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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필용 원장 |
윤석열 정부와 내란세력의 재판과정을 돌이켜보면 계엄의 이유로 들었던 부정선거는 거짓말에 불과했고, 반국가세력에 의한 사회 혼란도 모두 거짓말이었다. 권력을 사유화 하기 위해 거짓말을 동원해 장기집권을 획책했던 증거들이 하나씩 밝혀지고 있다. 김건희는 부정할 수 없는 증거가 나와야만 자신의 거짓말을 인정할 정도로 뻔뻔하다. 윤석열 추종자들은 여전히 거짓말로 국민들을 선동하고 있다.
정치는 의견을 표명하고 주장하는 현장이다 보니 거짓말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는다. 대체로 정치인들은 자신의 주장을 과장되게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진영간 대결의 과정에서 진실보다는 거짓을 주장을 들고나오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런 거짓말에 대해 처벌을 받았다는 정치인은 없다. 정치권에서 이루어지는 거짓말은 주로 사건의 발생이나 맥락을 숨기고 존재 자체를 불투명하게 만드는 사실은폐 방식, 실제 사건의 맥락이나 일부 사실만을 강조 또는 축소하여 해석을 유도하게 하는 사실 왜곡,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한 의견을 '사실'로 포장하는 방식, 조직 내에서 특정 방향의 거짓말이나 허위 진술을 유도하거나 강요하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한 가지 사건을 매개로 양 진영이 대립하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거짓말을 꾸며대고 지지자들 사이에서 확대 재생산되면서 진영 간 대립은 더욱 깊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는데, 따져보면 실제가 아닌 거짓말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렇다면 왜 정치에서 거짓말은 널리(?) 통용되는 것일까?
20세기의 위대한 사상가 한나 아렌트는 자신의 책 『공화국의 위기』에서 '정치에서의 거짓말'을 주제로 날카로운 분석을 시도했다. 이 책에서 한나 아렌트는 정치에서 거짓말이 어떻게 활용되고, 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지에 대해 깊은 성찰을 남겼다. 그녀는 정치적 거짓말이 정치체제의 조직과 이익에 봉사하지만, 궁극적으로 시민의 판단력과 정치적 책임을 약화시키고, 정치 자체를 불안정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아렌트는 정치는 진리를 추구하는 현장이 아니라 의견교환이 이루어지는 현장이라는 점에서 진리가 다양하게 인식되거나 의도적으로 변형될 위험이 항상 존재하고, 정치적 거짓말은 공적영역에서 권력과 이익에 따라 현실을 조작하는 수단이 된다고 말한다. 정치에서 거짓말이 빈번해지는 이유를 아렌트는 두가지로 설명한다. 첫째는 창의력이 풍부한 홍보 전문가들이 등장과 둘째, 전문적 문제해결사로 싱크탱크에 영입되어 온 자들의 등장이다. 이들의 등장은 정치에서 거짓말을 더 세련되게 만들거나 거짓말이 아닌 홍보의 영역이라는 방식으로 포장하는 기술을 가졌다. 이들에 의해서 거짓말은 더 교묘해졌고, 진실은 더욱 어두운 곳으로 밀려나게 되었다.
최근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이후 정치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을 보면서 한나 아렌트의 정치에서 거짓말을 다시 상기해보게 된다. 검찰이 항소를 포기했다고 해서 재판이 없어진 것도 아니고, 1심 판결에서 구형보다 현저하게 낮은 형을 받은 사람도 없다. 항명사태를 주도해온 일부 검사들은 실체적 사실을 숨기거나 왜곡하는 방식으로 정권을 공격한다. 이런 주장을 통해 검찰을 개혁하려는 정부와 여당에 쏠린 지지를 약화시켜 조직적 이익을 기대하는 것이다. 정치영역을 넘어 국가 기관에서까지 거짓말을 무기로 사용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정치의 신뢰를 회복하고 거짓을 몰아낼 수 있을까? 아렌트는 정치권에서 진실을 말하는 자는 외부인이거나 고립된 존재로 쉽게 배척당한다고 지적했다. 역사 속 소크라테스처럼 진실을 말하는 자는 추방이나 오해의 대상으로 전락할 수 있다. 그럼에도 그녀는 반복적으로 진실을 말하는 일의 소중함과, 거짓말의 반복적 효용이 국가와 사회에 미치는 위험성을 경고했다. 결과적으로 진실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으며, 시간이 지나면 거짓말 위에 쌓인 권력은 내구성이 약해진다. 그 과정에서 시민들의 집단적인 판단과 비판적 사고가 큰 힘을 발휘해왔다. 내란의 밤에 등장했던 시민들처럼 진실을 지키려는 노력이 다시 등장해야 할 때이다.
/안필용 CDS 정치아카데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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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익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