주목
  1. 국립대 '등록금 0원' 검토… 대전 대학가 셈법 복잡
  2. [주말사건사고] 폭염 속 대전·충남서 아파트 화재·정전 잇따라…주민 대피·불편
  3. 당진시 파견 충남 공무원, 농가보조금 약 12억 원 횡령…충남도, "엄정 조치할 것"
  4. 충청권 의대 7곳 신입생 10명 중 7명 ‘지역선발’… 대전도 69.7%
  5. 쓰레기와 악취에 몸살 앓는 으능정이거리

헤드라인 뉴스


대전 가계대출 연체율 역대최고… 기타대출 증가액 600억원 달해

대전 가계대출 연체율 역대최고… 기타대출 증가액 600억원 달해

대전지역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이 역대 최고치로 올라선 상황에서 신용대출 등을 포함한 기타대출 증가액이 6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피가 급등했던 5월 기타대출이 평소보다 많이 실행된 것인데, 최근 증시가 바닥을 향하고 있어 연체율이 더욱 높아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 기준 대전 가계대출 연체율은 0.51%로, 4월(0.50%)보다 0.01%포인트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대전 가계대출 연체율이 0.51%까지 증가한 건 한국은행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9년 12월..

대전 선도지구 공모 탈락 구역들, 2차 공모 준비 `분주`
대전 선도지구 공모 탈락 구역들, 2차 공모 준비 '분주'

대전 노후계획도시 정비 선도지구 1차 선정 이후 탈락한 구역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올해 10월 또는 11월 전반적인 선정 방식 등이 발표될 예정인 가운데 탈락구역 대부분은 1차 탈락 원인 분석과 동시에 주민대표단 구성을 위한 사전 작업에 나서는 등 재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10일 대전시와 정비업계 등에 따르면 대전 선도지구 1차 선정에 도전한 구역은 1구역(상록수·상아·초원·강변) 3899세대과 7구역(향촌·파랑새) 2056세대, 8구역(은초롱·꿈나무·샘머리1·샘머리2·둥지) 5440세대, 9구역(수정타운) 2010세대, 11구역..

당진시 파견 충남 공무원, 농가보조금 약 12억 원 횡령…충남도, "엄정 조치할 것"
당진시 파견 충남 공무원, 농가보조금 약 12억 원 횡령…충남도, "엄정 조치할 것"

충남 당진시에 파견된 충남도청 소속 공무원이 지방보조금 12억 5000여 만 원에 달하는 농가 보조금을 횡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충남도는 해당 사건에 대한 즉각적인 사실관계 조사와 엄정 조치에 나서겠단 방침이다. 특히 지방보조금 집행 전반에 대한 집중 점검과 정부 시스템 개선 건의 등 재발 방지 대책에 대한 계획도 함께 제시했다. 충남도와 당진시 등에 따르면 올해 1월 충남도에서 당진시로 파견된 30대 공무원 A씨는 지방비 보조금 관리 시스템의 허점을 악용해 5개월여 동안 농가에 지급되어야 할 보조금을 자신의 계좌로 입금받는..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에어컨 파워냉방으로 틀었음’ ‘에어컨 파워냉방으로 틀었음’

  • 광복절 앞 태극기 나눔 광복절 앞 태극기 나눔

  • 쓰레기와 악취에 몸살 앓는 으능정이거리 쓰레기와 악취에 몸살 앓는 으능정이거리

  • 도심 속 시원한 물놀이 도심 속 시원한 물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