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AI 시대, 사회적 사춘기

  • 오피니언
  • 프리즘

[프리즘] AI 시대, 사회적 사춘기

김성현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 승인 2025-12-02 10:15
  • 신문게재 2025-12-03 19면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김성현 프리즘
김성현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최근 인공지능(AI)은 놀라운 속도로 우리의 일상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AI의 출현과 급속한 발전은 단순한 기술 변화가 아니라, 사회 구조와 인간관계, 노동시장, 그리고 문화적 불평등의 양상까지 바꾸며 사회 구조의 근본적인 재편을 이끌고 있다. 기술은 마치 질주하는 고속열차처럼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지만, 인간의 인지적 적응력은 여전히 점진적이고 신중한 속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과 사회 수용 사이의 간극은 단순한 기술적 도전을 넘어, 근본적인 사회문화적 변화의 징후로 볼 수 있다. 지난 6월 한국지능정보원(NIA)이 발표한 '디지털 포용 관점에서 살펴본 생성형 AI 경험률 및 인식에 대한 한국과 미국의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AI가 미국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질문에 AI 전문가는 69%가 '그렇다'고 답한 반면, 일반인은 21%만이 긍정적으로 답했다. "AI 활용 증가는 자신에게 유익하다"는 질문에도 전문가의 76%가 동의했으나, 일반인은 24%에 그쳤다. 심지어 일반인의 43%는 AI가 해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한국인의 경우 AI에 대해 상대적으로 관대하고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는 하지만, 이러한 인식 격차의 경향은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AI 기술을 직접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의 차이에 따라, AI의 유용성을 다르게 판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바로 'AI 리터러시(AI Literacy)'의 문제다. AI 리터러시는 인공지능 기술을 이해하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며, 윤리적으로 활용하는 능력을 뜻한다. AI를 잘 다루는 사람은 더 쉽게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과 문화자본(cultural capital)을 획득할 수 있다. 반대로 그렇지 못한 사람은 정보사회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크다.



AI 발전의 속도는 전문가와 일반인 사이에 인식 차이를 낳는다. AI 연구자나 기술 전문가들은 인공지능의 발전을 연속적 진보의 축적으로 본다. AI는 1950년 영국의 수학자 앨런 튜링으로부터 시작된 개념이 오늘날까지 지속적인 연구와 개념의 확장으로 이어져 온 기술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AI의 발전을 모델 구조, 연산 효율, 데이터 처리 방식, 알고리즘의 정교화 등 '내부 기술적 진화'의 과정으로 이해한다. 즉, 인공지능의 발전은 한순간의 도약이 아니라 장기간의 세밀한 개선의 결과라는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기술 자체보다 생활 속 체감 변화를 중심으로 발전을 인식한다. 예를 들어, 2022년 ChatGPT의 등장 이후 불과 1~2년 만에 AI가 글을 쓰고, 이미지를 만들고, 음악을 작곡하는 모습을 보며 "순식간의 변화"라고 느낀다. 이러한 급격한 체감 변화는 사회 구성원에게 상대적 뒤처짐을 느끼게 하며, 과학기술이 발전할수록 그 부작용과 위험이 함께 증대하는 '위험사회(Risk Society)'로의 진입을 경험하게 한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사춘기 시절 갑작스러운 감정 기복과 반항, 이유 없는 웃음과 울음, 혹은 이전에는 조용하던 아이가 친구들과 어울려 모험을 즐기는 모습을 보게 된다. 이런 변화는 단순한 성격 변화가 아니라, 몸속에서 벌어지는 생리학적 혁명 때문이다. 감정과 보상을 담당하는 변연계(특히 편도체, 측좌핵)는 빠르게 활성화되는 반면, 사고와 계획을 담당하는 전전두엽은 20대 중반까지 천천히 성숙한다. 다시 말해, '감정 엔진'은 이미 최고속도로 돌아가는데, '브레이크(자제력)'는 아직 완전히 장착되지 않은 상태인 셈이다. 현재 우리 사회의 AI 상황이 바로 이와 같다. AI 기술은 변연계처럼 급격히 활성화해 새로운 가능성(보상, 생산성, 효율성)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그 결과, AI의 빠른 발전은 사회에 새로운 자극과 보상을 주지만, 동시에 통제와 판단 체계의 미비로 인해 불평등, 두려움, 정보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



사춘기의 뇌가 결국 성숙하듯, AI 시대의 사회도 조율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기술은 멈출 수 없지만, 인간은 그것을 이해하고 제어할 '전전두엽적 사고'를 길러야 한다. AI 리터러시, 윤리적 규범, 공정한 접근성의 보장이 바로 그 '브레이크 시스템'이다. 이러한 장치가 뒷받침될 때, 우리는 기술의 속도를 두려워하지 않고, 감정과 이성이 조화를 이루는 성숙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김성현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날씨]대전·충남 1~5㎝ 적설 예상…계룡에 대설주의보
  2. '대통령 세종 집무실', 이 대통령 임기 내 쓸 수 있나
  3. 햇잎푸드, 100만불 정부 수출의 탑 수상... "대전을 넘어 전 세계로"
  4. 천안법원, 정지 신호에도 직진해 사망자 유발시킨 30대 중국인 벌금형
  5. 국제디지털자산위, 필리선 바타안서 'PPP 개발 프로젝트 밋업' 연다
  1. 대전시장 도전 許 출판기념회에 與 일부 경쟁자도 눈길
  2. 천안문화재단, 2026년 '찾아가는 미술관' 참여기관 모집
  3. 백석대, 천호지 청춘광장서 청년·시민 협력 축제 성료
  4. 단국대병원, 2025년 감염병 대응 유공기관 선정
  5. 상명대 창업지원센터장, '창업보육인의 날' 기념 충남도지사상 수상

헤드라인 뉴스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국립시설 `0개`·문화지표 최하위…민선8기 3년의 성적표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국립시설 '0개'·문화지표 최하위…민선8기 3년의 성적표

대전시는 오랜 기간 문화 인프라의 절대적 부족과 국립 시설 공백 속에서 '문화의 변방'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민선 8기 이장우 호(號)는 이 격차를 메우기 위해 대형 시설과 클러스터 조성 등 다양한 확충 사업을 펼쳤지만, 대부분은 장기 과제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민선 8기 종착점을 6개월 앞두고 문화분야 현안 사업의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대전시가 내세운 '일류 문화도시' 목표를 실질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단순한 인프라 확충보다는 향후 운영 구조와 사업화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는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중도일..

"대전 충남 통합논의" … 金총리-與 충청권 의원 전격회동
"대전 충남 통합논의" … 金총리-與 충청권 의원 전격회동

김민석 국무총리와 더불어민주당 충청권 의원들이 대전시와 충남도 행정통합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전격 회동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얼마 전 충청권을 찾아 대전 충남 통합에 대해 긍정적 메시지를 띄운 것과 관련한 후속 조치로 이 사안이 급물살을 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복수의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김 총리와 민주당 충청권 의원들이 15일 서울에서 오찬을 겸한 간담회를 갖는다. 김 총리와 일부 총리실 관계자, 대전 충남 민주당 의원 대부분이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회동에서 김 총리와 충청권 의원들은 대전 충남 통합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대전역 철도입체화, 국가계획 문턱 넘을까
대전역 철도입체화, 국가계획 문턱 넘을까

대전 원도심 재편의 분수령이 될 '대전역 철도입체화 통합개발'이 이번엔 국가계획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초 철도 지하화 선도지구 3곳을 선정한 데 이어, 추가 지하화 노선을 포함한 '철도 지하화 통합개발 종합계획' 수립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종합계획 반영 여부는 이르면 12월, 늦어도 내년 상반기 중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당초 국토부는 12월 결과 발표를 예고했으나, 지자체 간 유치 경쟁이 과열되면서 발표 시점이 다소 늦춰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실제로 전국 지자체들은 종합..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

  • 병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 병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

  •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