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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평소에 ‘역사는 기록되는 것이 아니라 기록해 나가는 것이고, 기억은 기록을 이기지 못한다’는 신념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기록은 지난 날의 것이지만 미래를 위한 것임을 되새기면서 ‘역사를 잊은 민족은 미래가 없다’는 역사학자들의 주장도 믿고 있습니다. 이같이 기록과 보존관리의 소중함과 역사의식을 갖고 학교생활과 40여 년간의 공직생활을 영위해 왔습니다. 1958년 초등학교 입학 후부터 대학원을 졸업할 때까지 학교생활의 통지표, 성적표, 각급 상장, 그밖에 기념이 될만한 자료와 공직생활의 사령장을 비롯한 표창장, 보존해두면 역사적 가치가 있을 수 있는 자료들을 지금껏 고이 간직하고 있습니다. 공직에서 물러나고 야인 생활을 하며 70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그간의 공직 경험 중 의미와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내용을 남겨주고 떠난다면 작은 보람이 되지 않을까 하는 소박한 바람에서 <남기고 싶은 이야기>를 집필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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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 행정은 멈춤이 없이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 과제입니다. 여기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아이템으로 구성했고, 크게 볼 때 네 가지 분야로 집필했습니다.
그 첫 번째가 ‘일’에 대한 것입니다. ‘일’은 사람이 합니다. 공직자들이 매일 출근하며 사람을 만나는 것도 결국은 ‘일’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이 참으로 소중한 것입니다. 따라서 사람에 관한 사항, 즉 인성이라든지 인간관계, 공직자에게 특별히 요구되는 청렴 의무 등 사람에 관한 이야기, 즉 ‘인화’를 주제로 집필했습니다. 특히 ‘인화’에는 충남의 5대 정신 중 하나인 ‘선비정신’에 대해서 그 중심사상을 재음미하면서,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춰야 할 최고의 덕목인 ‘겸손’에 대해서도 왜 겸손해야 하는지를 설명하고 실례를 들었습니다. 또 사람에 관한 이야기에는 충남도에서 공직생활을 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단번에 알아볼 수 있는 신망이 두터운 공직자에 대해 실명을 내세우고, 그 수범적 사례를 가감 없이 기록했습니다. 아울러 여기에 거론된 분들은 제가 먼 발치에서 지켜본 것이 아니고 직접 상사로 모신 분이 대부분이며 동고동락한 동료 직원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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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주제는 ‘사화’로, 충남도정을 수행하면서 사료적, 역사적 가치가 있는 자료를 기록으로 남겨 훗날 유사 행정 수행에 참고토록 하되, 단순한 자료 보존이 아니고, 행정 수행 과정에서 있었던 비하인드 스토리를 포함해 애환과 우여곡절, 극복과정에서의 에피소드 등 문서화할 수 없는 사항까지도 실감 나게 표현해 독자들의 흥미를 북돋우고 귀감이 되도록 작성했습니다.
사화에 대해 한가지 사례를 든다면 1989년 대전시가 충남도로부터 분리되어 직할시로 승격되면서 대전시 관내에 소재하던 충남도청사는 충남도 관내로 이전해야 하는 과제가 도청의 최대 현안이 되었지요. 하지만 도청 이전 후보지를 둘러싸고 시·군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 되어 우여곡절을 겪은 후 17년만인 2006년 2월에 내포 신도시로 최종 확정되었습니다. 때로는 유보하고, 때로는 설득하고, 때로는 결단을 내리는 등 대처해 나가는 대목 대목마다 행정의 노하우를 소상하게 적시해 앞으로 유사한 행정 행위에 적지 않은 도움을 안겨주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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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39년 3개월 간의 공직 생활 중 30년 6개월을 충남도청에서 근무해 심대평 지사께서 관선·민선 지사로 재임하시는 동안 비서가 아닌 ‘정책과 기획’ 업무로 일관되게 지근 거리에서 보좌하다 보니 그만큼 ‘남기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져서 등장·거명되는 폭도 넓어지게 되었습니다.
이 <남기고 싶은 이야기>가 시·도지사, 시장·군수·구청장, 1급~9급 공직자에 이르기까지 지방자치 행정에 근무하는 공직자들에게 눈길이 가서 업무를 추진하는데 조그마한 실마리로 연결이 된다면 저로서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고 무척이나 행복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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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직장 일이 바쁘다고 부모님을 자주 찾아뵙지 못해 부모님께 크게 불효했습니다. 어느 성직자의 설교를 듣다 보니 저는 40여 년의 공직생활을 하면서 아상(잘난 체, 똑똑한 체, 아는 체를 하면서 자기를 자랑하고 남을 업신여기는 마음)이 컸고, 관계가 원만하지 못했다는 자평을 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저는 교만했고, 겸손하지 못했습니다. 저의 공직 생활은 일이 중심이었습니다. 인간 최고의 덕목인 겸손은 일 아래 하위개념이었습니다. 일에는 성실하고 치밀했지만 인의예지신 오상을 조금씩이라도 실천하며 돈독한 인간관계를 이루어 나가는 데에는 실패한 공직자였습니다. 저는 2024년 1월 종교시설 수도원에 들어가 10여 일간 머무르는 동안 지난 삶을 반추하며 저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지난날의 잘못을 깨우치고 뉘우치며 용서를 구하는데에는 후회, 사죄, 참회가 크게 다를 바 없지만 ‘참회’는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데서 큰 차이가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알게 모르게 상처를 준 저의 아내, 자식, 형제자매 가족들, 일가친척들, 직장상사와 동료분들께 용서를 구하며 참회 기도를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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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에 대해 조직구성원이 인정해주는 것은 보람이 컸습니다. 저는 친목 모임으로 ‘보람회’를 창립해 올해로 33년째 부부동반 모임을 갖고 있습니다. 저 스스로 느끼기를 참으로 열심히 일해왔고, 원 없이 일해왔습니다. 저의 도정 회고록 <남기고 싶은 이야기>의 90%는 일에 관한 내용입니다. 일하는 과정에서 훌륭한 상사와 동료들을 만나 선연을 쌓을 수 있어 보람과 행복을 채워나갈 수 있었습니다. 후진 양성에도 힘써 오면서 자부심도 갖고 보람도 느꼈죠. 세종연구소에서 1년간 장기연수를 받을 때는 수강 내용 중 의미 있는 것과 도서관에서 공부한 내용 중 지사님께서 활용에 참고가 될만한 내용을 요약정리해 매주 한 차례씩 도지사 공관에 넣어드렸는데 이 또한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를 한데 모아 800부를 발간해 도와 사업소 시군까지 배포하고 정보를 공유케 한 일은 나라 세금으로 월급 받고 연수받고 공부도 할 수 있는 국가의 3가지 큰 혜택에 대한 보답의 성격과 함께 미안한 마음을 다소라도 덜어낼 수 있었습니다.
제 나이 48세 때 대학원에 입학해 51세인 2001년도에 졸업하면서 만학의 보람과 행복감을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오랜 기간 정책기획 업무를 수행해오면서 기획통으로 자긍심을 갖고 정책기획에 대한 이론과 실제에 대해 나름대로의 개념과 특징을 정리해 놓고 있음이 저에겐 큰 보람입니다.
몸과 마음, 처신 등에 있어 부족함이 많은 저를 안희정 전 지사가 정무부지사로 내정했던 점은 공직자로서의 능력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커다란 자부심을 갖게 했습니다. 충남도 행정심판위원회 위원장을 맡게 된 것도 자긍심과 보람을 느끼게 해주고, 2024년 74세에 최고령자로 국가공인의 보상관리사 자격증을 취득한 것도 보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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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팔자는 바꿀 수 있을까요? ‘운 7 기3 론’이 있죠. 운의 70%는 타고 난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9대 1론도 있다고 봅니다. 10%의 노력이 100%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10%의 노력과 방법은 첫째 적선, 둘째 스승, 셋째 기도와 명상, 넷째 독서, 다섯째 명당, 여섯째 지명(다시 팔자를 아는 것)이라고 어느 사주명리학자가 주장하시네요. 그렇지만 저는 삶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와 ‘정신일도, 하사불성(精神一到 何事不成)’이 있습니다. ‘마음이 어둡고 산란할 때엔 가다듬을 줄 알아야 하고, 마음이 긴장하고 딱딱할 때엔 놓아버릴 줄 알아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어두운 마음을 고칠지라도 흔들리는 마음이 다시 병들기 쉽다’는 뜻입니다.
또 하나는 ‘인과보응의 원리’입니다. 선을 행하면 선의 결과가, 악을 행하면 악의 결과가 반드시 뒤따른다는 원리로, 원불교의 중심교리이기도 합니다. 저는 천주교와 원불교를 두루 섬깁니다.
제 회고록이 공직자들은 물론 독자들에게도 흥미로운 읽을 거리를 제공해드릴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대담, 정리, 사진=한성일 편집위원(국장) hansung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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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부여군 남면 출생.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졸업. 충남대학교 행정대학원 졸업(행정학 석사). 충남도 기획계장, 정책심의관, 정책기획관, 신행정수도 건설지원단장, 충남도청 이전본부장, 아산시 부시장(지방이사관, 명예퇴직), 충남개발공사 경영기획본부장, 관리이사, 송산 산업단지 개발(주) 대표이사·사장 역임. 1969년부터 2015년까지 46년간 공직자와 지방공기업에서 근속. 배재대에서 4년간 겸임 부교수로 겸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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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