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공론] 가족에 대하여

  • 오피니언
  • 문예공론

[문예공론] 가족에 대하여

민순혜/수필가

  • 승인 2025-10-15 18:43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올해는 추석 연휴가 다른 해에 비해 대체 휴일 포함 10여 일의 긴 연휴를 보내며 문득 가족에 대해 생각했다. 아버지가 6남매의 맏아들로 우리가 어릴 때는 명절에 친가 가족들이 모두 와서 사촌들로 북적였다. 주방에서는 큰며느리인 어머니의 진두지휘로 세 분의 작은어머니들이 음식을 준비하시는데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우리 형제 3남 3녀와 사촌들은 신나게 놀다가 배가 출출할 때쯤이면 셋째 작은어머님께서 어찌 아시고 동치밋국과 야채, 오징어 부침 등을 쟁반에 수북이 담아다 주셨다. 차츰 세월이 흘러 우리 형제는 물론 사촌들도 결혼하여 각자 작은 가족들이 형성되다 보니 아버지가 말씀하셨다. 어린아이들 데리고 다니기 고생되니까 명절 당일 아침 차례 때만 왔다 가라고.

긴 연휴 내내 빈방에서 혼자 있어서일까. 그 시절이 정겹고 그립다. 지금은 아버지 형제 6남매 중 작은아버지 한 분만 계시고 모두 영면에 드셨다. 사촌, 외사촌들이 대부분 대전에 살고 있어도 서로들 바쁘니까 전화로 가끔 안부만 전할 뿐이다. 아니, 가족 행사 외엔 안부 전화조차도 잊곤 한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는 하지만 문득 어딘가 한군데 구멍이 뚫린 듯 허전한 건 왜일까.

가족(家族)은 누구를 지칭하는 것일까. '가족'은 다음 백과에 보면 혈연, 인연, 입양으로 연결된 일정 범위의 사람들로 구성된 집단을 가리키는 가족학 용어로서, 친족 집단을 말한다. 그렇다면 가정(家庭)은 어떻게 형성되는 걸까. 한 가족이 함께 살아가며 생활하는 사회의 가장 작은 혈연 공동체라고 한다. (다음 백과)



이번 추석 명절 연휴는 길지만, 나는 여느 해처럼 아무 일도 계획하지 않았다. 2016년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는 서울에 사는 오빠네 집에서 명절을 지내지만, 나는 대전에 있다. 매사 엄격한 아버지와는 달리 다행히 오빠는 내 편이 되어주었다. 침묵으로. 오빠, 고마워!

사실 가족이란 항시 마음속에 함께 있는 것 같다. 꼭 만나지 않더라도 언제나 마음 속에 있으면서 대화도 나누고 만나니까 말이다. 어머니가 노환으로 4년 정도 노인병원에 입원해 계실 때 나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문병을 갔다. 어머니는 강직한 아버지와는 달리 겁이 많으시고 사람을 무척 좋아하셨다. 그러니 친인척은 물론이고 이웃을 각별히 챙기며 친하게 지내셨다.

하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신 것 같다. 노인 우울증이 온 것이다. 나는 어머니와 같이 살기는 했지만 항시 늦게 귀가해서 그런 사정을 전혀 몰랐다. 그런데 아버지가 계실 때부터 가사를 도와주시던 분이 계셨는데, 어머니가 자꾸 외롭다고 하신다며 걱정스럽게 말씀하셨다. 나는 그런 경험이 없었기에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런데 차츰 식사를 못하셔서 하는 수 없이 노인병원에 입원하셨다.

나는 하루도 빠짐없이 문병을 갔다. 3인실 병동이었는데 내가 올 때쯤이면 문을 바라보고 계시는지 문을 열면 어머니의 눈이 문 앞에 있다. 병원이 산 아래 위치해있어서 저녁나절이면 병실 창문으로 석양이 붉게 물들었다. 그 아름다운 정경이 아이러니하게도 어머니를 더욱 외롭게 하는 것 같았다. 나는 하루도 빠짐없이 그 시간대 문병을 갔다.

어머니가 영면에 드신 지도 어느새 10년이 되어간다. 나는 홀로 아직 살고 있다. 트별히 사는 의미도 모른 채 살고 있다. 실은 우리 6남매 중 첫째인 언니가 무척 그립고 궁금하다. 언니는 가족이 휴가 갈 때마다 언제나 나를 동행했다. 나는 허드렛일도 못 해서 정말 쓸모가 전혀 없는데도 나를 데리고 다녔다.

그 당시 어린 조카들은 지금은 결혼해서 외국에 살고 있다. 그런데도 조카들은 외조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마다 한국에 다녀갔다. 언니가 다리가 많이 아프다고 들었는데 아픈 언니를 생각하면 억장이 무너진다. 형부가 옆에 계셔서 안심은 되지만.

내가 어릴 적 언니는 어머니를 도와서 집안일도 잘했다. 저녁 설거지도 도맡아 했다. 그런데 설거지할 때마다 솥단지는 꼭 나를 시켰다. 언니랑 나이 차이가 커선지 나는 두말 못 하고 시키는 대로 솥단지를 씻었다. 그런데 언니는 굉장히 세심해서 내가 씻은 솥단지를 이리저리 둘러보고 조금만 덜 씻었어도 다시 씻으라고 불렀다.

그 당시는 정말 미웠던 언니였는데, 그 언니가 보고 싶다. 언니 카톡 프로필에 여대생인 손녀 사진이 있는 것 보니까 안심이 된다. 누군가를 그리워한다는 것은 아직 열정이 있는 것이니까 말이다. 카톡에 문자를 넣었다. "언니, 내가 좀 시간적인 여유가 생길 때까지 씩씩하게 사는 거야!" 오늘은 나도 문득 부모님과 함께 살던 옛 가족이 그립다.

민순혜/수필가

민순혜 수필가
민순혜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돌아온 산불조심기간
  2. 충남교육청, 교육공동체 함께하는 '책심(心)키움 마당' 운영
  3. 세종충남대병원, 410g 초극소 이른둥이 생존 화제
  4. 전국 최고의 이용기술인은?
  5. 충남도의회, 경로당 내 친환경 식재료 확대 방안 모색
  1. "양수발전소로 금산 미래 발전 이끈다"… 충남도, 민선8기 4년차 금산 방문
  2. 2026 세종시 지방선거 킥오프? 입후보 예정자 다 모여
  3. 내포∼세종 연결도로망 구축 청신호
  4. 장기요양기관 법령 이해도 높인다...경진대회 성료
  5. "대한민국 대표 치유·힐링 중심지로" 태안국제원예치유박람회 2차 자문위원 회의

헤드라인 뉴스


CTX 민자적격성조사 통과… 충청 광역경제권 본격화

CTX 민자적격성조사 통과… 충청 광역경제권 본격화

대전과 세종, 충북을 통합 생활권으로 연결하는 대전~세종~충북 광역급행철도(CTX) 사업이 민자적격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사업 추진이 본격화 됐다. 4일 국토교통부와 대전시에 따르면 비수도권 최초의 광역급행철도인 대전~세종~충북 광역급행철도(CTX) 사업이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민자적격성 조사를 통과했다. 민자적격성 조사는 정부가 해당 사업을 민간투자 방식으로 추진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절차다. 이번 통과는 CTX가 경제성과 정책성을 모두 충족했다는 의미로 정부가 민간 자본을 유치해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

내포 수년간 방치되던 공터, 초품아로… 충남개발공사 "연말 분양 예정"
내포 수년간 방치되던 공터, 초품아로… 충남개발공사 "연말 분양 예정"

내포신도시 건설 이후 수년간 방치됐던 공터가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로 탈바꿈한다. 아파트 숲 속 허허벌판으로 남겨졌던 곳에 대규모 공사가 시작되면서 인근 주민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5일 충남개발공사 등에 따르면 내포 RH-14블럭인 홍성군 홍북읍 신경리 929번지 일원에 'e편한세상 내포 에듀플라츠'를 건설 중이다. 공사를 총괄하는 시행사는 충남개발공사가, 시공사는 DL이앤씨가 맡았다. 총 세대수 727세대인 해당 아파트의 대지면적은 3만 8777.5㎡로 지하 2층~지상25층 규모, 10동이 들어설 예정이다. 세대구..

美 AI 버블 우려 확산에…코스피 올해 두 번째 매도 사이드카 발동
美 AI 버블 우려 확산에…코스피 올해 두 번째 매도 사이드카 발동

연일 신고점을 경신하던 코스피가 5일 인공지능(AI) 고평가 우려와 버블론 확산으로 지수가 크게 떨어지며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이날 한국거래소는 오전 9시 36분 코스피 시장에 매도 사이드카를 발동했다. 올해 4월 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로 인해 증시가 크게 출렁인 후 올해 두 번째 사이드카다. 오전 10시 30분에는 올해 처음으로 코스닥 매도 사이드카도 발동됐다. 코스피 사이드카는 코스피200선물 지수가 전일 종가 대비 5% 이상 상승 또는 하락해 1분간 지속되는 경우, 코스닥은 코스닥 150선물지수가 6%, 코스닥..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국민의힘 충청권 지역민생 예산정책협의회 국민의힘 충청권 지역민생 예산정책협의회

  • ‘야생동물 주의해 주세요’ ‘야생동물 주의해 주세요’

  • 모습 드러낸 대전 ‘힐링쉼터 시민애뜰’ 모습 드러낸 대전 ‘힐링쉼터 시민애뜰’

  • 돌아온 산불조심기간 돌아온 산불조심기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