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미국 정부는 철강·알루미늄이 포함된 파생 상품에 부과하는 품목별 관세를 기존 407개에서 최대 700여 개 더 늘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파생 상품에 대한 관세로 중소업체까지 영향이 확대되고, 철강 생산 업체에 추가적인 영향을 주는 악순환이 나타나는 상황이다. 중국의 저가 공세에 시달리던 철강업계는 미국·유럽연합(EU)의 고율 관세와 건설 등 관련 산업 부진이 이어지며 생태계가 붕괴 위기에 직면했다.
정작 철강업계의 숨통을 틔워줄 것으로 기대했던 K-스틸법(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은 3개월 넘게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K-스틸법은 13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반도체특별법과 함께 제외됐다. 주 52시간제 예외 적용에 대한 여야 이견이 있는 반도체특별법과는 달리 별다른 쟁점도 없는 K-스틸법을 처리하지 못한 것은 정치권의 직무유기에 가깝다.
당진·포항·광양 등 주요 철강 도시는 지역 내 총생산의 40~60%를 철강산업에 의지하고 있다. AI·반도체 등이 '산업의 두뇌'라면 철강은 '산업의 뼈대'를 이루는 것으로 비유된다. 철강산업의 위기는 철강 도시 문제뿐만 아니라 국가 산업 경제 전반의 침체를 불러올 수 있다. 한번 무너진 제조업의 복구가 어렵다는 것은 관세 카드로 제조업 부흥에 나선 미국이 증명한다. 국회는 정쟁으로 밀린 K-스틸법을 조속히 처리하고, 정부는 후속 대책을 내놔야 한다. 시간이 많지 않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