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치맥 회동’은 단순히 친목을 위한 자리였을까?

  • 오피니언
  • 여론광장

[기고] ‘치맥 회동’은 단순히 친목을 위한 자리였을까?

강전민/KA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석사 과정

  • 승인 2025-11-14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KakaoTalk_20251112_103230623
'치맥 회동'은 단순히 친목을 위한 자리였을까?

최근 강남의 한 치킨집에서 열린 '깐부 회동'이 화제다.



엔비디아의 젠슨황 CEO,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 현대자동차 정의선 회장이 고급 호텔이나 프라이빗 룸이 아닌 평범한 치킨집에서 치맥을 즐겼다는 이야기는 모두가 신선함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젠슨황 CEO의 딸이자 엔비디아 Senior Director 매디슨 황이 장소를 '깐부 치킨'으로 정한 것도 경쟁보다 협력, 이해 관계보다 동맹이라는 메시지를 은유적으로 나타낸 것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조금 더 깊이 생각해보면 이 회동은 그리 단순한 회동이 아니다.

이들의 만남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결국 'AI 반도체 모빌리티'다.



엔비디아는 AI의 두뇌를 설계하는 기업으로 GPU와 AI칩, 그리고 연산 플랫폼(CUDA, Omniverse)을 통해 전 세계 인공지능 생태계를 주도한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가 설계한 AI 칩을 위탁 생산(파운드리)하며, 고대역폭 메모리와 첨단 패키징 기술을 더해 AI 연산의 효율을 끌어올린다. 그리고 현대자동차는 엔비디아의 AI 칩을 실제 움직이는 공간에 이식한다. 자율주행차, 로봇, UAM(도심항공모빌리티) 등에서 AI 칩이 새로운 두뇌가 되어, 기존의 이동수단을 하나의 지능형 플랫폼으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즉, 엔비디아가 칩을 설계하고, 삼성이 칩을 구현하며, 현대차가 칩을 활용해 실제 공간에 적용하는 산업간 '깐부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이는 기존 산업이 단순한 생산 체계를 넘어 AI가 공정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해 생산 효율을 높이고, 그 결과가 제품 혁신으로 이어지는 '학습하는 산업', 즉 미래형 제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게 될 것이다.

한국 제조업은 오랫동안 효율과 속도를 중심으로 성장해왔다.

지금까지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산업은 정밀한 하드웨어와 숙련된 인력으로 세계 시장을 지배해 왔지만, 이제는 이것 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AI 시대의 제조업의 경쟁력은 얼마나 빠르게 생산하는지가 아니라 AI 학습을 통해 데이터와 지능을 얼마나 빠르게 내재화 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를 중심으로 산업 구조를 재편하고, 제조 현장과 제품이 스스로 판단하여 최적화하는 구조를 갖추지 못한다면, 효율은 곧 한계로 바뀌게 될 것이다.

따라서 한국 제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분명하다. 단순히 AI 기술을 도입하는 것을 넘어, AI를 산업 생태계의 핵심 엔진으로 통합해야 한다. 제조 공장은 더 이상 단순한 생산 공간이 아니라 데이터를 학습하는 플랫폼이 되어야 하며, 제품은 단순한 하드웨어가 아닌 사용자의 맥락을 이해하는 서비스로 진화해야 한다.

이 변화의 흐름 속에서 글로벌 빅테크와의 협력은 기회이다. 엔비디아의 AI 역량을 비롯해 글로벌 기술 자원을 얼마나 유연하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한국은 3차 산업혁명 시대 제조 강국의 명성을 4차 산업혁명 시대까지 이어가 지능형 산업국가(Intelligent Industrial Nation)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최근 강남의 한 치킨집에서 열린 세 글로벌 기업 총수들의 '치맥 회동'은 단순한 만남이 아닌 한국 산업의 다음 장을 예고한 상징적 장면일지도 모른다. 기계가 효율로 경쟁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이제 지능과 협력으로 미래를 설계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강전민/KA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석사 과정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날씨]대전·충남 1~5㎝ 적설 예상…계룡에 대설주의보
  2. '대통령 세종 집무실', 이 대통령 임기 내 쓸 수 있나
  3. 햇잎푸드, 100만불 정부 수출의 탑 수상... "대전을 넘어 전 세계로"
  4. 천안법원, 정지 신호에도 직진해 사망자 유발시킨 30대 중국인 벌금형
  5. 국제디지털자산위, 필리선 바타안서 'PPP 개발 프로젝트 밋업' 연다
  1. 대전시장 도전 許 출판기념회에 與 일부 경쟁자도 눈길
  2. 천안문화재단, 2026년 '찾아가는 미술관' 참여기관 모집
  3. 백석대, 천호지 청춘광장서 청년·시민 협력 축제 성료
  4. 단국대병원, 2025년 감염병 대응 유공기관 선정
  5. 상명대 창업지원센터장, '창업보육인의 날' 기념 충남도지사상 수상

헤드라인 뉴스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국립시설 `0개`·문화지표 최하위…민선8기 3년의 성적표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국립시설 '0개'·문화지표 최하위…민선8기 3년의 성적표

대전시는 오랜 기간 문화 인프라의 절대적 부족과 국립 시설 공백 속에서 '문화의 변방'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민선 8기 이장우 호(號)는 이 격차를 메우기 위해 대형 시설과 클러스터 조성 등 다양한 확충 사업을 펼쳤지만, 대부분은 장기 과제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민선 8기 종착점을 6개월 앞두고 문화분야 현안 사업의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대전시가 내세운 '일류 문화도시' 목표를 실질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단순한 인프라 확충보다는 향후 운영 구조와 사업화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는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중도일..

"대전 충남 통합논의" … 金총리-與 충청권 의원 전격회동
"대전 충남 통합논의" … 金총리-與 충청권 의원 전격회동

김민석 국무총리와 더불어민주당 충청권 의원들이 대전시와 충남도 행정통합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전격 회동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얼마 전 충청권을 찾아 대전 충남 통합에 대해 긍정적 메시지를 띄운 것과 관련한 후속 조치로 이 사안이 급물살을 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복수의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김 총리와 민주당 충청권 의원들이 15일 서울에서 오찬을 겸한 간담회를 갖는다. 김 총리와 일부 총리실 관계자, 대전 충남 민주당 의원 대부분이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회동에서 김 총리와 충청권 의원들은 대전 충남 통합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대전역 철도입체화, 국가계획 문턱 넘을까
대전역 철도입체화, 국가계획 문턱 넘을까

대전 원도심 재편의 분수령이 될 '대전역 철도입체화 통합개발'이 이번엔 국가계획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초 철도 지하화 선도지구 3곳을 선정한 데 이어, 추가 지하화 노선을 포함한 '철도 지하화 통합개발 종합계획' 수립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종합계획 반영 여부는 이르면 12월, 늦어도 내년 상반기 중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당초 국토부는 12월 결과 발표를 예고했으나, 지자체 간 유치 경쟁이 과열되면서 발표 시점이 다소 늦춰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실제로 전국 지자체들은 종합..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

  • 병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 병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

  •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