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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식 기자<사진=김정식 기자> |
취업을 미끼로 납치돼 고문당한 끝의 비극이었다.
사건은 범죄의 잔혹함보다, 국가의 속도를 드러냈다.
국민의 생명은 체계보다 '즉시성'으로 지켜진다.
미국은 매뉴얼로 움직인다.
체포 통보와 영사 접근, 의료 지원까지 절차가 분 단위로 짜여 있다.
대사관은 낮과 밤 구분이 없고, 연락은 멈추지 않는다.
그들 외교는 시스템이고, 시스템은 예외가 없다.
일본은 네트워크로 대응한다.
본국·가족·공관이 한 몸처럼 움직이며 현지 정보망이 살아 있다.
긴급 여권 발급과 귀국 지원이 동시에 진행된다.
국민은 행정 대상이 아니라 보호 주체로 존재한다.
한국도 법은 있다.
영사조력법은 보호 의무를 명문화했다.
하지만 현장은 느렸다.
공관은 연락망을 정리했고, 수사 협조는 협의 속에 멈췄다.
법이 있어도 속도가 없으면 구조는 작동하지 않는다.
역사를 보면 답은 단순하다.
조선시대 사신이 타국에서 조난당했을 때, 국왕은 직접 조서를 내려 귀환을 명했다.
국가는 그들의 생명을 명분으로 삼아 천리 밖 문을 두드렸다.
시간과 거리보다 '존재의 의지'가 먼저 도착했다.
국가는 영토가 아니라 반응이다.
국민이 위험에 처했을 때, 그 반응이 곧 국력이다.
법과 제도는 준비됐다.
이제 필요한 건 현장에서 숨 쉬는 감각이다.
국민보다 먼저 도착하는 이름, 그게 진짜 외교다.
경남=김정식 기자 hanul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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