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 칼럼] 138. 최교진 교육부 장관에게 드리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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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홍철 칼럼] 138. 최교진 교육부 장관에게 드리는 글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 승인 2025-10-09 12:00
  • 현옥란 기자현옥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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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여러 차례 한국 교육을 높이 평가하는 연설을 했습니다. 그중에는 "한국 학생들은 수학과 과학에서 미국 학생들보다 앞서있다"라는 발언도 있고, "한국에서는 가장 우수한 학생들이 교사가 되기를 희망한다"라고 말하면서, 미국도 교사의 전문성과 사회적 지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한 바도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OECD는 회원국을 대상으로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를 하고 있는데, 한국은 수학·과학·읽기 성취도에 있어서 상위권에 들고 있으며, 고등학교 졸업률은 약 95% 이상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며, 대학 진학률도 세계 최고라고 발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위 두 가지 평가에 만족할 수만은 없는 것이, 오바마가 한국 교육을 높이 평가한 이유는 한국 교육을 이상화하기보다는 미국이 개선해야 할 점을 강조하는 수사적 표현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OECD에서 한국 교육에서 학업 성취도나 교육 접근성 및 참여를 높이 평가한 것은 사실이나, 학업 스트레스, 삶의 만족도, 학교생활 만족도 등은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이라고 지적하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OECD 보고서에서는 "한국은 지속 가능한 교육 모델을 위해 경쟁과 사교육 의존을 완화하고, 학생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혁이 필요하다"라는 지적을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한국 교육의 문제점은 무엇일까요? 가장 큰 문제점은 학생들의 학습 동기가 지식 탐구나 자기 성장보다는 대학입시와 성적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창의성이나 비판적 사고보다는 암기 위주의 학습이 강조되지요. 이것은 대학 서열 구조와 과도한 학벌주의가 원인이며 이미 학부모들의 의식이 고착화되어 있기 때문에 개선하기가 쉽지 않은 과제입니다. 이런 과도한 입시 중심 교육 때문에 사교육비 지출이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며, 부모의 경제력이 곧 자녀의 학습 격차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교육이 계층 이동의 사다리라기보다는 오히려 '계층 고착화'를 강화하고 있는 역할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학생들의 학업 성취는 높지만, 삶의 만족도는 매우 낮은 편일 수밖에 없습니다.

또 하나의 문제점은 교육과정과 수업 방식이 국가 차원에서 세세하게 통제되는 경향이 있어 교사가 학생들 대상으로 한 맞춤형 수업을 하기보다는 정해진 교육과정과 시험 준비에 맞춰야 하는 압박이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들의 창의성과 다양성은 부족할 수밖에 없지요. 획일적인 시험 체제 속에서, 예체능·기술·직업 교육 등 다양한 진로가 존중받지 못하고, 문제해결력, 협업 능력 같은 미래의 역량보다는 정답 맞히기 능력이 지나치게 강조되고 있습니다.



제 주위에도 학업 성적이 뒤떨어져 대학 입학을 포기한 학생 중에 외국에 유학을 가서는 적성에 맞는 전공을 선택하여 높은 학업 성과를 거두어 결국 외국 대학교수로 임용된 사례도 여럿 보았습니다.

최근에 교육부 장관이 임명되었습니다.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업무에 임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마도 장관께서는 저의 인식보다도 한국 교육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을 더 확실히 알고 계실 겁니다. 그래도 한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교육 개혁을 꼭 이뤄내야 하는데, 개혁 추진에 있어 걸림돌은 '조급성'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부터 정치권이나 일부 학부모들의 의견에 흔들려서는 안 되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꾸준히 나가야 합니다. 교육 개혁은 장관이나 정권의 임기와도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추진하지 않으면 결실을 보기 어려울 것입니다. 성공한 핀란드의 교육 개혁은 한 세대(30~40년) 이상 걸린 장기적 프로젝트이었으며 사회 전반의 의식개혁과 병행하였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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