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다문화] 제민천, 삶의 터전이자 공동체의 구심체

  • 다문화신문
  • 공주

[공주다문화] 제민천, 삶의 터전이자 공동체의 구심체

  • 승인 2025-11-30 11:16
  • 수정 2025-12-02 16:37
  • 신문게재 2025-01-25 2면
  • 충남다문화뉴스 기자충남다문화뉴스 기자
[12-6.제민천에 사는 왜가리(사진 명예기자 박진희)
서울에 한강이 있다면 공주에는 금강(錦江)이 흐른다. 서울에 북한산이 있다면 공주에는 계룡산(鷄龍山)이 우뚝 서 있다. 서울에 청계천이 있다면 공주에는 제민천(濟民川)이 도심을 가로지르고 있다.

제민천은 공주시의 중심부를 남북 방향으로 관통하여 흐르는 지방하천이다. 주미산(舟尾山) 자락에 자리한 금학동 수원지에서 발원하여 웅진동을 거쳐서 정지산(艇止山) 우측에서 금강으로 유입된다. 4km 남짓의 제민천에는 열여덟 개의 다리가 있다. 집집마다 상수도가 들어오기 전에는 동네별로 다리를 기준으로 구획을 나누어 여인네들은 빨래하고, 남정네들은 물놀이를 즐겼으며, 아이들은 놀이터 삼아 놀았다. 심지어 소와 염소까지 가세하여 제민천 가에서 풀 뜯던 시절도 있었다.



제민천에 있는 다리 중 가장 오래된 다리는 충청감영이 있었던 '감영길'에 놓인 대통교(大通橋)이다. 백제시대 국사(國寺)였던 대통사에서 차용한 교명이다. 한때는 공주교라고 불리었다. 하천의 이름이 붙은 제민천교도 있다. 별칭이 가장 많은 곳은 교촌교이다. 공주에서 이름났던 '제세당'이라는 한약방이 근처에 있어서 지역 주민들은 '제세당 다리'라고 부르기도 하고, 우시장이 옆에 있었기에 '쇠전 다리'라고 부르기도 했다. 지금은 흔적을 찾기 어려워졌지만, 한때는 제민천 가에 수양버들이 심겨 있어서 '유교(柳橋)'라고 부르기도 했다.

지난 11월 6일(목), 국립공주대학교 공주학연구원은 '아주 보통의 하루'라는 부제를 달고 <제민천 1925>라는 기획 전시를 시작했다. 옛 공주읍사무소에서 11월 30일(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공주학아카이브 구축사업의 일환으로 개최되었다. 공주향토문화연구회의 최창석 회장은 학생들이 제민천 청소에 나선 일화며, 제민천 변에 공주형무소가 자리했던 때에 죄수들이 부역에 나온 일 등을 좌중에 들려주었다. 올해로 96세인 패널 한 분은 공주시청 인근에서 하숙하던 때 제민천 반석(盤石) 주변에서 빨래도 하고 등목도 하던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객석에 있던 한 참석자는 없이 살던 시절 제민천에서 미꾸라지며 버들치(중태기)를 잡아 수제비에 넣어 먹곤 했다며 믿기 힘든 지난 시절의 한때를 회상하기도 했다. 절대로 제민천에 가지 않은 날의 이야기도 더했는데, 동네 어른들이 비 오는 날이면 똥지게를 지고 나와 제민천에 버리는 장면을 보고서 비 온 날부터 일주일 동안은 제민천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제민천이 현재의 깨끗한 모습으로 변화한 것은 2009년 제민천 생태하천 조성사업이 시작되면서부터다. 도심을 흐르는 제민천을 역사와 문화가 있고,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생태하천으로 만들게 되었다. 올해 공주시는 '2025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10대 여행도시'로 이름을 올렸다. 공주는 '지붕 없는 박물관'으로 불릴 만큼 구석기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유물과 유적이 있는 곳이다. 더불어 최근에는 제민천을 중심으로 체험형 관광시설이 들어서고, 문화공간이 확충되고, 카페 거리가 생겨나면서 오늘의 영광을 얻었을 것이다. 기획전시 <제민천 1925>를 개최하며 주최 측은 아주 보통의 하루가 모여 한 시대를 이루고 그 시대의 이야기가 지금 우리에게 닿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제민천, 공주에서 사는 가장 평범한 일상이 긴 인생의 여정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임을 깨닫게 하는 고마운 존재다!
박진희 명예기자(대한민국)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날씨]대전·충남 1~5㎝ 적설 예상…계룡에 대설주의보
  2. '대통령 세종 집무실', 이 대통령 임기 내 쓸 수 있나
  3. 햇잎푸드, 100만불 정부 수출의 탑 수상... "대전을 넘어 전 세계로"
  4. 천안법원, 정지 신호에도 직진해 사망자 유발시킨 30대 중국인 벌금형
  5. 국제디지털자산위, 필리선 바타안서 'PPP 개발 프로젝트 밋업' 연다
  1. 대전시장 도전 許 출판기념회에 與 일부 경쟁자도 눈길
  2. 천안문화재단, 2026년 '찾아가는 미술관' 참여기관 모집
  3. 백석대, 천호지 청춘광장서 청년·시민 협력 축제 성료
  4. 단국대병원, 2025년 감염병 대응 유공기관 선정
  5. 상명대 창업지원센터장, '창업보육인의 날' 기념 충남도지사상 수상

헤드라인 뉴스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국립시설 `0개`·문화지표 최하위…민선8기 3년의 성적표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국립시설 '0개'·문화지표 최하위…민선8기 3년의 성적표

대전시는 오랜 기간 문화 인프라의 절대적 부족과 국립 시설 공백 속에서 '문화의 변방'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민선 8기 이장우 호(號)는 이 격차를 메우기 위해 대형 시설과 클러스터 조성 등 다양한 확충 사업을 펼쳤지만, 대부분은 장기 과제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민선 8기 종착점을 6개월 앞두고 문화분야 현안 사업의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대전시가 내세운 '일류 문화도시' 목표를 실질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단순한 인프라 확충보다는 향후 운영 구조와 사업화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는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중도일..

"대전 충남 통합논의" … 金총리-與 충청권 의원 전격회동
"대전 충남 통합논의" … 金총리-與 충청권 의원 전격회동

김민석 국무총리와 더불어민주당 충청권 의원들이 대전시와 충남도 행정통합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전격 회동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얼마 전 충청권을 찾아 대전 충남 통합에 대해 긍정적 메시지를 띄운 것과 관련한 후속 조치로 이 사안이 급물살을 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복수의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김 총리와 민주당 충청권 의원들이 15일 서울에서 오찬을 겸한 간담회를 갖는다. 김 총리와 일부 총리실 관계자, 대전 충남 민주당 의원 대부분이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회동에서 김 총리와 충청권 의원들은 대전 충남 통합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대전역 철도입체화, 국가계획 문턱 넘을까
대전역 철도입체화, 국가계획 문턱 넘을까

대전 원도심 재편의 분수령이 될 '대전역 철도입체화 통합개발'이 이번엔 국가계획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초 철도 지하화 선도지구 3곳을 선정한 데 이어, 추가 지하화 노선을 포함한 '철도 지하화 통합개발 종합계획' 수립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종합계획 반영 여부는 이르면 12월, 늦어도 내년 상반기 중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당초 국토부는 12월 결과 발표를 예고했으나, 지자체 간 유치 경쟁이 과열되면서 발표 시점이 다소 늦춰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실제로 전국 지자체들은 종합..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

  • 병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 병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

  •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